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영 Jul 19. 2020

Nice and Easy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준, 너 잘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긴장하는 거야?"

"알았어. 다시 해 볼게."


툰지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짧게 내뱉었다. 실망한 기색이었다. 스테이지 3에서 불합격한 숏 필드 랜딩을 다섯 번째 시도하고 있었다. 활주로가 유독 짧은 브리스토우 공항에서 연습했는데 평소 비행하던 공항과 달리 활주로 끝단이 경사 진 탓에 학생이나 교관 모두 긴장을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었다.

숏 필드 랜딩(short field landing)
:공항 활주로가 짧을 경우 활주로 전체를 활용하기 위해 활주로 끝단에 있는 숫자에 터치다운(착지)하는 착륙법


숏 필드 랜딩은 조금이라도 그 숫자에 못 미치거나 넘어서는 순간 불합격이 된다. 하지만 브리스토우 공항은 그 숫자에 못 미치면 비행기가 경사진 활주로 위에 안착하지 못하고 그대로 언덕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형이었다.


침착해. 알지? Nice and easy.
그래. Nice and easy.


N94268 칵핏 내부 Cessna 152


툰지가 늘 즐겨 쓰는 말이었다. 첫 비행할 때부터 나한테 강조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대하듯 비행기를 조심히 다루라며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비행할 것을 주문했다. 트래픽 패턴 고도인 1800피트를 유지하며 공항을 한 바퀴 돈 뒤 파이널 구간에 진입했다.


"Bristow traffic, Cessna 94650 final runway 18, Bristow."

-브리스토우 공항, 세스나 94650, 활주로 18 파이널 구간에 진입함.


브리스토우 공항은 관제사가 없는 논 타워였다. 셀프 라디오 콜을 하면서 동시에 플랩을 30도로 내린 뒤 스로틀을 당겨 파워를 줄였다. 비행기는 서서히 하강했다.


"준, 전봇대 조심해."          


공항 활주로에서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파이널 구간에 전봇대가 길게 연결돼 있었다. 하강 속도가 빠르거나 각도가 크면 자칫 큰 충돌 사고가 날 수 있는 까다로운 곳이었다.


"좋아. 그렇게 천천히 내려가. 지금 이 상태만 유지해."


하늘에서 내려다 본 털사 

툰지의 조언대로 천천히 하강했다. 그러다 갑자기 맞바람이 강해지면서 비행기가 일정한 하강 곡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폭이 점점 커졌다.


"바람 분다. 파워 조금 더 줘."

"오케이."


파워를 조금 더 넣는 순간 하강하던 비행기는 수평비행을 하다가 활주로 숫자를 지나치면서 지면에 안착했다.


"갑자기 바람 불어서 어쩔 수 없었어. 나쁘지 않았어."


툰지는 날 격려했다. 이후 랜딩 연습을 열 번 더하고 그중 여덟 번의 성공을 한 뒤 공항으로 복귀했다. 툰지는 로스를 찾아가 평가 대기 리스트에 내 이름을 올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