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맨 아래에 링크를 건 영상은 주언규 PD (신사임당 채널을 만들어서 파신 분이죠)의 '정체해도 성장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숏츠입니다. 저는 종종 이런 자기 계발 숏츠를 보는데요, 어쩌면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내용이라 제가 브런치 글에 가져와 봤습니다.
사람들은 이 숏츠에서 언급한 대로 실력의 성장을 생각할 때 가로축이 시간이고 세로축이 실력인 저 그래프의 기울기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실력은 저 그래프 아래의 면적을 적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한 구간에도 계속 실력이 축적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이 정말 거친 곳이고 살아남는 데에만 해도 특별한 실력과 기술들이 요구된다면, 정체라고 생각되었던 구간에도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짜내고 있는 중인 것이고, 이는 곧 실력의 증가와 연결됩니다. 눈에 보이는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성장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거친 환경이 끝나고 환경이 다시 좋아지면 폭발적 성장이 나오게 되는 밑거름이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분야에서 위 경험을 하였는데, 하나는 투자 분야입니다. 투자에서 자본의 성장은 항상 직선형태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때로는 긴 평가손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혹은 여러 거래 건에서 큰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본전 치기를 하거나 때로는 손해와 이익을 번갈아가며 경험하여 토털 썸을 해보면 크게 이익을 보지 못하는 구간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는 대기업의 사업 부침이나 그룹에도 어려운 시기가 있다는 것을 보면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에도 실력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헤엄쳐서 수면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저는 2023년에 미 FOMC가 금리인상을 계획할 단계 즈음에 나스닥 지수를 매도하여 제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투자이익을 올렸습니다. (당시 연봉은 대학에 근무할 때라 적어서 거의 5배 정도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2024년도 상반기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버티는 와중에 계속해서 손실을 봐 2023년 이익금의 절반정도를 잃어버렸는데, 올해 여름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발표를 계기로 그 손해를 거의 전부 만회했고 추가로 연봉 정도에 해당하는 이익을 남겼습니다. 물론 현재는 그 연봉정도에 해당하는 이익을 트럼프 당선 시에 다 반납했지만, 저는 제가 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버티며 실력을 기르다 보면 또다시 어떤 기회가 올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이 글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저는 10년가량되는 투자인생에서 위와 같은 일을 부지기수로 겪었습니다. (주로 해외파생 시장에서 겪었습니다.) 요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투자수익을 내서 시장에 남아있기 위해 노력합니다.
둘째는 직업환경의학분야입니다. 제 전공은 직업환경의학입니다. 제 개인사를 풀어보면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독서실에서 독학재수를 해서 의대에 들어갔고, 입학 이후 진로에 대한 방황으로 의대에서는 이례적으로 1년 휴학했으며 (성적에 의한 휴학은 아니었고 자의에 의한 휴학이었습니다.), 처음에 외과 전공의로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갔다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나와서 군의관 3년을 하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산업보건센터에서 1년 일반의 경험을 갖추어 다시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와중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이후에는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임상강사로 일을 했습니다. 의정 갈등 이후에는 화성에 있는 화성디에스병원에서 경기도에서 상당히 큰 규모인 직업환경의학센터를 센터장으로서 이끌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수많은 시련들이 있었습니다. 여기 브런치에 글로 다 적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버티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 와중에 실력도 함께 배양되었습니다.
일례로 박사과정에서는 교수님이 2.5년 후 퇴임이고 방임형이시라 졸업을 못할 줄 알았는데 정말 죽을힘을 다해 원고를 여러 편 써서 그중 한 편이 JCR 상위 7%급 저널에 출판되어 박사학위 심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 심사를 받으려면 SCIE급 저널 JCR 기준 상위 30% 정도의 논문이 한 편 게재되어야 가능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버텼습니다.
요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지 마시고, 밑에 쌓이는 기저의 실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정체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실제로는 성장입니다. 거친 환경에서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그러다가 환경이 좋아지면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가 급격히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