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 Apr 08. 2022

아이의 첫 시험, 당황하지 말자.  

"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시험 봤어! " 

" 몇 점 받았는데?  " 

" 동그라미 세개! 45점이야 ! " 

"......?" 


초등학생이 된 8살 아이가 받아온 첫 시험성적. 1학년은 당연히 시험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시험을 봤다고 해서 놀랬고, 받아온 시험 성적에 또 한번 놀랬다. 내리는 빗속에 수줍은 동그라미 세개, 그리고 선생님의 관대함과 같은 세모들. 그렇게 우리 아이는 자신의 첫 성적표를 45점으로 받아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니 7살 때부터 내가 한 결심은 무리한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이다. 물론 시켜보려 한 적은 있다. 인스타의 수많은 영재들, 열성적인 엄마들을 보면서 호기롭게 문제집 3권을 구매했고 결과는 당연히 대실패였다. 아이와 책상에 앉아서 한문제 한문제 풀어가는 동안 아이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내 미간은 찌푸려졌다. 이건 아니다 싶어 맘을 다잡았다. 아이가 선행을 하고싶으면 시킨다, 그러나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이 공부에 대한 욕구가 생겨 자발적으로 학원에 간다고 하면 보내준다. 그러나 나의 욕심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이렇게 되뇌이고 되뇌였지만 받아온 시험성적에 당황하고 말았다. 


아, 45점이라니.  살아생전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점수였다. 

일단 당황하지 않은척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 우와, 시험을 본거야? 이렇게나 문제가 많은데 어렵지 않았어? " 

" 응 문제를 잘 모르겠더라구 " 

" 아 그랬구나, 그래도 문제 끝까지 풀었다니 대단한데? " 


100점 받은 친구는 있느냐, 너랑 비슷한 점수의 친구도 있냐는 물음이 머릿속을 100번쯤 스쳐지나갔지만 꾹 참아냈다. 비교하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궁금해 하지 말자. 다행히 아이는 자기가 받아온 점수에 크게 상처받지 않은 눈치였다. 혹시 속상해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어 집에서 문제집을 풀겠냐는 물음에 아니라며 집에서는 그저 놀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집에와서도 한참을 시험지를 들여다봤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학문제를 가장한 국어문제였다. 아이는 문제를 풀었지만 질문이 정말 원하는 답을 쓰지 못했다.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가 할수있는 실수였다.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았지만,  아이가 매번 이런 성적을 받아온다면 속상해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찌보면 학원, 선행학습, 경쟁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아이가 대한민국과 어울리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줏대있는 엄마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육아책들을 많이 읽었고, 교육방향도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아이가 이번에는 상처받지 않았지만 다음 시험 결과에는 속상해 할지 모른다. 


" 다음번 시험에는 동그라미 몇개 받고 싶어?  " 

" 음, 6개? 아니! 4개 받을래 4개! " 

" 그래! 그럼 지금보다 1개 더 받는거니까, 1개 더 받을수 있게 엄마랑 노력해볼까? " 

" 좋아! " 


다음번에는 동그라미 4개를 받겠다는 아이에게 순간 경쟁심을 떠올렸단 나를 반성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난 그저 응원해주고 믿어줘야 하는 건데 말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다음번 시험성적표는 꼭 동그라미 4개이길, 아니 더 많아도 좋고.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취향은 어떻게 결정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