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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01. 2024

개별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

(2024.07.01.)

"안녕하세요!!!"

7월의 첫날. 어김없이 아이들은 들어오면서 인사를 소리 높여 외친다. 시끌벅적한 아이들 자리에 앉히고 흑두차 한 잔 대접하고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고는 첫 수업. 오늘은 낱말놀이의 첫 시간. 이제 주마다 낱말로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려 한다. 오늘의 그 첫 시간 '초성퀴즈'. 첫 배움책 뒤에 있는 십자말 풀이를 어느새 다 해 낸 아이도 있었다. 초성 퀴즈....첫소리 글자를 힌트 삼아서 낱말을 모두를 마치는 놀이. 천천히 감을 잡던 아이들. 학습지를 나눠줘 50문제의 '동물이름' 맞히기 놀이이로 들어갔다. 어찌나 손을 잘 들던지. 마침내 답을 맞히면 환소성을 지르고 모르던 동물이름이 공개되면 '아~' 하며 탄식을 내 뱉는다. 낱말이 주는 힘이 이만큼일 때가 평생 얼마나 있을까. 낱말 하나에 감탄의 고저가 끊임없이 넘나드는 때가 말이다.


50가지의 동물을 이름을 학습지에 쓰면서 낱말도 익히고 소리글자이며 음소가 음절마다 나뉘어 초성 퀴즈에 최적화된 우리말의 쓰임새에 세종대왕의 유산에 다시금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이들이 우리말과 글에 대한 가치를 지금 알지는 못하겠지만,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음주까지 틈나는 대로 영상에 띄워 낱말을 익혀가는 연습을 하고 수업시간 들어가는 길목에서도 만나게 하려 한다. 자주 만나고 익혀야 말과 글은 는다. 이어지는 낱말놀이 시간에는 코로나 시절 만들어 놓은 음절카드로 다양한 낱말을 만들어 내는 놀이를 하려 한다. 우리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거라 기대가 크다. 이렇게 초성 퀴즈시간을 마무리 하다 보니 어느새 중간놀이 시간.


중간놀이 시간이 지나고 국악시간. 오늘은 국악시간의 마지막 시간이기도 했고 지난 번 빠진 시간을 보충하는 시간도 있어 두 시간으로 운영이 되었다. 1학기 국악시간은 소고로 노래에 맞춰 동작을 익히는 과정이었는데, 오늘은 오랫만에 듣는 '산도깨비'를 강사분이 들고 왔다. 재미난 가사와 흥겨운 장단이라 아이들은 쉽게 동화돼 따랐다. 신나게 부르고 소고도 치고 실과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나름 뛰어다니며 소고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한 학기 국악시간을 마무리 하고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120번째 돌을 넣고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마쳤다. 날마다 안고 헤어지기로 한 선* 말고도 갑자기 이어지는 줄. 우리 반 절만, 6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나를 안고 아쉽게 헤어지는 표정을 보여준다.


며칠 뒤, 교사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할 책은 내가 존경하는 박지희 선생님의 온작품읽기 수업이야기가 담겨 있다. 거기에는 박지희선생님의 1학년과 관계를 맺으며 그림책과 동화를 읽어주던 시절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개별적 관심과 관계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자기를 봐주는 시선이 절실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미소를 지어주고, 실수해도 다시 시작하라고 응원해주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는 어른들의 태도를 보며 자란다.그러면서 개별적인 관계에 대한 갈망도 조금씩 사회적 관계로 발전해 간다.(온작품을 만났다 낭독극이 피었다. 2019. p.95)


교실 밖을 나가기만 해도 내 손을 잡으려 새끼 손가락까지 하나 잡고 따라 오는 아이들. 내 앞 뒤에서 나를 안고 좋아한다며 매달리는 아이들. 이 모든 아이들이 바로 개별적 관계를 맺으며 안정을 취하고 싶은 아이들이다. 이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는데, 크게 세 부류다. 이 아이들의 드센 저항에 밀려난 경우, 딱히 이런 지점에 관심이 없는 아이, 이미 사회적 관계로 들어선 경우의 아이.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개별적 관계를 추구한다. 이 과정을 꼭 거쳐야 하지는 않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해 간다. 지난 넉 달을 나는 이런 과정을 거치는 아이들과 보냈다. 오늘은 바로 그 120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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