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장 입구에서 마을회관의 거리는 중간에 다리를 놓을 수 있게 멀어야 하고, 해변가에 잔돌이 없으며 곶은 꾸미기 좋게 동그랗고 넓어야 한다. 비밀 해변은 지름길을 만들거나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가장자리에 치우쳐 있어야 한다. 비행장 색상은 노란색이나 하늘색이 예쁘고, 주민들이 마시는 주스 색깔이 분홍색이 될 수 있도록 과일은 체리가 좋다....... 이 모든 것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지형을 어떻게 선택하면 좋은 지 알려주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다.
내가 동물의 숲을 시작한 건 2년 전 봄, 출시일부터다. 출시일에 바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이드를 보고 시작할 겨를이 없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내 섬을 꾸며 나갔다. 시간이 지나서 동물의 숲에 권태를 느낄 때쯤 (게임을 시작하고 약 1년 후) 유튜브를 찾아보니 내 섬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형을 가진 섬이었다. 비행장과 마을회관이 가까워서 그 거리를 꾸밀 수가 없었으며, 잔돌은 어찌나 많은지 돈을 모으기 위해 빠르게 뛰어다니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강줄기의 모양도 아니어서 곳곳에 징검다리를 배치해야만 했고, 결국 징검다리 개수를 초과하여 장대로 강을 건너 다니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재밌고 좋았다. 아직도 오리 주민을 볼 때면 아이돌을 꿈꾸었던 아기 오리 주디가 생각날 정도로 주민들에게 정도 많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했기 때문에 주민에게 선물을 주면 그 선물이 주민의 집에 배치되는 것도 모르고 인테리어와 안 어울리는 가구를 선물해 주었던 기억. 유튜브를 통해 많은 가이드, 어쩌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게 되기 전까진 모든 것이 즐거웠다.
섬을 어떻게 꾸며 나가야 하는지, 주민은 어떻게 성격별로 수집해야 하는지, 지형은 어떻게 깎고 올려야 하는지 알게 될수록 내 섬이 못생겨 보였고 권태감은 더 커졌다. 주민을 이사 보내고 새로운 주민을 들이고, 또 박물관과 너굴 상점의 위치를 바꿔도 보았지만 왠지 모를 지겹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리셋이었다. 리셋을 하면서도 미련이 남아서 섬을 다른 계정에 이사 보내고 보관했지만, 나는 다시 그 섬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면서 섬의 지형을 고르고 다양한 성격의 주민을 모집하기 위해 여러 무인도를 돌아다녔다. 먹보, 친절, 성숙, 아이돌, 운동광, 느끼...... 생각했던 것보다 주민의 성격은 다양했고 주민별로 선물을 주고받는 아이템도 달랐으며, 집 인테리어와 외관도 달랐다. 먹보와 느끼는 수컷만 있으며 성숙과 아이돌은 암컷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주민을 만날수록 새롭고 재밌었다.
그렇게 리셋을 하고 새로운 섬을 꾸며 나간지 반년이 지났다. 완벽에 가까운 섬을 갖게 되면서 권태감이 사라졌냐고? 답은 누구든 예상하듯이 '아니'다. 여전히 반년 이상 꾸준히 하다가 보면 지겹다. 지형이 바뀌었다고 콘텐츠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사람들이 강조했던 '지형 고르기' 팁은 나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나는 곶을 꾸미는 게 귀찮아서 곶이 동그랗고 넓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고, 비밀 해변은 끝자락이 아니라 정가운데 있어도, 나에겐 그 이름처럼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그리고 섬 곳곳에 자리를 잡은 주민들은 노란색 주스를 먹든 분홍색 주스를 먹든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