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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May 25. 2022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민이 함께 삽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아날로그 세대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중간에서 표류하고 있는 세대이다. 어렸을 적 경험했던 아날로그는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고, 커서 경험한 디지털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디지털을 접하고 생활한 디지털 세대, 소위 말해 디지털 원주민이다. 

모래를 손에 만져본 경험보다 태블릿의 화면을 손가락 두 개로 쥐락펴락 한 경험이 더 많은 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 노출이다. 

아이가 신생아 시절에는 24시간 해야 하는 육아가 버거워 TV를 하루 종일 친구처럼 벗삼았다. 분유를 먹일 때도, 심지어 재울 때도 생활소음이 필요하다는 합리화로 TV를 봤다. 그러다 아이의 시력이 발달하고 어느 순간 TV 화면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나의 친구 TV와 작별을 했다. '어린 나이에 과도한 미디어 노출은 아이의 발달에 어쩌고 저쩌고...' 라며  육아가 힘들어 TV로 잠시 도피한 부모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내 탓인 것 마냥 마음이 아픈데, 저렇게 무시무시한 말들을 계속 들어가며 영상을 보여줄 부모는 많지 않다. 지금 시대에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미디어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는 일은 리모컨으로 TV 끄는 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렵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우리에게도 스마트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에게서 영상 노출을 하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 냐에 달려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디지털 이주민인 우리가 하는 월권행위이다.  

" 엄마 또 카톡 하네 "   

가끔 아이가 나에게 던지는 이 말에 뜨끔할 때가 많다.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며 정작 스마트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어른들이다. 디지털이주민인 어른들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허나 디지털원주민인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은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것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게 하는 많은 것들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날로그를 접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알려주며 자신들의 삶에 융화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원주민과 이주민은 그렇게 함께 살아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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