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남초호수
평생 동안 기억에 남는 풍경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있다.
'하늘 호수'
라싸에서도 몇 시간을 더 가야 하기에 지루할 법도 하지만 차장 밖 풍경은 눈을 편안하게 한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이동하는 것은 4718m의 높은 고도를 이겨내기 위해서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물결마저 출렁이지 않던 그곳은 고요 그 자체이다. 티베트인들의 기운이 우리에게 와닿기라도 한 듯 일행 모두 말없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들이 지켜내고 싶었던 것을 우리 눈에 담고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일일 것이다. 호수밖에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게임을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제자리 뛰기. 제자리 뛰기가 뭐 별건가 싶지만 고도가 이렇게 높은 곳에서는 한 번의 점프로도 100m 달리기를 질주한 것처럼 숨이 차다. 그곳에서는 그냥 별 것 아닌 걸로 시시덕 거리면서 웃고 싶었다. 잠시 방심하면 그곳의 현실이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젊고 어렸던 나를 프리티베트 시위에 동참하게 만들 것 같았다.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 시위를 한다던 외국인들 또한 나와 같았을리라. 잠시 그대로 그곳에 앉아 그곳의 모래를 만지고 그곳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높은 고도의 공기를 몸으로 느껴냈다.
척박한 땅에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나라란 무엇이며 종교란 무엇이었을까.
모든 생명을 가진 행복을 위한 기도를 하는 그들이지만 나는 그저 그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