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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렌즈 Feb 03. 2023

당신에게 가족이란?

미술심리상담 수업 30분 전이다.

 첫 수업이라서 호흡이 가쁘고  어깨가 좁아지면서 손이 떨린다.  복통으로 학교를 가지 않은 8살 아들이 거실에 있어서 더 신경이 쓰인다. "엄마 조금 있다가 수업하니깐 잘 부탁해." 마음이 편해졌다.  난 예민한 편이라서 피해를 주는 걸 싫어한다.  줌으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수업을 시작이 되었다. 미술심리 역사, 설명을 듣고 나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주어졌다.  "집그림 자유롭게 그려보세요 "  자유롭게 집을 그려보라고.. 아무 생각이 없이 에이포 용지 위에 집그림을 그렸다. 카톡으로 그림을 보내고  차례대로 집그림 설명을 해주셨다.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다. 화면에 내 그림이 보였다.   '내가 왜  이렇게 그렸지? 이상하다. 이해가 되지 않네...' 집이 있고.. 밥상 위에 밥, 꽃, 등... 어수선하게 그려져 있다. 집그림 그려보세요.. 말 듣는 순간..  부싯돌이 불이 켜지면서 어린 시절 엄마가 떠난 날 그 시간으로 끌고 갔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이면서 그렸다.  "밥은 생명위협을 받았을 때.. 그리죠.." 생명위협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보여지면서 동공이 커졌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 시간을 되짚어 보았다.




어린 시절 나에게 집이란? 공포였다.

4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와 남동생은 친정할머니댁에 맡겨졌다. 그래서 많은 시간 엄마와 떨어져 지냈다. 할머니집에 정신이 이상한 삼촌이 있었고 ,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면 데리고 가서 때리는 삼촌이 있었다. 친정할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밥상을 걷어차고.. 1분 1초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탈출 시도했지만 삼촌에 붙잡혀서 맞았다. 다행히도 엄마가 와서 집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남동생 함께 오지 못했다. 남동생은 방학날 서울에 있는 엄마집으로 놀러 왔다. 축 처진 어깨와 어두운 표정 남동생... 이유 없이 집을 나갔다. 동생을 찾기 위해서 엄마, 이모, 사촌언니 같이.. 오락실, 옥상, 온 동네를 운동화 발끝이 달아지도록 다녔다. 방학이 끝이 나면 할머니는 자주 엄마에게 전활 하고 했다. " 맞는 걸 보고 있으니 안쓰럽다.. 어서 빨리 데리러 가라."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동생을 데리고 오지 않았는지.. 20살이 되어서 데리고 왔다.

 Pexels, 출처 Pixabay



어린 시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엄마가 되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엄마는 26살 한순간에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남편을 사별한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4살 된 딸, 2살 된 아들 키워야 했다. 주머니 딸랑 소리는 백 원과 천 원이 전재산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슬리퍼를 신고 또 걷고 걸다 보니 슬리퍼 하나가 떨어졌다. 그 시절 여자혼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힘들 거 버거운 일이셨다. 가을쯤 엄마와 함께 동네 산에 올라갔다. 엄마는 30년 지난 과거의 그 시간 남동생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서 후회하시며 눈물 보이셨다. 나 역시 남동생을 볼 때마다 죄인이었다. 엄마도 나도 나쁜 사람인 건가? 엄마도 나도 잘못은 아니었다. 그 상황이 나쁜 거다. 엄마, 나, 남동생 힘든 시간을 잘 버티고 살아왔다. 부모가 되어보니 남동생을 따뜻하게 감싸 안 주고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부모 없이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동생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15년 동안 넘을 수 없는 벽이 쌓였다. 벽을 허물기 위해서 카톡, 문자, 손 편지 등.. 노력하지만 닫힌 문을 쉽게 열리지 않는다. 과거의 시간 동안 "사랑한다.""고맙다""잘살아줘서 고맙다 ""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야."못다 한 말하고 싶다. 흘러가는 하얀 구름을 본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지금 이 시간도 흘러가겠지? 반갑게 우리 가족이 웃으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가족이 어떻게 되세요?"물어보면 바늘에 심장이 찔린 듯 아프다. 시간이 약이다. 정말 그럴까? 그 말을 믿어본다 .시간이 약이 될 수 있게 기도한다.. 우리 가족이 다정하게 웃는 날 기다려 본다. 그날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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