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광고 한번 기가 막히게 잘한다.
이 알람을 본 이후 하루 종일 유럽 생각이 났다.
아니 정확히는 여행 생각이 났다.
아마 광고 문구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이었다고 해도 같았을 거다.
그만큼 절실하게 나는 지금 여행이 가고 싶다.
코로나가 터진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확진자 수를 매일매일 확인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생겼지만 아직 해외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떠나지 않은 2년 동안 부쩍 자신감을 잃었다. 떠나더라도 가족, 육아, 현실의 삶 모두 놓아버리고 갈 수 없기에 고민 또 고민을 하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싼 표 구해지는 대로, 날짜 되는대로, 떠나기만 했던 시절이 지나가버렸다.
23살에 동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티베트로 넘어가는 기차표도 구하지 못해, 말도 안 통하는 기차역에서 "표 구해요"라고 스케치북에 써서 들고 있었다. 암표상이 다가와 뒷골목으로 우리를 데려갔고, 태연하게 표를 사서 티베트에 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등 싸대기 맞을 짓이다.
23살의 우리는 그게 왜 가능했을까. 지금의 나는 절대 할 수 없다.
그때 했던 여행의 기억 때문에 늘 여행이 그립다. 지금 떠나는 여행에서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낄 수는 없겠지만, 젊었을 때 봤던 영화를 나이가 들어서 보면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아마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
역시나 나는 (여행)이 가고 싶다.
아니 우리는 (여행)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