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는 여전히 창작자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까?
모두가 챗GPT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열중이던 강의실. 조용히 손을 들어 질문했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 저작권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하나의 교육 자료를 만들기 위해선 폰트, 일러스트, 사진, 영상 등 많은 공수가 필요하다. 업무상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합법적인 사용' 여부가 언제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강사는 자신 있게 말했다.
“네,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뉴스 헤드라인은 연일 AI의 진보를 외치고, 서점에는 'AI 시대의 생존 전략'을 내세운 책들이 즐비하다. 어느새 나도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게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열린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수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토요일 오전, 1교시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인 강의장에서 챗GPT를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었다. 다소 어설펐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강사에 따르면, 앞으로는 퀄리티가 더욱 빠르게 개선될 거라고 했다. 그렇게 만든 이미지로 영상 제작까지 2시간 만에 수업이 끝나 버렸다. 이제 글이나 영상에 들어갈 이미지를 찾느라 몇 날 며칠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듯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작권 걱정 없이 써도 되는 걸까?'
수업 중 누군가는 "무민 그림체로 만들어줘", "지브리 스타일로 표현해 줘"라고 챗GPT에 요청했다. AI는 놀랍도록 그럴듯한 이미지를 내놓았다. 그런데 이런 요청이 가능하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창작 스타일이 AI에 의해 학습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 디자이너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누군가의 고유한 화풍이 아무런 허락도 없이 생성형 AI의 '데이터'가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마치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쓰는 듯한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수업 이야기를 전했다. 평소 저작권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남편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 우리는 진정한 글을, 진짜 창작물을 경험할 수 있을까?'
'노벨상의 가치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요즘엔 베스트셀러, 신간을 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건 사람이 쓴 걸까, AI의 손을 빌린 걸까?'
생성형 AI는 글도, 그림도, 심지어 시도 써준다. 이제 우리가 읽는 글, 보는 영상, 감상하는 그림은 정말 '사람이 만든 것일까?' 아니면 'AI가 조합해 낸 결과물일 뿐일까?'
25년에 걸쳐 『토지』를 완성한 박경리 작가, 자연과 감성을 담아내는 나태주 시인의 주옥같은 표현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 앞으로도 그런 깊이 있는 창작물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설령 만나게 되더라도 '정말 그 사람이 쓴 걸까?'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되지는 않을까?
저작권(著作權, copyright 카피라이트[*])은 창작물을 만든 이(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인 법적 권리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되는 권리이다. 저작권은 만든 이의 권리를 보호하여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작권자는 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사람이 복제·공연·전시·방송·전송하는 등의 이용을 허가하거나 엄금할 수 있다. 저작권은 지식 재산권의 하나로, 인격권과 재산권으로 나뉜다. 저작권의 내용은 나라마다 다르며, 국제법은 베른 협약에 바탕을 두고 있다.
- 출처. 위키백과 -
한때 저작권 개념이 부족했던 시절, 폰트를 무심코 다운로드하여 교육 자료로 쓰거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곤란한 일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자료 하나하나 출처를 확인하고, 라이선스를 검토하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사진 하나만 쓸 수 있다면 교육 내용이 훨씬 풍성해질 텐데...'
'이 영상만 넣으면 클로징이 완벽할 텐데...'
늘 아쉬움을 삼키며 저작권을 지켰고, 그것이 창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원하는 그림체의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고,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이 준 편리함은 때로 윤리적 고민을 불러온다.
생성형 AI는 분명히 강력한 도구다. 시간을 절약해 주고,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하지만 그 도구가 어디서 무엇을 배웠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는 과연 우리가 무관심해도 되는 걸까?
'창작'이란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시간과 노력, 감정의 축적이다. 하물며 브런치에 글 하나 올리는 데도 '작가의 서랍'에 몇 번은 들어갔다 나와야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우리는 지금, 그 창작의 가치를 기술의 편리함과 맞바꾸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도 진짜 작가는, 진짜 창의력은 알아보게 돼 있어.'
그 말이 맞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사용하는 '편리함'에 앞서, 그 도구가 가진 윤리적 책임과 저작권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닐까.
사진: Unsplash의Brandi Re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