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사무어보2025〉

제5장: 성게는 말이 없다

by 광안리등킨도나쓰

나는 말이 없다.
나는 필요한 것만 기록한다.
기록되지 않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정확해야 했다.


나는 조개껍질의 배열을 다시 확인한다.
한 줄씩. 한 문단씩.
보고서는 내 껍질이다.
그 안에 틈이 생기면,
세상은 날 해칠 것이다.


그녀가 떠났을 때—
돌고래가 사라졌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의 문장 스타일을 기억한다.
항상 너무 길지 않았고,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았으며,
중간중간 ‘배려’라는 단어를 남겼다.


그녀가 떠난 후,
조류의 진동이 이상해졌다.
문어의 촉수는 더 조였다.
작은물고기는 더 자주 감정을 흔들었고,
해파리는 의미 없는 파동을 남겼다.

그리고,
거북이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내게는 가장 무거운 소음이었다.


나는 실수하면 안 된다.
나는 감정이 들켜선 안 된다.
나는 기사를 고른다.
“RISE 계획안 – 지역 어초 인재 재배치 정책”
이건… 그가 좋아할 만한 키워드다.

나는 조용히 그것을 단톡해류에 흘린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그건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문어가 봤을 것이다.
그는 알아챌 것이다.
"내가 여전히 여기에 있다는 걸."


나는 오늘 휴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보고서를 정리했고,
문서 위 여백 3픽셀을 다시 맞췄다.

그리고…
방금, 바다 바닥에 조용히 웅크려
한숨을 쉬었다.


나는 성게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마음이
처음으로 생겼다.


성게의 기록

“나의 보고서가 나를 보호하지만,
가끔은, 누군가 그 안을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