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감정적 삶은 우리의 불완전함을 지도처럼 보여줍니다. 아무런 필요도 없는 생물은 두려움이나 슬픔, 희망, 분노에 대한 이유가 결코 없을 것입니다.”(Our emotional life maps our incompleteness: A creature without any needs would never have reasons for fear, or grief, or hope, or anger.)(마사 누스바움, [다음 세대를 위한 편지 모음] 중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길 꺼립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물건, 최신 유행, 자기 과시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둡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사 누스바움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감정이 없는 완벽한 존재가 과연 가능할까요? 그리고 그것이 정말 바람직할까요?"
누스바움은 우리의 감정이 불완전함의 표시가 아니라 인간다움의 증거라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무력한 아기로 태어나 다른 사람의 돌봄 속에서 자랍니다. 어른이 되어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러 감정을 발달시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고,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소중한 것을 잃으면 슬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합니다. 또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위협받으면 분노하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들은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증거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이러한 감정을 부끄러워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강한 남성'의 이미지는 독립적이고 완벽한 통제력을 가질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 요구가 강합니다. 그 결과 많은 남성들, 특히 어린 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두려움을 느낄 때 그것을 인정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감정을 억누르다가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스바움은 특별한 제안을 합니다. 우리의 불완전함이나 필요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려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라고 조언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동시에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름다운지를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성장은 우리의 불완전함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감정은 약점이 아닌,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나침반입니다. 이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다른 사람과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그것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은,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