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구조로 만드는 일
사회복지 현장에서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꺼내본 적 있으세요? 어릴적부터 철이 없던 저는 꽤 여러 번 공식석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고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어색한 공기가 흐르곤 했어요. “사회복지사가 무슨 마케팅이야” 대학 시절부터 듣기 시작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지금도 여전히 듣고 있기도 합니다.
처음엔 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 우리는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마케팅까지 알아야 돼? 그때는 진심이면 된다고 믿었어요. 우리가 진심이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진심이면 이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라고. 실제로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죠.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마음을 담아 일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고. 어떤 사람들은 마케팅이라는 자본주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본래 목적을 훼손한다고 여기기도 하죠.
그런데 사회복지 현장에 있으면서 그 믿음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순간들을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정성껏 기획했어요. 예산도 잘 짜고, 자료도 꼼꼼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정작 참여자는 안 모입니다. 홍보를 한다고 포스터를 붙이고, SNS에 올리고, 아는 곳에 전화도 돌려보지만 반응이 없죠. 선배들에게 묻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묻습니다.
“내가 뭘 놓쳤을까?”
마케팅. 저는 아무도 듣지 않는, 아니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외치고 있었던 거예요. 진심만 가득 담아서요.
진심과 마케팅은 대립관계가 아닙니다. 마케팅은 오히려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됩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유도하는 일.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참여하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한 사람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후원을 결심하고, 캠페인을 공유하는 흐름을 만드는 일. 우리는 이것을 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마케팅은 원래 ‘상품이나 서비스를 재화로 교환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홍보는 ‘널리 알리는 것’이고요. 엄밀히 구분하자면 다른 단어이기에, 비영리 섹터에서 마케팅이 아니라 홍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이 두 단어를 그렇게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지는 않죠. 저도 이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어의 구분과 정의로 인한 불필요한 논쟁은 정작 필요한 것을 놓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단어를 쓰든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간다는 거예요. 진짜 중요한 건 좋은 걸 좋은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죠.
이제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사회복지사도 어떤 의미로는 마케터가 맞습니다. 다만 우리가 다루는 상품이 조금 다를 뿐이죠. 우리는 어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가치를 전하고 변화를 설계하니까요.
마켓(Market)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조금 쉬워요. 사람들이 모여 사고팔고 이야기 나누던 장터. 그런데 그 마켓에서 꼭 물건만 오가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공감과 신뢰, 의미와 감정을 나누는 장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저는 더 이상 이 단어를 우리가 어색해하거나 단어의 의미에 갇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회복지사인데 마케팅도 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저는 마케터입니다. 좋은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을 하죠”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가 진심을 다해 만든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진심이 더 정확하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마케팅이니까요.
나아가 전 이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우리가 전문성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스킬을 필요로 하는 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