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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Sep 23. 2023

가족 돌봄 휴가

두 아이가 어린이집을 못 간다 = 출근 못 한다

"아이가 둘 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부득이하게 사전 예고 드리지 못하고 가족 돌봄 휴가를 쓰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이고.. 집에 따로 애들 봐줄 사람이 없는 거지?"

"네... 와이프 이제 복직한 지 20일밖에 안 된 데다 담임이라서 연차 쓰기가 좀..."

"그래요, 일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복무 상신 해놓으세요.'


그렇게 오늘은 아들, 딸과 함께 2대 1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아가들은 다행히도 푹 자서 그런지 전날 있던 기침이랑 고열 증세가 조금 호전되었다. 어린이집 안 간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만병통치약을 투여한 것 마냥 컨디션이 급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첫째에게 어딜 가고 싶냐고 해서 쇼핑몰에 가기로 했고 그렇게 난 인근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몰에 오면 아가들과 함께 꼬박꼬박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아이스크림 먹기, 유아용품 내에 있는 놀잇감 이용하기, 전동카 대여하기 등이 그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서 푸드 코트 내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첫째가 배가 아프다며 아이스크림을 안 먹어도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생전 그럴 애가 아니라서 정말 배가 많이 아픈가 보다 하고 걱정을 하며 둘째만 아이스크림을 먹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둘째만 아이스크림을 독식하는 게 신경이 쓰였는지 첫째도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했다.


'아... 첫째 이러다 설사하면 큰일인데 이거..'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싹 비운 뒤 두 번째 코스인 놀이시설 이용을 위해 육아용품으로 들어갔다. 요즘 한창 안전벨트에 빠져 있는 둘째를 아기용 자동차에 앉히는 사이 첫째가 갑자기 사라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상품 진열대 한쪽 구석에서 특유의 폼으로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뿔싸. 응가 마려운가 보다.' 아직 기저귀를 채 떼지 못해 편하게 용변을 볼 시간을 마련해 주기로 하고 둘째만 유아용 회전목마를 태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5분 여가 지났을까. 첫째의 동태를 살피러 다가가니 냄새가 심상치 않다. 자세히 보니 바지 일부분이 축축하고 양말 윗부분이 살짝 물들어있다. 잽싸게 두 아이를 인근 유아 휴게실로 가서 뒤치다꺼리를 실시했다. 옷을 싹 다 벗기고 세정제로 씻긴 뒤 미리 준비해 둔 여벌 옷과 양말로 갈아입혔다. 다행히 첫째와 둘째 모두 불안한 기색 없이 따라주었고 더 이상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무리라 판단하여 집에 돌아가 점심을 먹이기로 했다.

첫째는 죽을 좀 쒀주려고 했더니 먹기 싫다 해서 집에 있는 토마토 파스타 밀키트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이기로 했다. 연신 아빠품에서 먹여달라는 첫째와 죽어도 자기 혼자서 수저질로 먹겠다는 둘째 사이에서 폭풍 같은 점심 식사를 끝냈다. 그 이후 설거지와 아까 쇼핑몰에서 가져온 첫째의 부산물(?)을 정리하고 나니 와이프가 반차를 쓰고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에 한 1시간여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쓰러져 잠들었으므로.

한 시간 자고 일어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라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한층 가을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요즈음이라 소화도 할 겸 산책도 했다. 아가들도 낮잠 루틴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탓인지 밤이 되자 많이 고단해했고 나는 와이프를 대신해 두 아이의 유모차 산책을 자처했다. 대략 20분 정도 지났을까. 각자의 수면 스타일대로 세상 누구보다 곤히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 피곤한지 와이프도 이미 잠들어 있다.


'휴, 오늘도 신나게 일했네.
이제 글 쓰고 한잔하고 자면 되겠다. 오늘은 불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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