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차 산지라도 첫물차가 아니면 소용없다는데

보이차 생활 돌아보기 7

by 김정관

봄차는 겨울 동안 축적된 영양분을 갖고 있어서 맛, 향, 색 등의 품질이 좋은 차가 만들어집니다.

날씨가 더우면 아미노산이 형성되는 질소대사보다 폴리페놀이 형성되는 탄소대사가 더 활발해집니다.

질소대사의 결과물인 아미노산은 차의 감칠맛과 시원한 맛을 주지만,

탄소대사의 결과물인 폴리페놀은 쓰고 떫은맛을 냅니다.

-네이버 블로그 '구름의 남쪽' 보이차의 기초 '채엽(19)'


5년 전에 서울에서 '첫물차'를 들고 찾아온 분이 얕은 내 차 생활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분은 일찍이 '첫물차'의 가치를 알아차려 고수차 붐이 일기 전에 이른 봄이면 윈난 차산에 있었다고 합니다.

윈난의 차농들에게 일아삼엽도 안 된다며 일아이엽으로 찻잎을 따도록 해서 쇄청모차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고수차 바람이 광풍으로 변해 찻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니 그는 윈난행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이 분을 만나기 전에는 봄차가 좋고, 다음이 가을차(곡화차)이며 여름차가 가장 못하다는 정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오직 '첫물차'라야 차의 진미를 음미할 수 있다며, 다른 때 채엽한 차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그의 말에 선뜻 수긍하지 못하자 그는 내가 즐겨 마시는 차를 마셔보며 이야기를 이어 가자고 하더군요.

그의 제안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수차를 꺼내니 일반적인 양보다 많은 8g으로 우려 보자고 했습니다.


차를 우려서 함께 마셨는데 그의 표정을 보니 차맛이 흡족하지 않아 보여 제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차를 두 번 우려내고 나니 그는 엽저를 쏟아내서 큰 잎과 작은 잎을 나누어서 따로 우려 보자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나눈 차를 각각 우려서 맛을 보니 어린잎으로 우린 차가 월등하게 좋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만들었다는 첫물차를 마셔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와 보이차의 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왜 저를 찾아와 그가 만든 첫물차를 마시려고 했는지 그날 이후 시간을 같이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저를 찾았던 이유는 밝힐 수 없지만 그날 이후 제 차 생활의 방향은 전환점을 맞았다고 할 수 있지요.

꼭 고수차를 고집하지 않고 수령 백 년 이하인 소수차라도 첫물차를 마시는 게 저의 차 선택 우선 조건입니다.

다행인 건 지난날 멋모르고 구입했던 차 중에 고수 첫물차가 제법 있어서 밤차 단골 메뉴로 삼고 있답니다.



무 설 자

작가의 이전글노차老茶의 사고四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