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상담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디자이너 말투가 재수 없는 이유"

by KADET

인테리어를 오래 하다 보면

공간 디자인에 대해 조금은 강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특유의 말투가 생긴다.

요즘은 유튜브 시청하면서 거울 치료 중이다.
영상을 보다 보면 ‘이건 좀 심했네’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런 말투는 때로는 ‘전문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냥 콧대 높은 디자이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그랬고, 사실 지금도
그 말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변명처럼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싸가지 없어 보이는 단호한 대답, 사실 다 소비자를 위한다고 생각해 나오는 어투이다.
이 일이 책상에서만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다.
공간은 감도와 경험, 지식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조언을 하게 되고,
아무래도 큰 금액에 비해 빠른 판단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언이 어쩌면 좀 센 말투로 들릴 수도 있다.


변명은 끝났고,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것.

저 말투에 주눅들지 말고 듣기만 하지 마라. 쫄지도 마라.


예의 바른 태도와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는 태도는 다르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당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준비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멋있고 대단한 것만 꺼내게 된다.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보여줘야하니까..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해달라.
그게 디자이너의 능력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직업도, 나이도, 가족 구성도, 생활 패턴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가성비? 저렴한 가격에 고급 마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당신에게 맞는 집’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제발 입을 열어라.

입을 닫게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본인이 어떻게 만들어줘도 그냥 적응해서 살 타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곳과는 계약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사용자가 ‘생활’을 이야기하면,
거기에 ‘효율성과 감도’를 더하는 사람들이다.


쫄지 마라.
귀를 닫고, 입을 열어라.

그리고 피해의식은 잠시 내려놔라.
‘사기당할까 봐 무서워서’부터 시작하면
끝까지 무섭고 불편한 일만 남는다.

그 대신 이렇게 해보자.
나에게 필요한 게 뭔지 정리해라.

총예산

꼭 바꿔야 하는 부분

안 바꿔도 되는 부분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대화를 많이 이어나가라.


귀는 닫아도 된다.
특히 단톡방 친구들의 말엔 귀를 닫아라.


리모델링한다고 말하는 순간, 난리가 날 것이다.
누군가는 발코니를 확장하라 하고,
누군가는 타일은 무조건 어디 거 쓰라고 할 것이다.


그럼 조금 더 좋은 걸로,
또 하나만 더, 또 하나만 더…
추가 견적이 생기고, 공사는 8천에 끝냈는데
결국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집이 아닌,
어디서 본 듯한 리모델링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엔

3천에 고친 집이랑 크게 차이 없는 집이 완성된다.


기억하자.


공간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저 실현하는 일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내가 살아갈 집을 그려주는 일이라는 걸.
그 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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