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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의 고대 인류 탐험』을 읽고

인류의 기원을 살펴보니 실로 대단한게 인류이더라

by 홍윤표

『0시의 고대 인류 탐험』는 주인공 한난서가 유령들과 함께 시간 여행을 하며 인류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판타지 겸 실용서이다. 0시가 되면 유령들과 타임머신을 타고 인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디즈니 영화인 '코코'와 망자의 날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난서가 마주할 수십만년 전부터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던 조상님의 모습은 뼈로만 이루어진 해골의 형태일 테니까 말이다. 나름 수능 과목을 '세계사' 로 봤기에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어렴풋한 특징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프롤로그부터 흥미를 갖고 찬찬히 책장을 넘겨보니 이건 웬걸. '고고학이 이렇게 심오하고 흥미로운 분야였다니.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 보기 좋겠는걸' 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난서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유령 가족은 루이스 리키를 비롯한 메리 리키, 그의 둘째 아들 리처드 리키이다. 살아생전 인류학과 고고학에 전념을 다했던 루이스 리키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류의 조상을 찾아내는데 힘썼고 남은 가족들이 그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류의 시작이 '미토콘트리아' 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이야기부터 현재의 인간의 종을 대표하는 '호모 사피엔스'까지의 일대기에 리키 가족이 공헌한 바가 상당히 크다. 그들이 없었다면 수십년간 지구의 변화에 끝없이 적응하며 진화한 인류의 특징을 파악하는 재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인류들 사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본 종은 바로 '네안데르탈인'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인류 최초로 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불을 발견한 인류'라는 표현을 개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무언가 예상치 못한 경이로운 광경이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 저 표현만큼 적절하고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그만큼 불 이전의 인류와 이후의 인류는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다. 불을 쓰면서부터 인류는 몸과 체질에 변화가 생기고 생태계에서 인류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이전의 인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존에 취약했던 많은 부분들을 불을 활용해서 극복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후 면역력이 강화되고 이전보다 안전해진 인류는 안정적인 양육이 가능해졌고 가족의 형태도 핵가족에서 대가족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이때 또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론이 바로 '할머니 가설'이다. 오직 인류만이 폐경기가 있기에 할머니가 된 여성이 손주를 돌보는 풍토가 정착되었고 이는 다음 세대로의 전개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가족을 형성하고 돌봄을 이끈다는 것. 이러한 변화가 결국 문명을 만들어 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서로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 서로 돕고 배려하고 기억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일깨울 수 있다.


저서는 단순히 인류학적 지식의 나열과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 난서의 시선에서 인류의 시작과 끝을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진화가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세상은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 봐야 한다'는 구절은 고대를 통해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앞으로 살아갈 내일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정립해야함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인류는 꾸준히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수도 없이 많은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의 인류가 세상을 이끌고 보이지 않는 먼 미래에는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렇게 진화를 거듭했고 뗀석기 하나에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기까지 수십만년 동안 지구에 적응하며 살아오고 있다. 육안으로 식별조차 안되는 미토콘드리아에서부터 사피엔스까지. 사피엔스는 결코 그저 공짜로 만들어진 인류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애쓰게 되고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결국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긴 것을 깨달은 개체의 레벨 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인류고고학, 역사학, 생명과학 등에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과 질문을 통해 꾸준히 탐구하는 것의 재미를 느껴보길 권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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