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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 9단의 다정한 철학'을 읽고

부드러움 속의 카리스마로 진정한 '나'를 마주하라

by 홍윤표

첫 줄부터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까지, 작가(@taei2411)는 정말 오롯이 '나'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고스란히 풀어냈다. 처음에는 다소 딱딱하고 단호한 어투에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감정선을 유지하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문장이 거듭될수록 읽는 이에 대해 분명하고 간절히 바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또렷해졌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왜 저자의 필명이 '다정한 태쁘'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독자들이 '나'를 소중히 여기고 온전한 '나'의 행복을 위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랄까.

나 또한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치중하며 그것이 마치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가져야 할 소양인 것 마냥 착각에 빠져 살던 적이 있었다. 선배님들에게 "술 한잔 사주세요."라고 아양을 떨며 나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만남을 종용해 나의 불안과 예민함을 공감해 주기를 채근했다. 그러나 40이 넘어가며 아빠,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살아가는 동안 불현듯 깨달은 것이 있다. 설령 그들이 나를 이해해 준들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거나 이해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연년생 터울의 두 아이를 육아하며 와이프와 고군분투하는 동안 그간의 어려움은 어리광이 아니었을지. 한마디로 나의 인생과 가치관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에 집중하는 매일이 쌓일수록 오히려 '나'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복기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태쁘님과 내가 마주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올바르게 나를 다스리고 부모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꾸준히 실천에 옮기고자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운동'과 '글쓰기'다. 태쁘님은 바쁜 일상 속 짬을 내어 생활 속 운동을 실천하기도 하고 정신 건강을 맑게 해주는 요가를 틈틈이 수행에 옮긴다. 그리고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실천하면서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를 선사함은 물론 작가 내면의 이야기들을 정돈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나 또한 방식은 다르지만 결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모두가 잠든 새벽을 활용해 글을 쓰면 아침에 여유 있게 아이들의 하루를 준비할 수 있고 아이들을 재운 뒤 하루를 무사히 보냈음을 자축하며 러닝화를 동여매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태쁘님이 언급한 '진정한 평온함'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불완전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그동안 이만큼 해왔던데 문제가 없으니 이래도 돼."

"아, 그거 참. 나도 다 해봤던 건데 내가 모를 줄 알아."

이런 류로 삶을 바라보는 제스처는 자가당착이라는 소용돌이를 가져와 나를 좀먹게 되고 그 과정이 지속될수록 진정한 '나'를 찾기는커녕 잃어버리기 딱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싶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태쁘님이 언급한 덕목은 바로 '겸손'과 '경청'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 않아도 괜찮으며 알 수도 없다.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며 당신의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일 때 우리의 삶에 여유가 묻어나고 지혜의 숲에서 호흡할 수 있다. 그러한 하루들이 쌓여 근사한 인생으로의 이정표를 선사하고 그 길을 꾸준히 걷는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근사해질 수 있다. 나의 전부는 온전히 내 안에 있고 그에 따른 선택과 책임 모두 내 것이기에.


글을 처음 마주했던 도입부에서 중간까지는 다소 의아했다. 필명이 ‘다정한 태쁘’인데 글에서 느껴지는 단호함과 세상을 마주하는 통렬함은 다정함보다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독자들이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한 번이라도 더 마주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바를 올바른 방법으로 영위하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었으리라. 먼저 나를 찾아보는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당신이 나로 인해 한 스푼 덜어내기를. 오늘도 많은 것에 치이고 고생했을 당신이 내일은 좀 더 즐겁고 여유로운 한 발을 내딛기를. 책장을 덮고 고요한 새벽의 장막이 걷히는 것을 보니 오늘도 충분히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 속에 듬뿍 묻어난
다정함 덕분인 듯하다.


#다정한태쁘 #처세9단의 다정한 철학 #브런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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