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날 저는 잠들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도 책을 사주지 않으면 어쩌지, 나라도 사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출간 전에 구매 예약을 받았는데요, 물론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했을 겁니다. 전 오히려 그런 일을 만든 출판사를 원망했습니다. 무명작가의 책을 누가 예약까지 하며 읽겠는가. 한숨만 푹푹 쉬었습니다.
그런데, 예약 첫날에 천 칠백 명이 넘는 분들이 제 책을 구매했습니다. 아직 실물도 없는 예약인데 말이죠.
와우!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지요. 이건 뭐지? 라며 볼이 벌게지도록 꼬집어도 봤는데요, 틀림없이 아팠던 기억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아직 시작도 안되었지만 전 그때부터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9월 6일, 브런치 메일을 받았습니다.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세 번의 탈락 후에 네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떨어진다면 브런치 앱을 지워버리고 다시는 브런치를 거들떠보지도 않겠노라, 나를 떨군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라며 혼자서 브런치팀에게 저주를 걸기로 작정했습니다. 다행히 그 저주를 내리지는 않았지요. 제가 네 번째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난 12월 24일에 저는 한 통의 메일을 받습니다.
착각이었을까요. 작은 깃털 모양의 브런치 알림이 타조의 깃털처럼 크게 보인 것은.
출간 제의였습니다. 그 후 몇 분 동안의 통화, 저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 한 마디만 빼고.
편집장님은 멍해져 버린 제 상태를 금세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녀는 자세한 건 만나서 대화하자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오늘 최고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저런 통화 후에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굴뚝이, 루돌프가, 산타 할아버지가, 하이얀 눈이 없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어느 정도 원고가 준비되어있었지만 해야 할 일들이 많았어요. 먼저는 추가로 글을 써야 했습니다. 미리 써둔 30여 개의 꼭지 외에 20개의 글을 더 썼습니다. 목차도 다시 짰어요. 책임 편집자와의 쉼 없는 핑퐁게임이 시작된 거지요. 예의범절을 장착한 편집자는 세련되고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공격할 때는 예리한 창을 던졌고 망설임 없이 시위를 당겼어요. 그녀의 공격에 아파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 반대였어요. 누구도 제 글에 그리 많은 의견을 보내준 적이 없었거든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운도 따랐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나태주 시인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책으로만 뵙던 분들의 문장을 제 책에서 추천사로 읽을 수 있다니요. 감개무량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겠죠. 1쇄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만 있는데요, 나태주 시인께서 많이 바쁘셔서 출판사에서 보낸 메일을 읽지도 않으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만으로도 감지덕지였기에 그런가 보다 했지요.(현재 저는 이해인 수녀님과 카톡 친구입니다. 가문의 영광이라 할 만하지요, 참고로 그분은 저의 어머니와 동갑이십니다.)
출간 후 보름쯤 지나 편집자님의 전화가 왔어요. 평소 침착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 악! 작가님. 나태주 시인님께 연락이 왔어요.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바쁜 일이 있어서 메일 확인이 늦었다고 해요. 2쇄부터는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 나태주 시인님 추천사도 올라갈 거예요.
한 달쯤 뒤에 나태주 시인님의 신간이 나왔죠. 한참 바쁘실 때였는데 추천사를 써주신 거였어요. 한 때 베셀 목록에 나태주 시인이 추천한 제 책과 나태주 시인의 신간이(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나태주/열림원, 2020-06-30) 나란히 올라있었어요. 정말 영광스럽고 꿈만 같았습니다.
책이 신문에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일보, 강원일보, 네이버 뉴스 1 등. 인터뷰 요청도 많았어요. 채널예스 7문 7답, 네이버 JOB & 과 인터뷰를 했지요. 그러다가 대박 사건이 일어나는데요, 110만 구독 유튜브 채널인 김미경 TV에 제 책이 소개된 겁니다. 김미경 TV 구독자분들, MKYU 유튜브 대학생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김미경 원장님이 방송 말미에 과제를 내셨어요. 제 책을 읽고 낭독 영상이나 필사를 하는 것인데요, 와우! 수백 개의 리뷰가 계속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도 속속 올라왔죠. 아직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인스타를 열고 정성 가득한 리뷰를 읽습니다. 제게는 독자들의 감상문이 비타민이랄까. 보고 또 봐도 신기하고 행복합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두둥!
8월 25일. KBS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출연한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너무 떨려서 전날 밤에 우황, 방송 당일에 청심원을 먹었지요. 그 덕분인지 방송은 그리 떨리 않고 끝낸 것 같습니다. 입이 너무 말라서 물만 계속 들이켰지만.
며칠 뒤에는 가톨릭 방송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치매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제법 바쁘게 지냈습니다. 써야 할 글은 쓰지 않고 말이죠. 두 번째 책은 지지부진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또 열심히 달려갈 거라고 무작정 믿고 있습니다만.
2020년 6월 10일 출간 후 4개월여 만인 2020년 10월 15일에 5쇄를 찍었습니다. 5쇄는 문화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한국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진행하는 사업, <문학 나눔 2020>에 선정되어 작고 동그란 마크가 추가되었어요.
일전에도 살짝 언급했습니다만 리디북스에서 제 책,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를 웹툰 제작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계약 사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다른 경우에 비해 어마어마한? 금액의 계약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것 같습니다.
요런 식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2020년 10월 15일에는 농촌여성신문에 거의 한쪽 면 전체를 차지한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둬야겠습니다. 담당 기자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나름대로 숨 가쁘게 달려온 4개월인데요,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해서 구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저인데도 많은 구독자분들이 선한 응원과 다음 책을 기다린다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래서 근황도 알려드리면서 각오도 다질 겸 이 글을 씁니다.
전 매일 글을 쓰려고 하면 금세 지친다고, 글쓰기가 숙제가 되지 않도록, 각자의 패턴에 맞게 쓰시라고 권해드렸는데요, 제가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더니 글 쓰는 감이 영 떨어진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노선을 변경해야겠어요. 글은 단 몇 문장이라도 조금씩 매일 써야 한다고요. 쓰지 않으면 감각이 무뎌진다고요.
돌이켜보면 저는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누군가 제 글을 읽어준다는 것이, 라이킷이나 댓글로 공감을 받는 일이 저를 계속 쓰게 했습니다. 그렇게 글이 모였던 것입니다. 글이 모이자 출간 제의를 받을 수 있었던 거겠죠.(운도 한몫했을 겁니다만)
책 한 권을 내고 제가 잠시 초심을 잃었던 게 아닐까. 작가라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란 사실을 잠시 잊었구나! 하고 오늘 반성을 해봅니다.
작가는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다,라고 하더군요.(강원국 님의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인용)
저는 야밤에 활성화되는 편입니다만,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꾸준히 글집을 짓겠노라, 하고 다짐을 해봅니다.
혹시, 글을 쓰며 사람들의 반응이 적어서 실망하신 브런치 작가님이 계신가요? 제가 출간 제의를 받을 때 구독자수가 50명쯤 된 것 같은데요, 어쩌면 그 이하일 수도 있고요.
구독자수가 기회를 만드는데 도움은 될 것이지만 또 그게 다는 아닐 것입니다.
현재도 몇 만 명, 몇 천 명의 구독자가 있는 인기 작가님들에 비하면 갈길이 멀지만, 제 구독자분들은 일당 백이라고 할까.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큰 호응이 없어도 묵묵히 글을 쓰는 작가님들, 많은 분들이 찾아주지 않아도 기운 빠지지 않기를 바라요.
그리고, 독자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라이킷과 댓글은 글 쓴 이에게 생각보다 더 큰 힘을 준답니다.
하루하루 글을 쌓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쓴 글들이 그 기회를 줄 것이라고, 우리가 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글이 우리를 만들어간다고, 글을 통해 점점 단단해진 당신이 다시 야무진 글들을 또박또박 쏟아 낼 것이 아닌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