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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Oct 21. 2020

행복한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행복을 추구하는 간소한 삶

2014년 어느 날,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었다.
나는 열심히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나 블로그에 방문해서 글을 읽고, 공부하고, 따라서 실천해 보았고,
한 군데씩 정해서 정리를 했다.

부엌, 거실, 방 여러 곳을 하루에 한 곳을 정해서 치우고 정리했다.

그동안 내 삶의 나이테처럼 집안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켜켜이 많았고, 어떤 것이든 추억이 있다며 나는 사용하지도 않으면서도 버리지도 않고 있었다. 그것을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다.

내가 정한 기준선 안에 집안이 어느 정도 치워진 날,

신랑이랑 딸이 조금만 어질러도  맘에 안 들고, 왠지 시험을 잘못 본 학생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괜히 가족들에게 내가 정리한 곳을 어지르지 말라며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그랬다.

가족들은 내 기분을 살피며 눈치를 보았고 내 방식의 미니멀 라이프를 불편해했다.

이 모든 것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잘못 알아서 벌어진 일들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마음부터 비워내는 거라는 걸,

시간이 더 흘러서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마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뭔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종종 대는 마음을 먼저 심플하게 비워내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 라는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우선 가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가족들이 적당히 어질러도 눈감아 주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 베란다에서 모조리 치워버렸던 화분들 대신,
요리할 때 사용하려고 로즈메리, 민트, 바질 등을 다시 키우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샐러드에 허브를 넣어주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흙이 떨어져서 베란다가 지저분해져도 개의치 않고 다시 키우게 됐다.



햇살 샤워중인 애플민트와 바질


식사시간마다 샐러드를 너무 좋아하는 신랑과 아이를 위해,

신선한 야채 과일이 들어간 샐러드는 식사메뉴에 빠지지 않는다.


베란다에서 키운 바질과 로즈마리가 사용된 매뉴



나는 집에서 빵도 다시 굽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 제빵 기구들을 이미 증정하거나 팔았지만,

방금 구워낸 빵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제빵 구들 중 몇 가지는 다시 샀다.

거품기 없이 달걀흰자 거품 내려니 팔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유자청을 넣어 구워낸 빵



아이는 모양은 투박하지만 집에서 내가 갖구워 주는 빵을 우유와 같이 먹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구워내는 빵은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 계절에 맞는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봄과 여름쯤에는 베리류를 넣고, 가을과 겨울에는 레몬청이나 유자청을 넣어서 구워내기에,

아이는 빵 냄새만 맡아도 어느 계절에 먹는 건지 느낌으로 알아낸다.

내 아이의 유년시절에 기분 좋은 향과 맛이 엄마가 집에서 구워주는 빵인 것이다.

나는 이런 아이의 추억을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며 모조리 없애버렸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을 간소화해서 정말 필요한 것을 남겨두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나는 집에서 다시 빵을 굽기 시작했고, 아이의 유년시절의 추억도 지켜줄 수 있었다.


날이 선선해지는 계절이 되면, 빵을 구워달라는 아이의 요청이 들어온다.

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빵을 구워내면,
아이가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서,
집안이 빵 냄새로 가득 차서 너무 좋다고 말하며 행복해한다.

기분 좋은 빵 냄새로 가득 찬 집안에 아이의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가 음악의 멜로디처럼 흔들거리며 퍼진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나는,


"미니멀 라이프도 
내가 정해놓은 적정선이 필요한 거구나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가 있어야 하는구나"

를  알게 됐다.



지금은 내가 정해 놓은 적정선 안에서


어느 정도의 적당히가 허용되는


나만의 행복한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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