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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om P Oct 28. 2024

나의 생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죽음을 예견했다.

 나의 생각은 현실로 이루어져왔다. 안타깝지만 내 머리는 주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차있다. 예를 들면 어제 나는 오늘 이 시간에 팔자 좋게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낮에 있을 직장 동료와의 묘한 긴장감은 예상했고 보기좋게 적중했다.


 10년 전 나는 현재를 예상했다. 사람들은 점점 멍청해져가고 떼지어 다니며 서로를 물어뜯는데, 어제 같은 무리였던 이도 오늘은 적이 되곤 한다.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도덕심조차 요구되지 않는다. 도덕이라는 것은 살해의 명분 정도로만 사용된다. 명분은 관습으로서만 가치가 있다. 사랑은 계약의 형태로 변질되고 웃음은 주로 누군가가 다른 이를 조롱할 때 생겨난다.


 10년 전 나는 예민한 청년이었고, 그 예민함 덕분에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 이는 뛰어난 추론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예민함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후각이 뛰어난 자가 맹수의 입김을 맡고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나는 나의 죽음을 예견했다. 오랫동안 나는 죽어가며 살아왔다. 복싱 선수가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듯 나는 세상의 움직임을 예측했는데, 마치 실패한 3류 복서처럼 예상가능한 모든 주먹질에 나는 얻어맞았다.


 피해망상은 아니다. 내가 피해를 본 것은 없다. 그저 나는 이 지독한 악취에 숨을 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 입에서 썩은내가 난다. 맹수의 입에서 나는 사체가 부패하는 냄새와 같다. 그들이 하는 어떤 말도 믿을 수가 없다. 믿기에 앞서 알아 듣지도 못하겠다. 나의 논리로는 그들의 무논리를 이해할 방도가 없다.


 나는 아파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픈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있다. 사실 이정도 악취에 호흡이 쉽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다. 내 기준에서는 아프지 않은 모두가 이상할 뿐이다. 다만 나 또한 숨을 쉬고자 하는 하나의 개체로서 병원에 찾아가 산소통에 주둥이를 틀어박는 것이다.


 이제 신도 인간도 모두 패배했다. 오로지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 짐승들만 남은 것 같다. 나와 같은 몇몇 생존자들은 얼굴에 썩은 피를 칠하고 짐승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야만 오늘 하루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모든 웃음소리가 조롱하는 소리로 들릴 때, 모든 말소리가 괴성으로 들릴 때, 모든 이들에게서 썩은 핏비릿내를 맡을 때, 그제서야 당신은 인간으로서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명분의 관습적 가치가 사라질 때, 도덕은 역사 속의 유물이 될 것이다. 신이 그러했듯 도덕도 역사의 관 속에 묻힐 것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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