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짜장 맛집 신성각을 맛보다

하지만 체했다.

by 김탐구

토요일 아침이었다.

조금 특별한 아침을 기대하며 동네맛집을 찾아봤다.

마포에 간짜장 맛집이 있다는 글과 영상을 보고 아내와 함께 출동했다.


11시 37분에 오픈한다는 특이한 그 집.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는 그집.

그런 안내글이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로도 써있다는 그 집.


11시 20분 쯤 가게 앞에 도착했지만 앞에 십여 명의 대기 줄이 이미 있었다.

주말은 더 일찍 와야하는구나... 후회를 하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L1077318.JPG 입장을 대기하다가 한장


날이 추웠지만 햇빛이 있었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서 오후 1시 15분 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대기하면서 염려했던 것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집이라면

나오면서 '맛있다' 라든가, '어디보다 맛좋다'라든가

이런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한둘은 있을것인데

가게 문을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표정이 밝지 않다.


L1077335.JPG 커다란 벽시계가 두개 걸려있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벽에는 사장님 사진이 여럿 붙어있고

과거에 수요미식회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 흔적이 남아있다.


주방 안쪽에서는 남자 사장님 혼자서 탕수육도 튀기고

수타면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내가 앉은 의자를 통해

내 엉덩이를 타고 그 진동이 전해온다.


테이블은 5개 뿐,

분위기가 엄숙하다.

조용하다.

요리하는 소리 뿐이다.

나도 소리를 내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왜 그랬을까?


L1077334.JPG 신성각 내부 분위기


생각해보니 이 식당에 들어섰을 때

누구도 인사를 해준 적이 없다.

(모든 김밥천국이 그럴리 없겠지만) 김밥천국 알바생의 영혼없는 '안녕하세요' 인사마저 그립다.

메뉴주문은 대기 중에 홀서빙을 담당하는 여자사장님께 이미 완료했기에

식당에 들어와서는 아무런 교감이 필요하지 않다.


마치 전날 부부싸움이 있었고

다음 날 아침 화는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을 차려주고 먹으라는 어머니의 아침상 같은 분위기이다.

체할 것 같다.


체할 것 같다.


실제 맛은 다른 중화요리집과는 좀 달랐다.

우선 면이 수타면이라 일관성이 떨어졌는데

얇은 부분은 너무 얇아서 식감이 이상했고

두꺼운 부분은 우동같아서 쫄깃하긴 했다.


간짜장 소스는 짰다.

단 맛이 적었는데 원래 춘장을 볶으면 이런 맛이겠구나 싶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양배추와 양파, 부추 식감이 좋았다.

신선한 느낌이었다.


너무 달달하기만 한 짜장면은 한 그릇을 다 비우기 전에 물리게 마련인데

덜 물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산미가 있었다.


그러나 체할 것 같았다.


탕수육도 시켰는데 탕수육 고기가 신선했고 튀김도 괜찮았다.

그러나 찍먹의 기회가 없었고 (부어서 나옴)

소스에 독특하게도 파가 큼지막하게 썰어서 들어가있는데

파가 엄청 맵다.

매운 향과 맛을 소스에 투입시키려는 의도도 아닌 것 같은데 (너무 깍뚝썰기라...)

왜 탕수육에 생파가 들어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유튜브에서 '마포 신성각'을 검색해보면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맛있다고 난리다.

그러나 나의 경험은 좀 달랐다.


다시 갈 의사가 전혀없는데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지금까지 내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식당에서 환대받는 경험'이 당연하게 아니었구나

대부분의 식당에서 이 환대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애쓰고 있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적어도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이 경험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기준이 된 것이었다.

나에게 역시 이 기준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고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 하더라도

내 혀가 즐겁더라도 결국 체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식사가 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바랄 것이 있다면

<눈물을 흘릴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눈물을 흘릴 만큼 맛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는데

그 간극을 사장님이 홀서빙 매니저를 두거나 알바를 둬서라도 해결해주면 좋겠다.


Screenshot 2025-01-09 at 09.32.51.png 신성각 외부에 붙어있는 사장님의 결기가 담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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