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당신은 '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나요?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 임지이 저

by 짱고아빠

책을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주제, 저자, 표지 디자인 그리고 제목이다. 가리지 않고 읽는 잡식성이긴 하나 주로 자기계발 서적은 피하는 편이며, 이 반드시 거르는 저자 리스트도 두 자리 숫자 이상 가지고 있다. 가급적이면 깔끔한 표지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고 이것 이외에 제목에서 꽂히면 그냥 꺼내 읽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


제목을 몇 번 읽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정말? 나 지금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을까? 책은 마흔이 다 된 나이에 갑자기 실업자에서 웹툰 작가가 된 자서전이다. 마흔이 다 된 나이,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에 갑자기 실업자가 되면 나는 어떨까? 나라면 꽤 실망했고 해왔던 일을 관성처럼 찾아다니며 또 다른 어느 복지관에 있었을 것 같은데, 저자는 그 순간에 쉼 아니 나다운 삶을 선택한다.(물론 절대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고 회상합니다만...) 마냥 웃기만은 힘든 에피소드지만 그는 이 순간을 견디기 위해 공장에서 나사를 박기도 하고, 엄마 돈을 삥땅 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SNS에 올리고, 그렇게 그는 그의 인생에서 '나의 시간'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는 이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과정이 모든 점들이 연결되었다고 말한다.


마흔. 어느 정도 계획이란 걸 세우고 살았다지만 이제 와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사실 내 계획대로 된 일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로 적거나 없다. 그런데 또 돌이켜보면 내가 상상 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는 굴러왔고 그렇게 여기에 서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내 계획과 달리 굴러가며 만난 무수히 많은 점과 점이 이어진 삶. 그 삶이 때론 웃기기도 때론 슬프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여기에 서있다.

겨울을 견디면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겨울이 와야지 봄도 온다는 사실까지는 망각하기 일쑤다. 오늘 겨울 같은 삶을 지나고 있는 이들도 계실 거다. 그런 분들께 추천한다. 그리고 이 겨울을 어떻게든 버티시라 응원한다. 이 겨울도 결국 지나고 나면 한 점이 되어 있을 것이고 나중에 우리 이 겨울을 회상하며 술 한 잔 기울이자고. 우리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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