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최후의 보루이다
많은 중소규모 제조업체 사장님들이 특수건강검진이나 일반건강검진을 시행하면 업무관련성이 있는 직업병 요주의자 (C1)이나 직업병 유소견자 (D1)에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에 일반질환 요주의자 (C2)나 직업병 요주의자 (D2)에는 관심을 크게 갖지는 않기도 한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업무 연관성이 있는 직업병 요주의자나 유소견자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책임이 따르고 안전보건공단 등에 보고 해야하는 의무 등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는 반면, 일반질환 요주의자나 유소견자는 노동자 개인의 책임일 뿐, 업무나 사업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수도권 외곽의 수 많은 중소규모 제조업체에 건강검진을 나가고 결과를 판정하다보면, 꼭 이런 생각이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 수도권 외곽 중소규모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대개 사회경제적 수준 (socioeconomic status)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은 평소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고, 본인의 건강을 누군가 체계적으로 관리해 준 적도 없으며, 그러한 사회적 자원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일하는 그 중소규모 제조업체의 보건관리자가 1년에 1회 혹은 2년에 1회 시행하는 특수/일반 건강검진에서 건강 이상의 징후나 건강 이상을 발견해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은 채, 심지어 본인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만성질환들이 방치되어 간다는 것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최근 경기도 외곽에 있는 중소규모 제조업체에서 150명 가량 검진을 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50대 이상의 근로자들이었고, 이 만성질환자들 중 2/3 가량은 아무런 관리도 받지 못한채 약도 복용하지 않고 질병이 방치되어 있었다. 결국 이 많은 사람들에게 재검 판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재검 이후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등이 확진이 되면 관리를 위해 인근 병의원에 찾아가 약을 받으라고 해야한다.
반면에 필자가 갔던 대기업 계열사 제조업체 등에서는 만성질환자의 비율도 상당히 적고,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인근 내과 등에서 약물을 처방받고 주기적으로 혈액검사 등을 시행해 관리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관리가 소홀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회사의 보건관리자가 근로자가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걸거나 상담 등을 해서 결국 인근 병의원 혹은 사내의원에서 치료를 받게 만들었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동원 가능한, 접근 가능한 의료 자원과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자원과 정보의 배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그들이 일하는 회사의 보건관리자들이 이들의 만성질환과 일반질병들을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회사에서 수행하는 건강검진이 단순히 직업병 요주의자와 유소견자를 발견해내고 업무연관성을 입증하는 것 외에, 이렇게 국민전체의 건강과 보건수준을 향상시키는데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을 보시는 제조업체 사장님들, 특히 중소규모 제조업체 사장님들께 말씀드린다. 사장님들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리해줄 최후의 보루는 사실상 사업장 보건관리자 외에는 거의 없으며, 우리 국민 전반의 보건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사장님 회사의 보건관리자들이 결정적 key를 쥐고 있으니, 이를 신경써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이다.
2024.10.26.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문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