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주용씨 Jun 18. 2024

<인사이드 아웃2> 보기 전에 <인사이드 아웃> 복습!

내 안에 있는 감정을 만나는 신비로운 경험!

요즘 감정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났다. 




11살의 라일리를 통해 내 안에 있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을 만난다. 어쩌면 이렇게 각 감정들의 개성을 잘 살려 표현해냈는지 픽사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밖으로 나와 '우리가 너를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구!'하며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섯 가지 감정들이 모두 다른 색깔인데 이상하게 기쁨과 슬픔은 머리 색깔이 똑같이 파란색이다. 양극단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이 두 감정의 사이가 그리 나빠보이지도 않는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 영광,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손, 미움,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로 설명했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을 안에 담고 사니 정말 사람 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오해하기도 하고 내 감정조차 어쩌지 못해 허둥대곤 한다. 


우리들은 정신이 큰 변화를 받아서 때로는 한층 큰 완전성으로, 때로는 한층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정념은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설명해 준다.

스피노자 『에티카』

기쁨과 슬픔을 가장 큰 축으로 해서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이 나의 인격을 형성하고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인사이드 아웃>의 설정은 상당히 흥미롭고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감정 콘트롤 본부에서 이탈하게 된 기쁨과 슬픔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남아 있는 버럭, 까칠, 소심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감정들을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혜신의 심리학 책 『당신이 옳다』에서 말한 것처럼 감정이 그런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슬픔을 버리고 기쁨만 감정 본부에 돌아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기쁨이 자꾸만 슬픔을 챙긴다. 결국 슬픔이 없이는 기쁨을 느끼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슬픔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한 시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  나의 기쁨은 너무 가볍다. 

내 안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나를 좀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감정이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그래서 내 감정을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것이 성숙함이다. 


서은국은 『행복의 기원』에서 말했다. 일상에서 행복을 많이 느끼기 위해서는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더 자주 하면 된다고. 그리고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내 가족들이 나와 함께 있으면서 기쁨의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가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날 때, 그리고 용기가 필요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즐거운 추억이 큰 힘이 될 테니까. 지금의 나처럼.




2020년에 <인사이드 아웃>(2015)을 보고 쓴 감상평이다.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왔다. 최근에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되었고 오늘 아침 큰아들이 보러 간다고 하길래 생각이 났다. 나도 조만간 <인사이드 아웃2>를 보러가야겠다. 오늘은 어떤 감정들로 내 하루가 채워지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