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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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동안 큰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티메프(티몬+위메프)사건이죠. 여기에 인터파크까지 더해지고, 큐텐이 보유한 다른 기업들도 문제가 될것이라는 소문도 많습니다. 큐텐측에서 정산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이 말을 순전히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5월 정산금을 못막았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는 7월이죠. 누적된 효과 3개월치를 과연 막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왜 이런일이 발생했을까: 예상했던 결과
원인을 분석한 글들은 이미 여기저기서 보셨을테니 그 과정을 또 쓰지는 않겠습니다. 부족한 자금으로 회사들을 무리하게 인수하고 볼륨을 확장한뒤에 그 볼륨을 기반으로 상장을 해서 자금을 모은뒤에 부족한 자금을 메꾸려고 했다는 것이 기본적인 스토리입니다. 아직 내부에서 누군가 정확한 사실을 말해주지 않아서 다들 그렇게 추정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아마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처음부터 큐텐이 그렇게 막대한 안전 자금을 가지고 사업을 한것은 아마도 모두 아는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중요한것은 이게 티메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근 10년동안 스타트업들이 했던 커머스 플랫폼들이 모두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던 문제라는것이죠. 현재 문제가 된 티메프의 경우 쿠팡과 함께 소셜 3대장으로 외연을 확대해왔고, 매년마다 자금 부족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쿠팡이 나스닥에 진출하고 흑자전환을 하면서 홀로 문제3대장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나머지 두기업은 여전히 자금부족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큐텐의 무리한 외연확장에 자금이 동원되면서 자금 부족 문제는 더 커져버린것이죠.
우리가 커머스 플랫폼의 자금부족 문제에 대해서 처음듣나요? 10년동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커머스 플랫폼을 시작한 기업들의 문제도 더해졌습니다. 매년마다 상장할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컬리와, 손익분기점 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볼륨확장이 필요한 나머지 채널들도 모두 사정은 비슷할겁니다. 손익분기점에 달성하지 못해서 계속 손실을 내고 있다면 결국 자금이 언젠가는 부족해지기 때문이겠죠.
커머스 플랫폼의 위기: 언제나 자금문제에 시달리는 비즈니스 모델
이러한 위기는 커머스 플랫폼의 기본적인 자금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합니다. 자신의 상품없이 중개수수료가 남기 떄문에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해야합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려면 뭔가 혜택이 있어야 하죠. 쿠팡과 같이 빠른 배송을 해준다거나 소비자들을 잔뜩 모아놨다거나 하는 특이점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초기 커머스 플랫폼은 전혀 그런 강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광고비를 잔뜩 태우고, 할인비용을 제공해주며, 입점 기업들과 고객들 모두에게 엄청난 혜택을 줍니다. 그래야 둘다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형적인 플랫폼들이 하는 플레이죠. 그리고 일단 트래픽을 왕창 받게 되면 거래액(GMV)의 성장을 토대로 투자유치를 받습니다. 차세대 아마존이 될것이라고 말하는것은 모든 기업들의 공통된 언어였죠. 만약 투자유치가 안되면? 바로 망하진 않죠. 왜냐하면 내가 먼저 받고 나중에 돈을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일정부분은 그 돈으로 버틸 수 있습니다.
선수금(먼저받는돈)을 관리못하면 망하게 되는 흔한 시나리오
이렇게 PG사 등에서 먼저 지급받고 나중에 주는 시스템은 항상 거래액과 매출액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미리 받은돈은 내돈이 아니라 사실 남에게 줄돈을 잠시 맡아준것에 불과하죠. 이런 산업이 또 어디가 있을까요? 여행업입니다. 여행업은 전형적으로 빨리 받고 나중에 결제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럼 위와 같은 사태가 여행계에는 많을까요? 아주 흔한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고객에게 먼저 돈을 받고 회사에서 급하게 홀랑 쓴뒤에 나중에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보내는 케이스는 여행사가 망하는 매우 오래된 사례입니다. 그래서 여행계 사람들은 고객의 돈을 사용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이렇게 망하는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행업이라는 특성상 거래가 성수기에 집중되며, 다른 커머스 상품과 같이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찻잔속의 폭풍과 같이 조용히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큰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았죠.
문제의 핵심: 영향력의 크기와 안일함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티메프의 경우 영향력이 다르다는게 문제입니다. 소셜3개사 중 쿠팡을 제외한 2개사가 모두 포함되어있고, 전통적인 커머스 강자인 인터파크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렇게 따지면 국내에서 대기업이 보유한 곳과 일부 스타트업들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3개월 미수금의 규모가 조단위를 넘어간다고 평가하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원인이 딱히 중요한건 아닙니다. 원인이 중요한것은 재발방지를 위한 특이한 구조이거나 여기서만 발생하는 문제였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흔한 경우로 발생한거죠. 문제는 영향력이 매우 큰데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이정도의 회사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런식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거든요. 자금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불륨을 키우기 위해 기업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그 숫자를 바탕으로 인수자금을 구하는 방식은 실제로는 몇천억짜리 규모의 회사에서도 함부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모든것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마 큐텐이 국내에서 몇개의 기업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커머스 그룹이 이루어졌다는 찬사만 가득했습니다. 이런 리스크가 과연 있을까 아무도 몰랐던 것이죠. 큰 기업들의 의사결정은 매우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가끔 말도 안되는 일들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게 현실로 나타나기도 하죠. 지금처럼요.
티메프와 큐텐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
가장 좋은 방식은 단순하게 돈을 가져다가 넣는것이데, 규모를 볼때 이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살놈은 살리고 죽일놈은 천천히 죽게 만드는 전략을 쓸것입니다.
그룹사의 경우 서로의 사업이 연계되어 있어서 신뢰도가 같이 올라가고 같이 내려갑니다. 지금 큐텐 계열사의 경우 모두들 신뢰도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을것입니다. 기존 거래처들도 "애들이 망하지 않을까?"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죠. 그렇다면 일단 핵심 계열사는 "우리와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손절하면서 살려야하고, 죽어가는곳들은 대표를 시켜서 바싹 엎드리고 읍소하게 한 이후 시간을 벌겠죠. 그리고 일부 계열사들은 싸게 내놓기도 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길 기다리면서 자신의 잘못을 소명하려고 할것입니다.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수 있기 때문이죠.
스타트업계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위기가 언제 진화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위기가 사그라들고 모두들의 기억에서 잊혀질때까지는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꽤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티메프에게서 겪은 일들을 또다시 다른 플랫폼에서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겠죠. 위기설에 시달리는 다수의 플랫폼들에서 입점기업들이 탈퇴하고 자신의 채널에 집중하거나, 안정적인 플랫폼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투자유치는 더 힘들어지겠죠. 이미 티메프에 있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엑싯을 했겠지만, 남아있는 지분들이 일부 있다면 가치가 0으로 수렴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으로 호황이 언제올지 모르는데 지금 커머스 플랫폼들이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하여 남아있는 커머스 플랫폼들도 꽤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이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가 생겨날듯합니다. 플랫폼을 만들고 정산기한을 규제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대규모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생길것 같습니다. 지금 문제는 단순히 티메프가 망하는것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천명의 소규모 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볼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금융기관으로도 번지겠죠. 정부가 손놓고 문제를 바라만 볼 상황은 아닐것 같습니다. 정산기일등에 엄격한 기준이 생긴다면 영세한 스타트업들은 더 어렵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고난이 다가올것 같습니다.
이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을까: 결국 사람의 문제
결제와 정산이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일종의 규제가 생긴다면 지금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될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규제만을 강요한다면 아무래도 확장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위축되겠죠. 현재 일부 산업들에 대한 규제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리스크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하지만, 다시 반대급부로 이런 규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죠. 그래서 결국 제도로 막는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티메프가 설마 이런 문제가 생길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그랫다면 아무도 입점하지 않았겠죠. 결국 문제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안일하게 해도 결국 틀어막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회사를 운영한것을 제도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를 위험하게 운영하는 분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안일하게 세운 계획은 언젠가는 반드시 재앙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사회도 파괴하죠. 속도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한걸음은 그동안 쌓아온 모든것을 파괴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