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씀
저는 책을 읽을 때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잊힐만하면 읽습니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읽고 싶었지만 참고 참다가 이번에 읽었습니다.
이 책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쓴 책으로 전 세계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특급 베스트셀러입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주인공은 알란입니다. 100세 생일을 맞는 할아버지 알란의 요양원 탈출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알란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재밌습니다. 정치는 끔찍이 싫어하며 유일한 취미 겸 재주는 폭탄 제조입니다. 여유 있게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즐기며 인생을 조급하게 살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알란이 요양원을 탈출하여 겪는 다양한 일들이 유쾌합니다. 물론 생기는 사건들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죽기도 하니까요. 어찌 보면 잔인한 장면이지만 작가는 이 또한 끔찍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냅니다. 알란이 여행하며 만나는 캐릭터들도 특이합니다. 율리우스, 베니, 구닐라 등 이들은 혼자 살며 인생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이 알란을 만나면 순한 양이 되고 힘을 합쳐 고난을 이겨냅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점은 알란의 현재와 과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 점입니다.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지만 알란의 젊은 시절 삶이 충분히 사실로 읽힙니다. 알란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고향을 떠나 전 세계를 여행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이들이 거물급 인사들입니다.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 스탈린, 트루먼 대통령, 마오쩌둥, 김정일, 아인슈타인의 동생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본의 아니게 냉전 종식에 영향을 줍니다.
67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유쾌한 에피소드가 연속되지만 읽다 보면 생각할 거리도 많이 줍니다. 우선 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알란의 입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 그러니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방법은 없어.’
‘우리 모두는 자라나고 또 늙어가는 법이지.’
알란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깁니다. 억울하게 수용소에 끌려가 갖은 노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란은 포기하거나 죽음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즐길 거리가 있으면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그러다 결심이 서면 계획하고 행동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란의 삶은 잘 풀립니다. 그러니 100세까지 살았겠지요. 그리고 그는 결국 친구들과 편안한 삶을 보냅니다.
삶이 피로하신 분, 걱정이 많으신 분, 현실에 너무 화가 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알란은 특별해서 삶을 즐겼던 것이 아니라 특별하지 않아서 삶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고,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리면 됩니다. 대화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술 한 잔만 있으면 행복을 누렸던 알란의 삶이 현명해 보입니다. 살다 보면 분노할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분노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달려가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추며 주위도 둘러보는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이 책을 못 읽은 분이 계신다면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