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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뇌르 Aug 22. 2024

억대 연봉자에서 경단녀가 되고 난 뒤의 변화 1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 재직자들의 연봉은 평균적으로 1억이 넘는다. 정확한 보수액은 은행마다 다르고 또 근속연수에 따라서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매년 각 은행에서 발행하는 사업보고서를 보면 은행원의 1인 평균 급여는 늘 1억이 넘어왔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던 해에 내 연봉이 1억이 되지는 않았지만 철밥통 같은 회사를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억대 연봉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느껴졌다. 나이 먹었다고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회사도 아니었고,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던 정시퇴근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들이 하나둘 시행되기 시작했다. 저녁 7시가 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는 'PC 오프제', 점심 1시간 PC오프제 등 은행원들의 근무환경은 나날이 좋아졌다. 이런 회사를 그만두는 게 잘하는 짓이었는지 사실 아직도 잘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래도 확실한 건 그때보다 지금 행복하다고 확언할 수 있는 순간들이 더 자주 있다.


2018년 아이 둘을 낳고 복직했을 때 매월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이 500만 원 정도였다. 그중 영어 놀이학교 비용으로 1/3 이상을 쓰고 있었고, 회사일로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 아직 본격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이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아마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사고력 수학, 로봇 코딩 등 각종 학원에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아이의 성향도 파악하지 않고 그저 남들 따라서 학원 뺑뺑이만 열심히 돌렸을 걸 상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 지역 맘카페에 가입했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검색하며 알아낸 아이사랑 보육포탈에 접속해 집에서 가까운 기관을 추려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 마음이 갔던 기관은 남편과 함께 직접 방문해 보기도 했다.


놀이학교는 다달이 1인당 백만 원 정도(지역마다 원비가 조금씩 상이하다)가 드는 반면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정부에서 보육료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대부분 무료다(물론 방과 후 비용 등은 무료인 곳도 있고 유료인 곳도 있다). 영어 놀이학교도 나름의 강점이 있었지만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이점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당시 내 판단이었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나 자신을 완벽하게 납득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과감하게 놀이학교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과거의 나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현명한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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