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우 Sep 08. 2024

우리는 왜 중독되었는가

2024년 8월 3번째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요즘 짧게 구성된 콘텐츠를 자주 봅니다. 한손으로 넘기면서 아무런 의미없이 자극으로 구성된 콘텐츠들을 짧게 보면서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습니다.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저는 무엇을 한걸까요? 약간의 정보와 자극적인 도파민에 취해서 콘텐츠와 제 인생의 시간을 소비한 것이죠. 그래서 저녁에 집에 오면 현타가 옵니다. 더 분한것은 내일이면 언제 이렇게 변해버린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또다시 숏츠를 보고 있을것이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중독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회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뉴스레터의 이름을 balanced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을 지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제가 중독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이제 긴 글을 읽고, 판단하는것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책을 손에 쥐었다가 놓았다가 몇번을 해야 겨우 한권을 다 읽을까 말까 합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저만 그런것은 아닐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 이전에도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종교, 정치, 마약, 술, 담배등 수많은 분야가 존재합니다. 차이를 굳이 나눈다면 1. 자신의 인생을 파괴하는가 2. 끊을 수 있는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무엇하나 극단적으로 가면 모두 인생을 파괴시키고 끊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구분자로 중독을 구분하는것이 의미가 있는가 싶긴합니다. 모든 지나친 중독은 사회와 스스로를 파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독에 빠져있는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중독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민의 상대성: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의 고민도 작지 않다.




우리는 과거보다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차이가 있겠지만,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쟁이 끝난 후 100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극도의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아직도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굶어죽는 사람을 주위에서 목격하는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우리는 아직도 지독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은 평온을 되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은 밥만먹여주면 살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밥도 먹어야하지만, 많이 먹으면 비만에 시달려서 죽어갑니다. 또한 생활이 평안해지면, 다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고민에 몰입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말하는것처럼 요즘 사람들이 먹고살만 해져서 고민하는것이 문제일까요? 예전에는 배가 고파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배가 불러서 하는 말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 말을 전세대로 고스란히 바꾸자면 더 예전에는 노비로 태어나서 노력해도 먹고살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하는 시대도 존재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보자면 노력만 하면 먹고 살수 있는 시대의 사람들이 가지는 고민들은 부질없는것이겠죠. 고민은 절대적이지 않고 항상 상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현대인들의 고민을 평가 절하하는것은 거대한 착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 과연 돈일까




문제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답안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대부분의 고민을 해결하는 답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돈입니다.




돈이 실제로 대부분의 고민을 해결하는 답안일지 아닐지를 떠나서,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목표가 돈이라는것은 그동안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돈"에 집착합니다. 




물론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는 돈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되었죠. 그렇다고 돈이 나쁜 가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쁜것은 "돈만이 답이다"라고 생각하는 가치일 뿐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 "돈"을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답안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대부분의 고민을 해결하는 답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돈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얼핏보면 이것은 자본주의라는 체계가 만든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나온 여러가지 통계들을 보면 한국만큼 인생의 가치가 오로지 "돈"자체에만 쏠려있는 나라는 별로 없었습니다. 대부분 1위를 차지한 가족이나 다른 가치관들은 한국에서는 저 뒤에 몰려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파렴치하고 돈밖에 모르는 성향일까요




저는 이런 현상을 "돈"이라는 가치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서부터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돈이 뭐길래 이렇게 한가지 가치에 집중하는것일까요? 




돈은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수단입니다. 일단 먹고 살려면 돈이 있어야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세시대와 같이 극단적으로 위험한 시대에도 기사들은 영주에게서 돈을 받고 일을 했습니다. 몇번의 세계대전과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국 안정적인 생활을 한 사람들은 모두 경제적 이익 즉, 돈을 추구한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도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돈이 1순위입니다. 





인생의 목표가 1개로 통일되면 반드시 패배자가 생겨난다.




그래서 다양한 사례를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결국 남는것은 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돈을 1순위로 꼽은것은 오히려 지나치게 현명해서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들 마지막 순간에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아는것이죠.




하지만, 돈이라는 재화는 한정적인 교환 수단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모두 부유하고 부자일 수는 없겠죠. 또한 상호간의 교환이라는 측면에서 돈은 항상 상대성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보다 부자인 사람과 나보다 가난한 사람이 존재해야 돈이 의미가 있어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나의 위치가 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돈이 많으면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돈이 적어질 수 밖에 없죠. 어쩌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돈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대물림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출발선의 차이로 평생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발생하는 사람들은 생겨나고, 어쩌면 "돈"이라는 기준하에서 "극단적인 패배자"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인생의 목표가 "돈"이라는 한가지 가치에 집중되면 삶에서 패배자들이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패배자가 되고 삶의 가치를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삶을 포기하게 되면 중독자가 더욱 많아진다. 




인생의 목표를 잃게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자살율이 계속 올라가는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생을 종료할만큼의 용기를 누구나 가지고 있는것은 아닙니다. 패배한 사람들도 살아야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출발선의 위치가 판이하게 다르고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사람들은 모든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살게됩니다. 그럴때 가장 좋은것은 바로 중독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무엇인가에 중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죠. 굳이 패배자가 되지 않아도 중독은 또다른 가치를 전달합니다. 바로 편안함이죠.




제가 아침마다 숏츠를 보면서 피식 웃는 가운데서 얻게되는 편안함은 아마 누군가가 다른 중독을통해서 얻는 잠깐의 위안과 비슷한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고통들을 잊기에 중독만한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숏츠 중독부터 마약과 같은 극단적인 현상들까지 모든 중독은 우리에게 잠깐의 편안함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이 편안함의 단점은 오래 갈 수 없다는것입니다. 잠깐의 편안함에 중독되면 생각을 파괴하고, 시간을 가져가며, 결국 몸과 인생을 망가지게 합니다. 저도 숏츠와 같은 콘텐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는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겠죠. 






다양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해서 살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저는 전사회적인 중독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부의 콘텐츠나 자극이 아닌, 스스로의 삶에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가 바로 오로지 돈만이 아닌 다양한 삶의 가치를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경제적 성공은 물론 인생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꼭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가치들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사랑, 서로를 위한 희생과 같은 근본적인 가치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깨워줍니다. 모두들 본능적으로 이런 가치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도의 경쟁과 자본의 가치만을 우선시하는 미디어들의 보도를 통해서 우리는 결국 "돈"과 같은 경제적 성공이외의 모든 가치를 잊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실패를 맞이하고 다양한 형태에 중독에 빠져듭니다. 




일부 사람들은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럴 필요성 조차도 느끼지 못하죠. 다시는 승리할 수 없는 경쟁에 뛰어들지도 못하지만, 오로지 가치는 하나뿐인 사람이 되면 결과는 뻔합니다. 자신을 파괴하거나 사회를 파괴하거나 둘중에 하나가 될 뿐이죠.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돈 이외의 가치가 더 부각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부자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혹은 가진자들의 부를 뺴앗아서 사회를 풍요롭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수만큼 중요한것은 사람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를 다시 정립해주는것입니다. 몸에 영양분은 충분히 쌓여있지만, 정신적인 에너지는 다들 고갈되고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성수기의 비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