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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Jun 11. 2019

오늘의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질투와 욕망 그 사이에서



영화를 곱씹으면 씹을수록 한국판 제목은 ‘리사’의 행동을 미화하기 위한 것 같다. 원래 제목은 단순하게 유치원 선생님이던데 ‘나의 작은 시인에게’라니.
되게 로맨틱해 보이지 않나? 솔직히 나도 제목에 낚여서 보러 간 거라 보면서 많이 놀랐고 그만큼 더 신경이 쓰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미의 재능에 그녀가 보인 반응은 심하게 말하자면 ‘변태’스러웠고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을 많이 느꼈다.
 
사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지적인 생산활동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그런 걸 바라는 사람이 놀림거리가 되는 세상에서 ‘지미’를 만났으니 흥분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걸 억제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걸 가진 존재가 인간인 만큼 그녀의 행동을 감싸주고 싶지는 않다. 다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세상은 파탄 나겠지.
 
그래도 불편한 감정을 좀 삭여줬던 건 아무래도 ‘결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미’가 어른인 ‘리사’에게 끝까지 흔들린 채로 마무리가 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신경이 쓰였을 것 같다.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던 리사의 질투와 욕망에
2시간 동안 푹 담가져 있다가 극장 밖에 나오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공포가 느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한 번쯤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 =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
 
Ps. 매기 질렌할의 엄청난 연기를 감탄하며 보는 맛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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