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환 Jun 19. 2024

지칠 때가 됐을까

(2024.06.19.)

오늘은 6교시 수업하는 날. 초등 1학년에게 6교시라는 게 쉽지 않지만, 학교 사정상 불가피한 시수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에게 맞게 운영을 하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6교시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수요일은 중간놀이가 없는 날이라 그리 반갑지 않는 날이다. 어쨌거나 6교시를 하는 오늘. 힘이 넘치는(?) 아이들과 신 나게 보내고 오후 동료교사들과 연수를 진행하고 나니 퇴근시간. 지난 넉달 달려온 여파와 어제 밤 늦게까지 이어진 다모임 때문이었을까. 오늘 살짝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6월은 초등교사들을 환자로 만드는 달이기도 하다. 힘껏 넉달을 살아온 초등교사들이 앓기 시작하며 병가를 내거나 힘이 없어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행히 지금껏 나는 6월을 무난히 넘겨 살아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6월의 고비가 조금씩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 거진 한달이 남았다. 그 한 달에 해야 할 일들은 엄청 많다. 교과수업 마무리에서부터 1학기 교육과정 운영평가, 그리고 각종 지원단 평가, 연석회의, 1학기 평가 마무리로 이어지는 생활통지표 작성까지.


교사에게 여유가 없으면 학습이 없고 학습이 없으면 학생도 학교도 성장하지 못하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가 잘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교직경력이 30년이 넘는 데도 학교에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살아 본 적이 거의 없으니, 우리네 학교풍토는 언제 바뀔까 모르겠다. 더구나 우리 학교처럼 다른 학교의 모델이 되겠다고 나선 학교조차 일더미 속에서 살아야 하니 이런 모습을 모델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싶다. 정규 근무시간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들.


그럼에도 아이들만 만나면 없던 힘도 생겨 나는 게 또 교사다. 그게 교사이고 한국 교사의 숙명이다. 숙명이 진정 숙명 다워 지려면 앞으로 제도나 문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지점이 너무도 많다. 당장 오늘 기사에는 최고 학력 보유자들이 교육대학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초등교사는 높은 학력을 가진 이들이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학력보다는 다른 부분의 강점을 가지 이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교직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교직과 학교의 또 다른 위기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난 아이들과 민요를 부르고 탈춤에 필요한 탈을 만들고 부채도 만들며 재미나게 보냈다. 'ㅊ'을 공부하면서 이제 낱자의 끝을 바라보게 됐고 어느덧 아이들도 제법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학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여전히 신경 쓰이는 아이들과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하루를 또 견디고 버텨냈다. 오늘 교사연수를 시작하기 전에 들린 방과후 시간에 벌어진 소식을 듣고는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며칠 째더라.... 하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알게 되면,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