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환 Oct 31. 2024

장난꾸러기 도사야, 거기 서~

(2024.10.31.)

마침내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두 달만 지나면, 2024년도 저 멀리 사라져 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보낸 시간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 오늘 하루 하늘은 정말 맑았다. 진짜 파란 하늘에 진짜 가을. 아직은 단풍이 절정이 되지 않은데, 다음 주부터 초겨울 날씨라니... 앞으로 자꾸 달라질 세계 기후가 정말 걱정이다. 그럼에도 오늘 해야 할 일은 있었다. 아침 열기 시간에 책을 읽고 난 뒤에 시작한 오늘 첫 수업은 내일 발표해야 할 연극을 위한 낭독극 연습이었다. 하루 지나고 첫 시간부터 연습에 들어가야 하는 리듬은 아이들에게 물론 맞지 않다. 하지만 공교육 특유의 정해진(?) 시간들이 있으니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오늘은 머리 장식과 도구를 사용하여 보았다. 낯선 도구와 머리 장식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당연 흐리게 했다. 잔소리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어진 연습 시간은 40분. 그것도 다 쓰지 못하는 형편이라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 짓을 하며 손장난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독려하고 다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꾸 연출이 된다. 뭐 이것도 교육이려니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어떤 행동과 판단을 내려야 하는 연습. 지금은 낭독극 연습시간이니 아이들은 거기에 맞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이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이지만, 그 과정을 체험하는 것도 공부다. 그런 마음으로 지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연극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오랜만에 <맨 처응 글쓰기> 공책을 꺼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주제로 문장공부를 해 보았다. 아이들은 글자 공부를 한다고 해도 그림부터 시작하면 덜 긴장을 하고 부담도 줄어드는 듯하다. 칠판에 눈사람 그림을 그리고 오늘 배울 '눈'과 파생어를 함께 찾아보았다. 오늘은 8개 밖에 못했는데, 나중에 수*가 '눈덩이'를 찾아내고 그걸 힌트로 '눈송이'까지 찾아내 10개를 만들었다. 그런 뒤 조사가 붙은 주어구와 서술구를 이어 단문을 학습하고 익히는 시간으로 보냈다. 이제 제법 속도를 낸다. 두 시간이면, 한 꼭지를 다 해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딴 짓과 멍하니 딴 곳을 바라보다 결국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도 늘 있다. 


오늘도 한 녀석이 충분히 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못해 뒤늦게 잔소리를 듣고 해결하다 중간놀이시간까지 다 써버렸다. 그러고는 운다. 그 과정을 다시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설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을 하고서야 눈물을 그쳤다. 나중에 과자를 한 움큼 손에 쥐어주니 헤 웃는다. 내가 정말 못살겠다. 그렇게 3교시는 다가오고 11월 4일 학교 개축식을 위한 큰 걸개 그림 작업을 한다고 해서 잠시 시간을 내어 갤러리실을 방문해 작업을 했다. 신나게 작업을 한 뒤로 다시 돌아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수학수업으로 들어갔다. 뺄셈의 두 가지 방법을 다시 확인하고 확인했던 시간. 여전히 두 아이가 헤매고 있다. 수 감각이 부족해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노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은...


점심시간 마치고 내 껌딱지인 우리 반 두 여자아이와 학교 뒷산 산책로로 둘러 내려왔다. 요즘 놀이기구가 생겨 아이들이 자꾸 산책로로 가자 한다. 그래서 그러자 하고 나서 그네도 타고 그물망도 타는 걸 지켜 봐주었다. 난 빨리 돌아가 아이들을 마침 시간을 거쳐 방과후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한창 노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먼저 가겠다고 선언(?)하고 앞서 갔다. 그랬더니 뒤에서 두 아이는 난리다. 한 녓석은 어디서 들었는지, "고소할 거야." 라고 하지 않나. 한 녀석은 "장난꾸러기 도사, 거기서!" 하지 않나. 온갖 잔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아이들에게 붙잡혀 교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날씨 좋은 가을날에 잠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43일째였고 헤어질 날을 63일 남겨둔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와 주의 리듬이 깨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