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도 배우라는 직업이 존재할까?

<러브, 데스, +로봇 시즌3, 히바로> 리뷰

by 졔졔니모
2022.5.20 릴리즈된 시즌3 공식포스터


2022.5.20 9개의 새로운 에피소드로 돌아온 러브, 데스, +로봇 시즌3. 에피소드들이 모두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를 꼽자면 단연 마지막 에피소드인 JIBARO 아닐까. 귀머거리 기사와 세이렌의 잔혹한 사랑 이야기.


17분의 짧은 영상은 온갖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처음 인상 깊었던 건 기사가 귀머거리라는 걸 표현한 방법이었다. 풍부한 소리로 가득 차던 영상은, 기사의 시점이 되는 순간 일시에 모든 소리가 사라지며 대사나 자막 없이도 그가 귀머거리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후반부 기사가 청력을 회복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소리가 귀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소리에 대한 기사의 공포가 환희로 바뀌는 연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세이렌의 노래. 어떤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을 유혹할까? 하는 순진한 기대를 보란 듯이 무너트리는 찢어질듯한 비명. 히바로의 세이렌은 노래를 부르는 대신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른다(!!) 강렬한 비트와 함께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에 홀린 사람들의 무자비한 살육 사태라니. 신선 하다 못해 충격적이지 않나.

"너네...갑자기 왜그래..?!"
얘 비명에 홀려서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려하고 기괴한 세이렌의 모습과 그녀의 현란한 춤사위야말로 히바로의 백미이다. 모니터 밖에서 보고 있는 나조차도 압도당해서 호수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던 깊은 몰입감을 주는 요소. 도대체 누구지? 분장은 어떻게 한 거고, 물 위에서 춤은 어떻게 춘 걸까? 보는 내내 갖은 궁금증을 자아내던 17분이 끝난 후 나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히바로는 100% CG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다. 화면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제 인물이 아닌 그림이었다. 세상에. 이 시리즈가 애니메이션 시리즈라는 걸 알고 봤는데도, 그 사실을 잊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다고.


심지어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부착시키거나, 적외선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 를 사용하지 않은, 고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인 키프레임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맙소사.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 당신은 대체...

그녀는 CG였다고 합니다, 키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된.


기술로 구현한 사람과 영상이 이렇게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영상 콘텐츠에 진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미 공연의 영역은 기술의 접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이 갖는 제약에서 벗어나 가상공간에서만 구현 가능한 여러 콘텐츠적 확장과 연출이 접목된 온라인 공연이 시도되었고, 사람들은 여기에 크게 열광했다.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볼거리가 새로운 관객 경험을 제고하며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e.g : 트레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공연은 1,230만여 명의 동접자수와 220억 원을 매출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공연 1회 차 매출이 19억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이는 엄청난 성적이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된 트레비스 스캇의 가상 콘서트


영화, 드라마 또한 실제 배우가 가동되지 않아도, 구현할 수 있는 연출과 연기의 한계 없이 기술만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구미가 당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공간의 제약도, 연출의 제약도, 배우 섭외의 어려움도, 높은 개런티의 부담도, 외모와 연기력에 대한 논란도 없는 그런 작품이 주류 콘텐츠가 되는 미래가 온다면 그 미래에는 배우라는 직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 사회에서 과연 인간은 자신의 영역을 어디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예술문화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