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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Sep 13. 2021

엄마가 되어보니

힘들지만 괜찮다  :)

요즘 사람들이 나에게 제일 많이 물어보는건 "힘들지?" 이다. 

몸조리도 해야하는데 잠도 푹 못자고, 일상은 완전히 아이 위주로 돌아가고, 출산 후 신생아를 키우는 일은 누구나 알다시피 고되고 힘들다. 친정엄마도 도와주시고, 아직 산후관리사님도 있는 기간이라 100% 육아를 경험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생각보다는 괜찮다. 그리고 아기가 너~~~무 예쁘다 ^^^^^^ 

그럼에도 가끔 힘들기는 하다... ㅎㅎㅎ  


부족한 잠

잠을 못자는 건 생각보다 힘들진 않다. 

물론 새벽에 2~3시간(때론 1시간...)간격으로 아이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수유를 해야하고, 트림시켜서 다시 재워야 하고 그러다 보면 다시 다음 수유텀이 다가오고... 그러다 좀 자려고 하면 남편이 코를 골아서(ㅋㅋㅋㅋ) 난 잠이 못들고... 이런 날도 있지만! 

우리 딸은 대대로 아침형 인간인 우리집을 닮았는지 새벽 5시부터가 컨디션이 최고 좋은데, 이때부터는 잠을 잘 생각을 안한다. 방긋방긋 웃고 옹알이도 폭발하고 쇼파에 같이 앉아서 놀다보면 밤새 내가 잠을 1시간을 잤는지, 2시간을 잤는지는 잊혀진다.  

딸이 너무 예뻐서 힘듦을 잊혀지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잠이 나의 컨디션에 크리티컬한 요소가 아니기도 하다. 천만다행!!! 


나의 개인시간 zero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 그나마 50일 기점으로 단유를 했기에 요 며칠은 잠깐씩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오기도 하고, 부족한 잠도 보충하기도 했지만 모유수유를 할 때는 수유하고 잠깐 앉아있음 다음 수유 텀이 되어 도대체 내가 뭘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분유를 먹으니 집에 누가 있으면 나 대신 수유를 해 줄 수 있는 점은 참 좋다. 완분 아가가 되면서 짜투리 시간은 생겼지만, 50일 갓 넘은 아가를 데리고 자유로운 외출도 어렵고,  나가더라도 아이 컨디션, 밥시간, 잠시간 등을 다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벼운 몸으로 외출하기는 어려워졌다. 날씨가 어~엄청 좋았던 요 며칠은 거실 쇼파에 앉아서 가을하늘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결혼 6년차에 태어난 딸 덕에(?) 우리는 나름 자유로운 시간을 꽉 채워 5년을 보냈기 때문에, 내 시간이 없고, 놀러갈 수 없고 하는 등의 개인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다른 신생아 부모들에 비해 크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내가 부러운 사람들은 아기들이 어느정도 커서 같이 놀러다닐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은 

엄마가 된 후의 신체 변화

워낙 타고나길 건강한 체질이고 회사 입사 후 8년을 쉬지 않고 헬스, 필라테스 운동을 했기에 출산 후 뼈 마디마디가 아프고 바람이 든다, 저질체력이 되었다 등등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긴 줄 알았다. 

출산 후 조리원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 경험을 했고,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발가락이 쑤시고, 심지어 이제는 무릎도 늘 아프다. 운동은 못해서 승모근은 두꺼워지는 것 같고, 배는 왜 때문에 아직도 임신 3개월인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허덕거림을 느낀다. 단유를 하는 과정이지만 출산 후부터 가슴은 늘 무겁고 불편하고, 오래 걷기도 힘들어졌으며 이게 회복이 될까 싶은 마음에 가끔 무섭기도 하다. 대체로 순한 편임에도 아가와 하루종일 같이 있는 날은 저녁만 되면 멘탈이 탈탈, 손목은 너덜너덜 해져서 단거, 시원한거가 입에서 엄청 당기는데 보상심리 때문인지 참을 수가 없다. ㅠㅠ 100일만 되면 얼른 운동도 하고 살도 빼고 날씬해져서 딸이랑 커플룩도 입어야 하는데 말이다... 


수십분씩 징징거리는 아이를 달랠 때, 밥도 주고 안아 주기도 했는데 (뭔가 이유는 있겠지만) 칭얼거릴 때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남편이 너무 바쁘고 일이 힘들어서 평일에는 새벽수유를 내가 하는데, 좋은 마음으로 분담을 했음에도 내 몸이 너무 힘들면 자고 있는 남편에게 짜증이 나기도 한다. 힘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부정적인 마음들이 신기하게 다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잠시나마 가졌던 짜증스러운 마음에 엄청 반성하곤 한다. 간절하게 기다렸던 시간을 생각하면 하루 24시간 안고 다녀도 시원치 않지... 하는 생각이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세상 모든 엄마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구나 생각을 하니 모두가 다 달리보인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런 마음으로 키웠겠구나 생각하면 엄마한테도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회사에서 워킹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들에 대한 이해심도 생기는 것 같다. 


막 목욕을 시키고 옷을 싹 갈아입혔는데 응가를 해도 좋고, 실컷 재웠는데 침대에 눕히니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도 (화가 나지만) 귀엽다. 이제 겨우 50일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예쁠지 기대가 된다. 

힘은 들겠지만 귀여운 내 딸의 성공적인 독립을 위해 20여년 열심히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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