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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원 Jan 06. 2023

[VC동향] 거시경제지수와 벤처투자

다양한 거시경제변수 동향, 그리고 벤처투자와의 상관관계

FOMC '연내 기준금리 인하 없어'


2022년 12월 FOMC 의사록이 오늘(01/05) 공개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23년 내 금리 인하는 없다 (위원회 전원)

목표 물가상승률(2%) 도달까지 계속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다

금리인상 속도를 줄이는 것 ≠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 약화

시장이 연준의 스탠스를 오해하면 그동안의 긴축이 물거품이 될까 우려됨


즉, 아직 금리 인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 하에 지난 12월 50bp 인상을 결정한 것입니다. 미 연준이 곧 피벗한다는 시장의 기대감은 오해라며 경계심을 내비쳤습니다. 실제로 연준위원의 의도를 반영하는 dot plot(점도표)은 2023년 최종 기준금리(FFR)를 5.1%(5.0~5.25%)로 전망합니다. 지금보다 75bp나 더 오를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 위원은 이것도 부족하니 5.4%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FOMC dot plot - 기준금리 중위값 그래프 (출처: FRED)


JOLTs '구인 >> 구직'


FOMC 의사록과 함께 미 노동부에서 11월 JOLTs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의 약자인 이 보고서는 미국의 당월 구인·구직 현황을 보여줍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구인건수: 약 1,046만건 (전월 대비 -5만건)

실업자 및 구직자수: 약 600만명

실업자 1인당 구인건수 배율: 1.7

코로나 이전 미국의 실업자 1인당 구인건수 배율은 1.2 수준이었습니다. 아직 코로나로 촉발된 폭발적인 구인 수요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경제지표는 수치 자체보다는 컨센서스 대비 상회/하회/부합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11월 구인건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1천만건이었기 때문에 컨센서스를 상회한 결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와 근로계약을 맺으면 $500을 드립니다 (21년 초)

상기 이미지와 같이 전례없는 구인난은 '21년 초에 극에 달했습니다. 당시 파격적인 실업수당으로 집에서 격리 핑계로 뒹굴거리면 매주 70만원 정도가 입금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구직건수가 800만건 정도였습니다. 이후 실업수당 지급을 종료하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리라는 기대를 했으나...18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도 노동시장의 초과수요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JOLTs가 거시경제에서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고용지수는 긴축이라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상승률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기업은 고용을 줄여 실업률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과열된 노동임금이 제자리를 찾고, 소비를 줄이면서 물가가 잡힙니다. 그런데, 미국은 계속 금리를 인상함에도 여전히 노동수요가 넘치는 상황입니다. 아직 금리인상를 버틸 체력이 있다는 겁니다.


금리인상이 벤처캐피탈에 미치는 영향


1. 창업자 입장


사실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일단 돈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기보, 신보, 중진공 등 융자만 해도 이자율이 올라갑니다. 물론 기준금리와 시차를 두고 상승하며 보증연한이 굉장히 길지만 그래도 '빌린 돈에 대한 대가가 비싸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VC-PEF 그로쓰-메자닌-IPO로 이어지는 자금조달 시장이 쪼그라듭니다. 단순히 '금리 올라가면 스타트업 가치가 떨어진대!'라는 단편적인 논리로 대하기엔 현재 자본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다각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예비·초기 스타트업의 대표가 고객과 제품에만 집중해도 되었던 '낭만의 시대'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도 필연적으로 삭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관련 예산이 줄었으며, 예전같으면 브릿지 라운드를 오픈했을 견조한 성장세의 스타트업도 기보·신보 융자에 대해 문의하기 시작했습니다. 


2. 벤처캐피탈 입장

 

IB 사이드에서 금리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작년 10월 미국의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IPO 규모는 95% 감소하는 최악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기관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현저히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M&A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담보를 걸고 빚을 내어 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인수금융이라고 합니다. 인수금융 금리는 현재 10% 이상입니다. IPO도 다르지 않습니다. '큰손'들이 파이낸싱을 통해 레버리지로 자본시장에 공격적으로 참여하지 않습니다.


Growth capital이라 칭하는 후기 스테이지는 이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각종 연기금이 더 이상 그로스 캐피탈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IORB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Interest-rate on Reserve Balance로 보통 지준부리라는 용어로 치환됩니다. 상업은행이 미국의 (사실상의) 중앙은행인 연준에 예금(지불준비금)하면 주는 이자입니다. 해당 이자율는 아예 망할 우려가 없는 '무위험수익률'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월 5일 현재 IORB는 4.4%입니다. 마찬가지로 위험이 거의 없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3.7%입니다. 예전에야 비상장 주식/메자닌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장했지만, 지금은 절대(라는건 없다지만) 망하지 않을 미국 장기 국채가 3.7% 수익률을 제공합니다.


이제, 제가 직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벤처캐피탈 스테이지(시리즈 A, B 이러는 것)에도 이러한 침체가 느껴집니다. 지난 라운드와 동일한 밸류로 투자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본래 생각했던 밸류에서 기본적으로 50% 할인율이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VC는 리스크 감수를 꺼립니다. 주력 포트폴리오사의 후속 투자에 집중합니다. 'A투자사가 커밋하면 우리도 클럽딜로 참여하겠다'며 눈치싸움에 돌입합니다. 몸을 사리는 것은 비단 VC뿐이 아닙니다. 펀드에 출자하는 LP(유한책임투자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초기 투자는 여전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 부분은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침체에 투자한 회사가 10년 내 유니콘이 되는 케이스가 정말 많기도 하고, 예전에는 스코프에 들어오지 않던 우수한 스타트업과 투자를 논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생깁니다. 시드 라운드에 투자를 검토하는 저 또한 이 부분을 체감하는 중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극심한 리세션에 돌입했지만 역설적으로 창업을 한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겠습니다.


경기 침체(esp. 스타트업)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저도 잘 모르겠지만 2024년부터 금리가 인하된다면 시차를 두고 스타트업 씬도 다시 활기가 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전에 경기 선행 지표를 하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제가 친한 친구 A에게 돈을 빌립니다.

나: 나 십만원만 빌려줘, 급해!

A: 언제 갚을건데?


10분 뒤에 갚을 때와, 10년 뒤에 갚을 때 상식적으로 채권자는 후자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즉,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받을 수 있는 이자(즉 수익률)가 더 큽니다. 그런데, 채권의 만기가 길어져도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이 같아지더니...

수익률 곡선 평탄화


급기야 아래와 같이 단기채가 장기채보다 수익률이 커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합니다.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위 두 이미지가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단기채권의 수익률도 바로 따라 오름

원래라면 장기채권 수익률도 따라서 올라야 하는데, 경기가 나빠질 것 같음

사람들이 단기로 돈을 빌려주려고 안하고, 장기채권에 돈을 묻어둠 (유동성 경색)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그래프의 회색 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각각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코로나 시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를 알리는 선행지표입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지금은 -0.6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이 되려면 '기준금리 인하-단기채권 수익률 인하-유동성 회복'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24년 상반기에 이 과정이 시작되어 하반기쯤에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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