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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Walking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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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Mar 29. 2024

Walking Diary1.

2024.03.29.


주차를 하고

출근길에 본 뿌옇게 흐린 하늘이 신경 쓰여

날씨앱을 확인했다.

미세먼지 최악.


잠시 머뭇거리다

검은색 KF94 마스크를 쓰고

비장하게 차 문을 열고 나갔다.


며칠 동안 비도 오고,

아침에 처리할 일도 많아

산책을 하지 못했기에

오늘만큼은 그냥 걷고 싶었다.


곳곳에 봄의 기운이 한껏 응집해 있었다.

곧 긴 겨울잠을 잔 새싹과 꽃잎들이 일제히

축포를 터뜨리듯 우수수수 팡팡

터져 나올 테지.


개울가를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를 보면,

영국의 전원 풍경이 떠오른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는

혼자 달콤한 상상을 하며 걷곤 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혹은 사진 속에서 보았던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을 거닐고 있다고.

오늘은 비가 오려는지 축축한 공기가

상상에 불을 지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의 촉감과 냄새가

온몸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일부러 의식한 게 아닌데도

어느새 요크셔 지방의 Wakefield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떠오른다.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조각조각 두서없이 떠올라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러닝보다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걷는 동안 주변 풍경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엔 미래의 어느 순간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생각의 유희가 가능한 시간이라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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