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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말 부부로 산다는 건...

결혼 26년 만에 처음 주말 부부가 되었다

by 유쾌한 주용씨 Jan 05. 2025

올해 우리 부부는 주말 부부로 산다. 오래 전에 서로 사이가 안 좋아져서 잠시 떨어져 지낸 적은 있지만 남편 회사 때문에 이렇게 정기적인 주말 부부가 된 건 결혼 26년 만에 처음이다. 좋고 싫고 선택할 여지도 없이 남편은 승진과 함께 지방 본사로 발령 받아 1월 1일에 짐을 옮겼다. 연말 형제들 송년회에서 언니는 "우리 주용이 복 터졌네" 하며 나를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이 좋게 지내던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서운하기만 해서 남편의 승진도 주말 부부도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남편은 지난 수요일에 짐을 옮기고 목요일 새 일터로 출근했다가 저녁에 다시 집으로 왔다. 금요일에 인수 인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주말 부부의 시작은 내일부터다. 남편은 오늘 저녁에 다시 2시간 떨어진 지방으로 간다. 본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게 된 남편은 지방 지사와 본사의 다른 분위기에 좀 긴장한 듯하다. 경력도 스펙도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큰 것 같다. 토요일 내내 새 업무를 익히느라 강의 듣고 책 보며 지냈단다. 나이 들어 새것을 배우고 낯선 곳에 적응해야 하는 남편이 좀 안쓰러워 보였다.


주말 부부로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아를 고민한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면 남편 없이 독박 육아를 해야하니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것 같다. 또 다른 부류는 남편의 외도, 혼자 지내는 외로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토로한다. 대부분 신혼 부부나 10대 자녀들을 양육하는 비교적 젊은 부부들의 고민인 듯하다. 물론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 부부를 할 수 있다며 장점을 늘어놓은 사람들도 있다. 연애 감정을 유지하며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단다. 주중에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떨까. 50대가 되어 주말 부부로 산다는 건 장점이 많을까 단점이 두드러질까. 우선 우리 두 아들은 다 컸다. 큰아들은 전역해서 알바하며 자기 용돈 쓰고 있고, 작은아들은 군대 생활 잘하고 있으니 육아에 대한 걱정은 없다. 사람일 모르는 거긴 하지만 우리 남편이 바람필 일은 없을 듯하다. 젊었을 때도 그런 문제 하나 없던 사람이 이제 와서? 늦바람이 무서우려나? 아무튼 지금 당장은 이런 걱정 전혀 없다. 오히려 남편이 타지에서 너무 외로울까봐 걱정이다.


우리 부부는 주중에도 퇴근하고 나면 자주 술잔을 기울이는 찐 술친구였다. 그런데 이젠 토요일 저녁에만 가능하다. 물론 남편은 그곳에서 같은 숙소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낼 것이고 조만간 술친구도 사귈 것이다. 모든 사람들과 편안하게 지내는 무난한 성품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힘든 속내를 털어놓은 편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속으로 곪을까봐 마음이 쓰인다. 나이가 들수록 남편도 나도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 돈보다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 부부는 둘이 있을 때 좋았지만 떨어져 있어도 각자 자기 시간을 잘 살 거라 믿는다. 나는 올해 1년을 PDS 다이어리를 쓰며 미친 듯 열심히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주말 부부가 된 것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주중 저녁에 남편과 술과 야식을 먹는 대신 책 읽고 요가하며 건전한 시간을 보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목표로 하는 건강한 다이어트, 성공할 수 있을 않을까. 남편도 내가 없는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 푼다고 혼자 술 마시고, 밤 늦게까지 유튜브 보느라 숙면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50대의 우리 부부. 좀 이른 은퇴와 한적한 지방에서 둘만의 제 2의 인생을 꿈꿨다. 두 아들이 빨리 자기 자리를 찾아 독립해야 하고, 우리 부부가 아픈 데 없이 건강해야 하고, 어느 정도 자금이 모아져야 한다는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르긴 하지만 우리가 그리는 노후는 비슷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게 좋았다.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우리의 꿈을 더욱 간절하게 하고, 더 탄탄하게 준비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각자의 건강을 챙기고, 두 아들에게 든든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건전하고 소박한 생활로 저축을 늘리는 올해를 살기로 다짐해본다.


50대에 주말 부부로 산다는 건... 기대와 설렘과 성장과 애틋함과 꿈이다. 남편이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좀 덜어놓고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내가 더 잘해야겠다. 주말에 집에 와서 편히 쉬고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안주인으로서 집과 가족을 더 살뜰히 챙겨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1년의 목표를 이뤄갈 것이다. 매일 글쓰기로 두 번째 책 출간 계약, 논술 강사로서 질적 양적 성장, 건강한 다이어트로 10kg 감량. 남편이 없는 곳에서 꾸준히 성장해서 1년 후 남편을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고 결심한다. 즐거운 상상, 행복한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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