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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자기 주도력』을 읽고

부모는 옆에서 거들뿐, 결국 아이의 인생은 아이가 주도해 가게 해야

by 홍윤표

"부장님, 주말에 학교 담을 넘은 학생이 있는데 혹시 누군지 알고 계세요..."

월요일 퇴근길에 교무부장님의 톡이 왔다. 메시지 속 첨부파일에 등장한 3명이 주말에 학교 담을 넘어 몰래 들어왔다가 당직기사님께 걸렸단다. 이럴 땐 정말 나도 눈썰미가 좀 없었으면 좋겠지만 척 보니 3명이 누군지 훤히 알겠고 그중 1명은 작년 우리 반 아이였다.

"네... 두 명은 2년 전 졸업생들이고요. 나머지 1명은 작년 저희 반 졸업생 B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상하게 교실에서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는 간식을 준 적이 없는데...

불시에 책상 속 물건을 모두 꺼내보게 했더니 이건 뭐 난리도 아니다.

"아니 나는 초코송이를 준 적도 없고... 만날 연필 없다고 나한테 빌려달라더니 연필이 이렇게나 많고..."

내일 모레 중학생인 아이들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기 물건 소중할 줄 모르고.... 연필도 안 가져오고...
기본 생활 습관 관리가 들어가야 되겠네...'

그렇게 나는 틈틈이 추천받은 책을 읽고 교사로서, 부모로서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초등 자기 주도력』. 13년 차 초등 특수교사인 임가은 작가가 초등학생 자녀를 키움과 동시에 학교 내외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책은 '자율성'과 '주도성'을 겸비한 아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망라한 비법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6살, 4살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교육'과 '보육' 그 모호함 속에서 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을 읽고 가만히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나' 중심적으로 해석, 판단하여 말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가득했을텐데도 말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학습습관과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형성하는 데 있어 지시와 강요가 아닌 권유와 조력을 택했다. 미성숙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실수와 실패를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와 경험으로 삼았다.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유명한 문장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오늘이란 모험의 주인공이 되도록 부모로서 옆에서 차근차근 길을 함께 걸었다. 가령 책이 읽고 싶으면 마음껏 읽게 하되 아이들의 '동기'와 '행동'을 자극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은근히 제시해 습관으로 정착하게 했다. 또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방법을 넌지시 제공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러한 습관이 자연스레 묻어나 올바른 학습 태도와 생활 습관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부모들의 자녀에 관한 고민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 조절, 독서 습관 기르기, 원만한 교우관계, 사교육 취사선택 등이 그것이다. 작가가 제시한 해법은 한 마디로 '함께'였다. 자녀에게 공부만 하라고 하고 본인은 독서 한 줄 하지 않으며 스마트폰에 빠져있다면 자녀들의 올바른 동기 형성과 행동 유발을 어렵게 한다. 부모가 함께 읽고 싶은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서 목록을 작성하도록 유도한다던지, 자녀가 읽은 책에 부모가 코멘트를 달아주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이는 아이가 또 다른 책을 스스로 찾아 읽게 하는 동기를 만들고 그것이 일상 속에 자연스레 묻어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생활습관 측면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함께 생활 습관 체크리스트를 만든 뒤 지켰을 때의 적절한 보상까지 설정한다면 더 나은 습관 형성을 위한 동기와 행동이 뒤따르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동기와 행동의 연결고리를 단순히 본인의 경험과 자여와의 에피소드로 국한시키지 않았다. 많은 연구와 논문을 통한 배경지식과 강연, 연수를 바탕으로 쌓인 전달력을 더해 책에 반영하였다. 발달심리학에서부터 사회학, 교육학 등의 연구 결과는 읽는 이에게 이른바 '알쓸신잡'의 소소한 재미와 함께 부모들에게 커다란 신뢰를 형성할 수 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이가 오늘보다 좀 더 나은 경험을 하게 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존감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이다.
그것들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맞물릴 때
시너지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자녀 기르기 솔직히 어렵고 학생들 지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담을 넘는다던지 자기 자리가 엉망인 학생들을 보면 짠해지는 이유는 '너희도 어렸을 때는 참 예쁘다, 참 잘한다 소리만 듣고 살았을 텐데...' 라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마냥 이해할 수는 없고 그들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한다. 그런 것이 하루아침에 개쇤되리라는 기대를 해서도 안되고 하지도 않는다. 결국 해답은 '꾸준함'이라는 생각이다. 도전과 실패의 반복 속에 자기만의 올바른 루틴이 형성되고, 감사와 반성 속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첫째가 아빠에게 지령을 내렸다. 지우(본인)은 내복을 벗어도 되고 입어도 되지만 서우(동생)는 반드시 쿠로미 치마를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렸긴 했지만 나는 전혀 이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임가은 작가가 말했듯이 부모로서 거들 생각이다. 지우의 지령에 맞게 아빠가 잘했는지 여부를 물을 것이며 그렇게 입고 다녀온 유치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아빠와 등, 하원을 잘해주어 고맙다고 말할 것이며 작가가 제시한 방법 중 하나인 '일상 그리기'를 대입해 볼 생각이다. 끝으로 이런 아빠 밑에서도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다.


꾸준함과 일관성이 태도를 만들고
그것들이 맞물렸을 때 그 빛은 더욱 발한다 믿는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해야 그 빛이 더 오래 타오르고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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