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그립다.
코로나가 터진 지 햇수로 3년 차가 되었다.
이번 계절만 넘기면 되겠지, 올해만 지나면 되겠지 하던 게 무려 3년이 됐다는 소리다.
내가 마지막으로 간 여행은 2020년 1월 세부.
친구 가족과 함께 아이들 수영이나 실컷 하게 하자며 떠났던 여행이다. 여행 몇 달 전 저가 항공사 티켓을 저렴하게 예약했었고, 숙소도 세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기 좋은 곳을 검색해서 대충 골라 잡았다.
그게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이야. 미리 알았더라면, 아이를 위한 곳 말고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 중 알아보고 또 알아봐서 최고로 가고 싶은 곳에 갔다 왔을 텐데.
가끔은 인생도 드라마처럼 내레이션으로 앞에 벌어질 상황을 읊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을 계기로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백번 양보해서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코로나로 인해 알고 싶지 않았던 인종차별의 본모습도 보았다. 아마 유럽, 미국 등 여러 곳은 그 모습이 무서워 이 시국이 끝나고도 갈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어느 나라가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했던 나는 이제 똑같은 지도를 펴놓고 어디가 그나마 안전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꼭 가고 싶다.
얼마로 비행기표를 끊어야 정말 싸게 잘 끊었다는 소리를 들을지 사이트를 매일매일 새로고침 하고도 싶고,
그곳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음식도 메모해놓고 싶고,
매번 잘 찍고 싶어서 새로 장만하는 카메라는 이번에는 무조건 꼭 잘 찍을 거다.
7시부터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걸어 다녀도 불평하지 않을 자신도 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비행기에서 서서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걸 허락하지는 않을 테니 잠시 미뤄두고.
읽기 힘들었던 고전문학도 한 권 챙겨가야지.
이제 딱 한 가지만 더.
코로나 너 이제 그만 지구 밖으로 나가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