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드디어 차장 진급했어! "
같이 입사한 여자 동기의 카톡을 받고는 얼른 전화를 걸어 친구에게 축하의 고함을 질러줬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가졌던 직함이 떠올랐다.
" 라대리 "
나는 대리라는 직함을 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직급만 보면 짧게 다녔을 것 같지만 남자 군대 2년을 인정해주는 곳이라 사원 6년 대리 4년 도합 10년에 가까운 회사 생활을 했다.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았으니 일을 잘했을 리 없었고 위로 올라갈수록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그곳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도망치듯 그만둔 회사이다. 후회스러운 건 없지만 동기의 진급 소식에 살짝 속으로 생각해봤다. 나도 꾸준히 다녔으면 라차장 소리 듣는 건데. 대리에서 차장이라니 어감부터 너무 다르지 않은가. 부를 때도 대리는 어쩐지 가벼운 투로 내뱉게 되고 차장은 뒤에 님 자를 꼭 붙여서 부를 것만 같다.
지금 나는 엄마 7년 차, 이제 곧 초딩맘이 될 몸이다. 육아는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른 문이 열리는 곳이라 방심할 수 없다. 특히나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아이도 엄마도 모두 1학년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한 해 한 해 나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출발선에 서있는 기분이다. 살짝 억울하기도 하다. 이렇게 초등학교를 마치면 중학교 고등학교 이건 뭐 쉬운 길은 하나도 없고 레벨 0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라니. 워킹맘은 직장에서 커리어라도 인정받지만 전업맘은 그런 것도 없다. 육아는 쭉 어리버리한 사원인채로 지내다가 아이를 무사히 독립시킨 후 이제 퇴직하세요 라고 말하는 못 된 사장님같다. 베테랑 엄마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10년차쯤 되면 숙련엄마 라던지, 15년쯤 되면 만렙엄마 라던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여기서는 분명 진급에서 누락되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그러니 전업맘도 진급 좀 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