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게 된 뒤에

AI 도구가 효율이 아니라 가능성의 지도를 바꾸는 방식

by KI Ki

며칠 전부터 소설 한 편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게임 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가벼운 이야기다. 1부 분량이 30화인데,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만드는 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실 자체도 신기하긴 했지만, 다 끝내고 나서 더 오래 머물렀던 생각은 따로 있었다. 나는 평생 소설을 써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소설을 쓰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은 너무 오래 굳어져 있어서 의식적으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의 목록"이라는 것이 있다면, 소설은 그 목록에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는 항목이었다.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생긴 적이 없었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부재다.


무엇을 더 빨리 하게 되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볼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가 더 큰 변화다.

요즘 도구의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효율이다. 같은 일을 더 빠르게, 같은 결과물을 더 적은 비용으로. 측정하기 쉬운 변화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쪽이 먼저 화제가 된다. 그러나 한동안 도구를 일상적으로 쓰면서 더 깊게 느끼는 변화는 효율 쪽이 아니다. 내가 시도할 만한 일의 목록이 조용히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측정되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 본인만이 안다.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의 대부분은 능력의 부재가 아니다. 시작점과 처음 쓸 만한 결과물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려면 구상하고, 인물을 만들고, 문장을 다듬는 긴 과정을 견뎌야 한다. 책 한 권을 쓰려면 자료를 모으고 구조를 짜고 초고를 반복해 고쳐야 한다. 작은 앱 하나를 만들려면 기획부터 개발까지의 거리를 누군가가 메워야 한다. 이 거리가 너무 멀면,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 떠오른 그 자리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거리는 곧 진입 비용이고, 진입 비용이 어떤 임계를 넘으면 그 일은 "안 하는 일"이 아니라 "있는지조차 인식되지 않는 일"이 된다.


도구가 바꾸는 것은 정확히 이 거리다. 거리가 줄어들면, 그동안 인식조차 되지 않던 항목들이 하나씩 머릿속의 목록 위로 올라온다. 책을 한 권 더 빠르게 쓸 수 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써본다는 항목이 처음으로 목록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 새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 서비스를 한번 만들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은 같은 평면 위에서 점이 옮겨가는 변화고, 시도 가능성은 평면 자체가 넓어지는 변화다.


이 확장에는 약간의 부작용도 있다. 가능한 일이 적었을 때는 무엇을 할지 고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거리가 멀지 않은 몇 가지가 자연스럽게 후보로 좁혀졌다. 그러나 거리가 줄어 후보의 수가 늘어나면, 새로운 종류의 질문이 떠오른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만큼, 그중에서 정말 해볼 만한 일은 무엇인가. 능력의 병목이 줄어들면, 그 자리에 의도의 병목이 들어선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만들고 싶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가 드러나는 시간이 시작된다. 이 질문은 도구가 대신 풀어주지 못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이 손에 잡히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손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할 수 있으니까 한다, 라는 식의 산출이 늘어나기 쉽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대체로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채 자리만 차지한다. 만들 수 있게 된 시대에 가장 아까운 자원은 시간이다.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만든 결과물에 시간을 쓰고 나면, 정작 만들고 싶었던 것에 쓸 시간이 사라진다. 가능성의 확장이 곧 의미의 확장은 아니다. 그래서 의도의 병목 옆에는 절제의 병목이 함께 들어선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은 만들지 않을 것인가가 같은 무게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자주 떠올리는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더 빨리 한 일이 무엇이었는가. 다른 하나는, 같은 기간에 내가 처음으로 해본 일이 무엇이었는가. 두 질문은 다른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질문은 효율의 누적을 본다. 두 번째 질문은 가능성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를 본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돌아봤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언제나 두 번째 쪽이었다.


소설을 한 편 써본 일도 거기 들어갈 것 같다. 잘 썼는지 못 썼는지와는 별개로, "써본 적 없는 것을 써봤다"는 사실이 작은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 그 자리는 다음 시도의 출발점이 된다. 한 번 목록에 올라온 항목은 다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질문을 조용히 던져두려 한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을 더 빨리 하게 되었나?

그동안 해볼 생각조차 없었던 것 중에 무엇을 처음으로 해보았나?

그리고 할 수 있게 된 많은 것들 중에, 무엇은 끝내 만들지 않기로 했는가?


2026년 4월 15일 수요일

K1.Ki


본문은 AI-Augmented Writing 방식을 활용하여 집필되었습니다. AI는 초안 생성, 구조 재배열, 밀도 조정, 중복 검토 등의 보조 기능을 수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