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날 마음이 생겼다.
강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긴 시간을 함께해 온 직업. 지난 겨울, 난 그 일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아니, 내려놓아할 때라고 생각했다.사실, 그 일이 나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10년 가까이 해 오고도 이런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이 새삼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이 조용히 흘러갔다.
“넌 교육을 해야 하는 사람이야. 시간될 때마다 교육안을 만들어 봐.”
“전 그냥 지금이 좋아요. 마음이 편해요.”
마음껏 주저앉아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를 다그치던 선배. 회사에 다니지 않는 지금도 우리는 종종 만나고, 선배는 늘 “그래, 네 마음이 편하면 됐지”라고 말하다가도 결국엔 “그래도 넌 교육을 해야 하는 사람이야”라며 내 안의 무언가를 아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00교육청의 000입니다. 강의 의뢰 건으로 연락드립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잔잔했던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회사에 있을 때 사용하던 강의안들은 퇴사와 함께 정리했을 뿐더러 더이상 사용할 수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고민 끝에 깨달았다. 지금이 아니면, 나는 아마 다시 시도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다시 강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다시 배우고, 다시 쓰고, 다시 서 보는 자리. 두려움도 있지만, 그보다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시작해보려 한다. 그리고 오늘, 다시 듀얼 모니터 앞에 앉아 조용히 논문을 펼쳐 들었다. 멈춰 있던 시간이 비로소 앞으로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