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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y May 12. 2024

더 알려주고 싶은 후배, 덜 알려주고 싶은 후배

일 잘하는 주니어가 갖고 있는 5가지 특징

10년이 넘는 경력을 쌓으며 주니어들과 일한 경험보다는 비슷한 연차를 가진 동료들이나 시니어들과 일했던 때가 많았다. 미들급일 때는 주니어들과 종종 프로젝트를 같이 해왔던 것 같은데 PO로 재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접점이 많이 없었다. 


최근에 '주니어들과 업무를 진행하며 어려움이 있던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것을 계기로 과거 주니어들과 함께 일했을 때를 떠올렸다. 선명하진 않지만 희미하게 떠오르는 여러 상황과 그들의 태도가 생각난다.

오늘은 주니어와 일하며 느꼈던 점과 '더 알려주고 싶은 후배, 덜 알려주고 싶은 후배'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금의 미들급이나 시니어는 모두 주니어 시절을 거쳐왔다. 나 또한 주니어 시절을 생각하면 참 힘들고 어렵고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것부터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 되는지 등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 어떤 게 일을 잘하는 건지, 어떤 게 일을 못하는 건지도 판단할 수 없었다.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하는 거라고 알려주는 사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니, 일을 잘하는 주니어와 일을 잘하지 못하는 주니어는 단순히 '좋은 사수'가 있냐 없냐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태도'였다. 태도가 좋은 주니어들은 대부분 일을 잘했고, 빠르게 성장해서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했다. 또,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주니어 시절이 부끄러워질 때도 있었고, 그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 더욱 에너지가 날 때도 있었다. 


이런 주니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동안 경험하고 배웠던 모든 것들, 만들고 쌓아온 경험들과 잘 정리된 문서를 아낌없이 공유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참고해 오고, 써왔던 많은 자료들을 공유해 줬다.

이렇게 아낌없이 자료를 주고 싶을 만큼 '내가 좋아했던 일잘러 주니어'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을까?


1.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많은 주니어들이 상사가 시키는 일이라고 하면 이해되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 이해한 척하며 업무를 받는다. 물론 나도 주니어 시절에 이랬던 적이 있었다. 첫 입사한 회사에서 상사가 시킨 일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면 괜히 바보 같고, 일도 잘 못하는 애로 보일까 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연차가 쌓이면서 주니어에게 업무를 배분해 줄 때 최대한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받는 주니어 입장에선 명확하지 않은 부분, 궁금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부분은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대체로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업무를 받아갔지만, 몇몇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짚고 물어보며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했다.


Good

나: ~한 배경과 ~한 목적으로 프로젝트 진행하려고 하는데, PRD 작성해주실 수 있나요?
주니어: 설명해 주신 업무 중에 ~~한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이해했는데 맞는지 해서요.

Bad

나: ~한 배경과 ~한 목적으로 프로젝트 진행하려고 하는데, PRD 작성해주실 수 있나요?
주니어 :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넵! 


2. 문서에 노력의 흔적이 담겨있다.

문서를 만들고 이 문서를 토대로 maker와 stakeholders를 설득하는 일이 업이다 보니 이제는 문서만 봐도 이 사람이 생각을 얼마나 깊이 하고 썼는지, 그렇지 않았는지가 눈에 확연히 보인다. 어떤 문서는 길고 장황하게 쓰여있긴 하지만 고민의 깊이가 낮고 어떤 문서는 짧고 간결하게 쓰여있지만 고민의 깊이가 깊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문서는 '성의'가 담겨있지 않은 문서인데, 대체로 성의 없는 문서는 한눈에 보면 알 수 있다. 잘하는 주니어들은 문서에 '성의'를 꾹꾹 눌러 담아 상대방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전에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두 명의 주니어에게 각각 벤치마킹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작성한 문서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Good

나: 자사에 OO기능을 넣고 싶은데, 타사 벤치마킹 자료 만들어 줄 수 있나요?
문서: 벤치마킹 서비스 선정, 선정 이유, Feature, 장/단점, 인사이트 및 적용할 점

Bad

나: 자사에 OO기능을 넣고 싶은데, 타사 벤치마킹 자료 만들어 줄 수 있나요?
문서: 별도의 인사이트 없이 경쟁사 3개에 대한 Feature 단순 캡처


Good 사례의 경우, 벤치마킹 문서를 보면서 글을 쓴 주니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반면 Bad 사례의 경우 본인의 인사이트 없이 경쟁사 UI/UX 피쳐만 쭈르륵 캡처해서 붙여놔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경우 문서에 대한 추가 보완이 필요하므로 불필요한 리소스 비용이 발생하고 추후 본인이 만든 문서를 본인이 봐도 이해할 수 없다. 


3. 충분히 고민하고 질문한다.

주니어 시절에 일을 잘하고 싶어 읽은 글에서 '선배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귀찮게 해라'라는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혼났던 적이 있다.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글에서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그냥 문장 그대로 따라 해버린 것이다. 위 메시지는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알아볼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질문해라.


온보딩 문서 및 OJT를 받은 후 이미 온보딩 문서에 적혀 있는 부분이나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질문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온보딩 후엔 어떤 문서에도 접근이 가능해지고, 검색 한번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많다. 그렇지만 찾아보려는 작은 노력도 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은 금물이다.


Good

나: 전달한 자료 참고해서 PRD 작성해서 전달해주세요. 
주니어: OO님, 전달 주신 자료에 ~한 정책이 있어서 실제 서비스에서 확인해봤는데 기획안과 상이한 부분이 있어서요. 최신 정책 공유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Bad

나: 전달한 자료 참고해서 PRD 작성해서 전달해주세요. 
주니어: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상황) 기획안 템플릿 전달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전달된 참고 기획서에 기재되어 있는 정보) 홈 지면에 컴포넌트 노출 정책 알 수 있을까요?


사수의 시간과 주니어의 시간은 다르다. 같은 1시간이라도 사수는 양질의 기획안을 쓸 수도 있고 업무 우선순위가 높은 일 하나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사수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찾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찾아보고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질문을 해보자. 질문이 여러 개라면 정리해 두고 미팅을 요청해서 한 번에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4.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

일을 하다 보면 책임감이 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확연히 눈에 띈다. 업무 기한이 내일까지인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명의 주니어가 각각 기한이 내일까지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완성도는 높지 않고 퇴근 시간은 코앞이다. 잘하는 주니어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Good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완성도를 높인다.
마감 전, 상사에게 일정 조정을 요청한다. 


Bad

완성도를 낮춘다.
마감 기한이 지나, 상사가 물어보면 마감 기한 연장을 요청한다. 


무작정 시간을 더 써서 마감기한에 맞추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인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충 이 정도만 하면 됐지'라며 마무리 짓지 않아야 한다. 내가 경험한 잘하는 주니어들은 모두 Good 케이스에 있는 답안 중 하나를 택했다. 대체로 그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완성도를 낮추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5. 감사할 줄 안다.

감사를 표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아부를 떠는 것과는 다르며 확실히 구분된다.

잘하는 주니어들은 대체로 에티튜드도 예의 바르고 의사소통도 명확하게 잘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은 그때그때 물어봤다. 그리고 상사가 참고할만한 자료를 공유해 줬거나, 모르는 무언가를 시간을 내어 알려주었다면 항상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이런 후배는 예뻐하지 않을래야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연히 다음에 더 좋은 자료가 생기면 제일 먼저 공유해 주었다. 


Good

OO님, 저번에 공유해 주신 ~문서 보고 참고하여 이번 문서 만들어보았습니다. 좋은 자료를 공유해 주신 덕분에 기획안을 완성도 높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Bad

감사 인사 생략 -> 속으로만 감사해함 또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함



주니어와 일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언제, 어떤 주니어를 좋아하고 예뻐했는지 생각해 봤다. 나의 주니어 시절과도 비교해 보며 '내가 다시 주니어로 돌아간다면 ~했을 텐데'라는 후회와 반성도 했다. 

나는 비교적 일을 잘하는 주니어들과 함께 한 것 같아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주니어 중 내가 예뻐라 했던 주니어들과는 여전히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이 일하며 '이 친구는 정말 잘 되겠다' 했던 주니어는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에 이직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예상이지만 분명 그곳에서도 인정받으며 업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후배를 만나 함께 일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그때 참 즐거웠다'라는 생각과 함께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 주니어라면 이 글을 참고하여 업무 해보고 언젠가 일 잘하는 주니어,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가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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