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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엄마, 앞으로 나아가는 삶

초보 러너의 10km를 향한 도전

by 소금라떼


달리기를 한다고? 내가? 나조차도 내가 달린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말 중 하나가 "먹어도 살찌지 않는 체질"이었다. 나의 몸은 너무나도 정직해서, 먹으면 찌고 운동하지 않으면 그대로 몸에 남았다. 그래서 평생 55 사이즈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았다. 수영, 요가, 필라테스, PT, 배드민턴, 자전거, 줌바댄스까지—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는 운동을 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가 가장 싫어했던 두 가지가 바로 러닝과 등산이었다.

"다른 운동도 많은데 왜 뛰어? 그러다 무릎 상하면 어쩌려고?" "어차피 내려갈 건데 왜 올라가?"

늘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러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잘하고 싶어졌다. 누군가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2025년, 나의 목표는 ‘춘천 마라톤 대회 10km 완주’다.




달리기의 시작

시작은 유튜브 채널 ‘션과 함께’를 우연히 보면서였다. 그렇게 달리기는 싫다고 하던 내가 달리기 영상에 빠져들게 될 줄이야..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다가 우연히 그 채널을 보게 되었다. 도대체 왜 하필 그때 그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떴던 걸까?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우리 휴대전화도 도청당하는 거 아니냐며 웃곤 했는데… 알고리즘의 세계란 참 신비롭다.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내 삶이 바뀌었어요."

정말? 진짜로? 단순히 달리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뀐다고?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볼수록 이상하게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나도 해볼까?” “내가 할 수 있을까?” “괜히 무릎 다치면 어쩌지?” 주저하다가도 자꾸만 달리기 영상에 빠져들었다. 결국 결심했다. 일단 한 번 해보자! 뇌과학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달리기가 좋다고 하니 나도 한 번 해보지 뭐! 아프면 그만두면 되고, 재미없으면 안 하면 되지! 단, 이번에는 지난번 배드민턴처럼 풀세트 장비를 갖추고 6개월 만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러닝화를 사지 않고, 평소 신는 운동화로 조용히 시작하기로 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하던 요가나 열심히 하는 게 어때?”

그 말이 묘하게 자극이 됐다. 역시 나는 자극을 받아야 움직이는 사람이다. ㅋㅋㅋ 다음 날, 나는 조심스럽게 바깥공기를 쐬러 나갔다.




나의 첫 기록

천천히 걷다가 아주 조금씩 뛰어보았다. 처음에는 100미터도 채 뛰지 못하고 헉헉대며 걷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나는 매일 밖으로 나갔다.

나의 첫 기록

공원을 한 바퀴 돌 때 걷는 시간이 훨씬 많았지만, 점점 뛰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 나는 3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1월의 한파에 두터운 패딩을 입고 나선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적당히 몸을 데우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땀을 쭉 흘리고 난 후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첫 러닝화가 생겼다.







달리는 엄마, 앞으로 나아가는 삶

내가 주로 사용하던 닉네임은 ‘지구별 여행자’였다. 아이의 이유식 기록을 남기려고 운영했던 블로그에서도, 여행을 좋아했던 내 삶 속에서도 늘 그 닉네임을 사용했다. 남편과도 여행에서 만났고, 나는 항상 ‘내 삶은 지구라는 별에 잠깐 여행하듯이 다녀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누군가 말했다. 러닝은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이라고.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제 나는 엄마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라고 해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엄마이기에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훗날, 내 아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정말 멋진 여자야. 나도 엄마를 닮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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