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실 안의 야크'를 보면서 그리워진 부탄

프롤로그

by 꿈싹지기

와우~ 부탄 영화라니...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던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가 그 이듬 해인 2020년 가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부탄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지만, 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니 작품성도 인정을 받은 셈이어서 강렬한 끌림을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영화는 지방의 소도시까지는 내려오지도 못하고 국내에 겨우 3 곳 정도에서 개봉이 되었다.


이럴 때 쓰는 좋은 방법은 영화관을 전관 대관해서 상영하는 방법이다 싶어서 예전에 영화관람 프로그램을 할 때 알아둔 영화관의 책임자에게 요청을 했고, 전관 대관이 잘 진행이 되는가 싶더니 결국엔 코로나19에게 발목을 잡혀 버렸다. 130석짜리 한 관을 빌리면 거리 두기를 해도 65명 정도는 관람을 할 수 있으니 전관을 대관한다고 해도 관람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가격 할인 효과까지 주는 것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 영화에 이 정도 수량의 티켓은 정가로 관람자를 구해도 티켓은 충분히 소진이 될 것으로 예상은 했고 예약자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진행 상황이 심상찮아서 단체로 모이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결국은 포기를 하기로 했다.


영화관에서의 관람은 물 건너갔고 이제는 언제나 되어야 DVD가 나올까 고대를 했고, 혹시나 영화 파일이 시중에 풀리려나 싶어서 쉼 없이 검색을 했다.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그 해 12월에 파일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시중에 풀린 파일은 최고의 화질은 아니지만 부탄의 자연 풍광이 주는 감동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화질이었다. 자막이 제대로 달려 있나 살짝 걱정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자막은 부산국제영화제 주최 측에서 제공한 자막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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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탄에 다시 가는 상상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다.


2017년의 첫 부탄여행 이후로, 2019년에 두 번째로 부탄을 다녀왔다. 그 이후로 2020년에도 연달아서 부탄으로 함께 갈 사람들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처음 부탄을 다녀오고 여행 중에 생긴 궁금증들을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서 공부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여행기나 책자에만 의존하기에는 현지에서 느낀 궁금증을 풀기에는 부족했다. 부탄을 다녀오면서 현지에서 구입한 영문판 서적들도 한몫을 했다. 여행 일정 동안에 반복되었던 가이드의 안내와 기본적인 코스에 대한 자료를 섭렵한 후에 어떤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솟아 나왔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부탄여행을 한 번으로 끝낼 것이다. 그러기에는 비용이 만만찮은 것이 부탄여행이다 보니 한번 갈 때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어떤 여행에서든 진리가 된다.


코로나19가 진행되던 2020년 초에 부탄 현지의 대행사 담당자에게 알아보니 부탄도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 경로를 모두 막아 버리고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부탄에 다시 가지 못한 그리움의 감정에 휩싸였다. 영화의 초입에 잠시 여행 중에 들렀던 곳들의 친숙한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고, 주인공 ‘도지 유겐’이 Lunana로 가는 6일간의 트레킹 장면에서는 나의 짧았던 1박 2일 트레킹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풍경들이 겹쳐지기도 했다.


영화 속에 보이는 부탄 사람들의 모습은 실제 그대로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었고, 여행에서 익힌 그들의 관습들도 친숙하게 그려져 있다. 다만 몇 번의 체험여행으로는 부탄의 모든 것을 볼 수가 없었던 탓인지 주인공인 교사 초년생 ‘도지 유겐’과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수도 팀푸의 젊은이들의 도시적인 일상이나, 부탄에서도 극도의 오지인 Lunana에서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오지 생활의 장면들은 약간은 낯선 느낌이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서 보았던 부분들은 그 중간쯤의 모습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 풍경 속에도 나를 넣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두 번의 부탄여행에서는 아직 부탄 사람들의 그 티 없는 삶의 모습에는 근처에도 못 가본 것 같다. 그래도 좋았던 매력들, 우리에게는 없어져버린 과거형이 되어 돌이키기가 어려워진 매력들만으로도 짧은 여행의 시간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과거의 먼 시간 속으로 이미 사라져 버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매력까지 다시 느껴보는 기회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는 순간을 상상하며 다시 부탄으로의 여행을 갈 기회를 나는 항상 그리워하고 있다.


1d7087f6343f988b84dfd2306334a9e31f130ff2.jpg 살돈이 '야크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영화 속의 한 장면. 하지만, 부탄의 고지대에 가면 항상 구름이 발아래에 깔리는 풍경을 접할 수 있어 일상인 풍경이다.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부탄 젊은이들의 고민


영화에서 보이는 주인공 ‘도지 유겐’의 고민은 요즘 부탄의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탄을 떠나 외국으로 갈 계획이라는 ‘유겐’의 말에 루나나의 촌장이 나직이 읊조리는 대사에는 그런 젊은이들의 고민에 대한 부탄 기성세대의 생각이 투영된다.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지만 교육을 많이 받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요.’


자기 나라를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꿈을 가지고, 현재의 부탄의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유겐’인지라 루나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는 다시 자기가 살던 도시인 수도 팀푸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유겐’도 어쩔 수 없이 순수한 부탄 사람인지라 학급 반장인 ‘펨 잠’의 똘방진 모습과 아이들과 며칠간을 지내는 동안의 느낌만으로도 정해진 임기 일 년을 채우고 가겠다고 결심을 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아이들로부터 그리고 촌장으로부터 교사는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듣게 된다. 전 국민 무상교육이라는,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부탄인지라 영화에서도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묘사를 통해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가 메타포처럼 표출이 되는 부분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유겐’은 팀푸에서 즐기던 대중음악과는 다른, ‘목동’들의 음악을 접하면서 호기심을 느끼고 배우기 시작한다. ‘유겐’은 야크를 키우는 여성 ‘살돈’에게서 ‘야크의 노래’를 배우고, 말린 야크똥으로 난롯불을 지피는 방법도 배우고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부탄의 도시에서 살고 있던 ‘유겐’이 오지에서의 생활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수도 팀푸의 일상이나, 농촌지역에서의 일상이나 모두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수십 년 전 모습을 보는 느낌이지만, 같은 부탄 내에서도 도시 지역에 살던 ‘유겐’에게는 루나나가 엄청난 오지이다. 그런 ‘유겐’이지만 친숙해진 루나나에서의 일 년은 금세 지나가고 겨울이 와서 눈이 내려 길이 막히기 전에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촌장의 말에 ‘유겐’은 아쉬운 작별을 준비한다. ‘야크의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친숙해진 ‘살돈’은 ‘유겐’에게 ‘야크의 노래’ 가사를 전해주면서 언젠가 이 노래를 잘 부르게 되면 다시 한번 오라는 말을 남긴다. ‘유겐’이 루나나를 떠나는 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처음 맞이했던 곳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고 영화는 마지막 장면인 유겐이 호주 시드니의 어느 카페에서 팝송을 부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팝송을 부르던 유겐은 노래를 중단하고 갑자기 ‘야크의 노래’를 부르면서 영화는 막이 내린다. 이 장면은 ‘살돈’이 ‘유겐’에게 남겼던 말에 이어져 다시 부탄으로 돌아가려는 ‘유겐’의 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3e9cb8ef39fb9c2124a15d1396f21ada3037bde0.jpg 천진난만한 펨잠의 모습에도 부탄 아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함축되어 있다. 펨잠의 그런 얼굴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영화에서 한 가지가 빠진 부분이 있다면 부탄인의 종교적인 삶이다


영화를 다 본 후에 잠시 생각해 보니 이 영화에서는 부탄 국민들의 일상에 깔려 있는 종교적인 부분은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 문득 느껴졌다. 아마도 종교적인 편견을 제외하고 다른 측면에서도 충분히 부탄의 이미지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부탄은 국민의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한 축을 쥐고 있다. 부탄 국민들이 느끼는 그 ‘행복’의 원천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보면, 부탄은 현재의 서구화된 우리나라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부탄의 행복론에 동감을 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든다. 하지만, 이상한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로서도 부탄이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들여다보면 아주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부러운 것은 국왕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국민 모두의 행복 증진에 대한 의지이다. 그런 점은 부탄이 지켜나가는 자연환경과 자연에 대한 존중, 그리고 물질문명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를 배제하는 정책과 맞물려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불교 사상에 기반한 순수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코로나 대응에서 부탄이 보여준 방식도 그런 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과 통제에 깊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정치 지도자들도 국민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담고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만약에라도 부탄의 행복에 대한 실체를 찾아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 방문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3가지 관점에서 부탄을 느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부탄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실체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탄의 정치 지도자들이 펼치는 정책들의 따사로움과 그런 지도자들에 대한 부탄 국민들의 신뢰감 사이에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부탄을 여행하는 중에 부탄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런 점을 쉽게 느끼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탠더드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거나 혹은 부탄을 다른 나라와 아주 동떨어진 부류에 속해있는 나라라고 생각을 하면 부탄의 장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행복추구론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두어야 부탄의 행복론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부탄의 자연환경이다. 부탄에서는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풍광들이 기본적인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느리게 살아가면서 자연을 지켜나가려는 모습들이 원천적인 습성에서 온 것이든, 혹은 의도적인 정책의 영향이든 간에 부탄에서는 자연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히말라야의 지류 아래에 놓인 나라이다 보니 산지의 장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런 점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거나 내내 좁은 도로와 산길을 따라다니는 차량의 흔들림 때문에 불편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부탄의 자연은 엄청난 휴식을 준다.


세 번째는 생활의 저변에 깔려있는 종교적인 편안함이다. 부탄의 주요 관광지와 사람들의 생활은 철저하게 불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연 속에 근거를 두고 있는 부탄으로서는 자연에 대한 존중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활 속에 불교라는 종교를 두고 그 가르침이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절제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느끼는 것은 종교의 긍정적인 모습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부탄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나란한 두 축으로 존재를 하듯이,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심지어 부탄의 각 도시에 있는 종(Dzong)에는 행정 기능과 종교 기능의 중심들이 사이좋게 양분해서 공간을 가진다. 농가 체험 삼아 들어가 본 집에는 모두 작은 불당이 차려져 있어서 매일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이다. 다만, 나라 전체에 국교인 불교가 점하는 부분이 이 정도이다 보니 대부분의 관광 포인트들이 불교와 관련된 것이고, 이 점 때문에 배타적인 종교관을 가진 이교도들은 많이 불편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하게 믿음을 가지고 있는 종교도 없고, 불교와 조금은 가까이 있는 편인 내게도 지겨울 정도로 투어 중에 부탄의 불교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이교도는 많이 불편하겠다는 추측이 들었다.


너무나 반갑게 ‘교실 안의 야크’를 보면서 다시금 부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탄을 다녀온 후에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미루어온 부탄 여행기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탄에서 촬영해 온 사진과 영상들 그리고 그 느낌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유튜브 채널도 열어놓았다. 여행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가니 그 느낌을 스스로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다. 틈틈이 이어진 긴 작업이었지만,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이 된다면 다시 부탄으로의 여행을 가게 될 그날을 꿈꾸며 했던 작업이다. 부탄에서의 경험을 하나씩 하나씩 사람들과 공유를 해보려는 생각도 곁들였다. 물론 부탄 같은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부탄은 교실 안에 야크가 함께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라이다.


영화의 트레일러를 보는 순간까지도 ‘교실 안의 야크’라는 영화 제목의 의미를 추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 트레일러에 야크가 교실 안에 있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무언가 메타포가 담긴 상상의 장면일 것이라 추측을 했다. 설마 교실 안에 진짜 야크를 둘까...


주인공 ‘유겐’이 루나나의 촌장과 나눈 대화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촌장 : 선생님이 아이들을 많이 도와주셔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어요.

유겐 : 저도 기쁘게 생각해요

촌장 : 다 전생의 인연이겠죠.

유겐 : 네, 제가 전생에 야크 목동이었나 봐요

촌장 : 아니요, 선생님은 그 이상이셨어요. 야크였을 거예요.

유겐 : 야크요?

촌장 :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존재니까요.


이때만 해도 '그래, 야크는 선생님을 상징하는 것이었어. 교실 안의 ‘야크’(선생님)라고 하면 이해가 되니까...' 물론 야크가 선생님의 메타포인 것도 맞긴 하다. 부탄 사람들에게 항상 많은 것을 주는 존재인 '야크'를 '선생님'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설정한 것은 참 부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중시하는 부탄 사람들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세상의 '선생님'에게 보내는 그 어떤 찬사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일은 상상 조차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실제로 야크가 한 마리 교실로 들어오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 이건 부탄이니까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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