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K의 직무스터디 | 1편. UX 리서처
'어떻게 취업해야 하지?' 고민하는 취준생들에게 많은 이들이 직무부터 정하기를 조언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고, 그중 어떤 것이 나와 꼭 맞을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죠. 인터넷 속 짤막한 정보들에 의지해 직무 탐색을 이어가던 취준생 K, 이제는 카카오뱅크 곳곳을 누비며 직접 직무를 탐색해 보기로 합니다. 나와 꼭 맞는 하나의 직무를 찾아가는 여정, <취준생 K의 직무스터디>에서 카카오뱅크 현직자와의 대화를 통해 보다 상세하고 현실적인 직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첫 시간에 알아볼 직무는 UX 리서처입니다.
IT 업계를 중심으로 UX(User experience)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UX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무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상세히 분석하는 UX 리서처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유려한 UX 뒤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첫 스터디 노트에는 카카오뱅크의 UX 리서처 세 분과 나눈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Study Note
Section 1. 커리어의 시작
▪ 인터뷰이 소개
▪ UX 리서처가 된 과정: 기획자 / 리서치 에이전시 / 실무부터 배운 케이스
Section 2. UX 리서처는 어떤 일을 하나요?
▪ UX 리서처의 역할에 대한 소개
▪ UX 리서처의 일 톺아보기
- 서비스 탄생 과정에서 리서처의 역할
- UX 리서처가 활용하는 방법론
- 리서치 잘하는 팁
Section 3. 카카오뱅크의 UX 리서처, 어떻게 일하나요?
▪ 카카오뱅크 UX 리서처의 일하는 방식
▪ 금융 도메인에서의 리서치 특징
- 실제 카카오뱅크 사례 소개
Section 4. UX 리서처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질문집
▪ 자격증 / 대학원 / 학위에 대한 생각
▪ 학부나 대학원에서의 리서치와 회사 리서치의 차이
▪ 포트폴리오 정리 꿀팁
▪ UX 리서처와 잘 맞는 성향
취준생 K (이하 K):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Yoolie. 안녕하세요, 율리입니다. 저는 커머스/채팅/게임 등의 분야에서 인하우스 리서치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카카오뱅크에는 2022년 3월에 입사했습니다.
Brandi. 안녕하세요, 브랜디입니다. 이전에는 조사 업체에서 리서처로 일했고, 카카오뱅크에는 2021년 12월에 입사했습니다.
Kayla. 안녕하세요, 카일라입니다! 금융/핀테크 업체에서 인하우스 리서치를 했었고, 카카오뱅크에는 2022년 9월에 입사했어요.
K: 세 분께서 어떻게 UX 리서처 일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각자 UX 리서처가 된 계기와, UX 리서처로서 커리어를 처음 쌓아나간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Yoolie. 저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인지심리학이나 HCI(Human-Computer Interaction)에 특히 재미를 느꼈어요. 사람의 인지나 행동이 기계와의 상호작용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거든요. 그렇게 UX 관련 석사 과정까지 밟게 됐어요.
첫 직장이었던 UX 디자인 회사에서는 기획자로 일했는데요. 서비스 기획 전에 직접 나가 필드 리서치나 인터뷰, 설문을 하면서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발견하는 일이 특히 재밌더라고요. 심리학과 UX 전공자로서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래서 UX 리서치 팀이 있는 회사로 이직하며 본격적으로 UX 리서처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답니다.
Brandi. 저는 언론홍보학과를 전공하며 사회심리학이나 사회통계 등의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리서처라는 직무도 알게 되었는데,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어떻게 인지하고 이용하는지 알아본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이용자를 고려해 만드는데, 어떤 건 대박이 나고 또 어떤 건 빛을 보기 전에 망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일지 호기심이 생겨 소비자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리서치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Kayla. 전 실무부터 배운 특별한 케이스인데요, 고객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더 넓은 범위의 UX 리서치까지 하게 되었어요.
IT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초반에 했던 업무 중에 고객 상담 종료 후 만족도 조사를 정리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조사 결과에 상담 자체의 만족도와 서비스 만족도가 섞여 있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VoC(Voice of Customer)가 제대로 주목받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서비스 만족도와 상담 만족도를 분리해 조사하기 시작하고, 담당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특정 서비스에 대한 문항도 추가했어요. 그랬더니 설문 결과에 대한 서비스 팀의 관심이 높아지며 이것저것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더라고요. 고객들과 만나볼 필요가 생겨 인터뷰도 진행하게 되었고요. 점차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서 설문조사부터 인터뷰까지 교육을 통해 지식도 채워나갔고, UX 리서치 팀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UX 리서처가 됐습니다.
K: 우와! UX 리서치 팀이 생길 정도라면, 조사 결과가 반영됐을 때 눈에 띄는 변화나 성과가 있었던 건가요?
Kayla. 맞아요! 사용자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나 호불호를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굉장히 놀랐어요. 사실 엄청난 리소스를 투입해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개선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라면 되돌리기도 어렵잖아요. 기획자분들이나 디자이너분들도 사용자 리서치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 요청도 많이 들어왔고요.
K: 이제 본격적으로 UX 리서처 직무에 대해 여쭤볼게요! 세 분께서 커리어를 시작하신 과정을 통해 UX 리서처의 역할을 어렴풋하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요. 각자 UX 리서처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Yoolie. 기본적으로 UX 리서치는 고객의 경험을 분석하고, 그 속에 있는 니즈(Needs)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적절한 방법론을 이용해 발견해 내는 일이에요. 그것을 실제 서비스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도 UX 리서처의 업무죠. 조사 결과를 도출할 뿐 아니라 이것이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까지 같이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Brandi. 기획 과정에서 서비스를 만드시는 분들이 고객과 직접 만나서 궁금한 점들을 다 확인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럴 때 저희가 서비스 만드는 분들을 고객과 이어드리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직접 고객을 만나 궁금한 점을 대신 물어보고, 그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지 의견을 나누는 일이 저희의 주요 업무예요!
K: 그럼 UX 리서처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 중 어떤 과정에 주로 참여하나요?
Yoolie. 리서치는 사실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어느 단계에서나 필요해요. 처음에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부터, 컨셉만 나온 단계에서 이 컨셉이 정말로 적절한지 확인하기도 하고요.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사용성을 확인하고, 출시 후에는 사용자가 우리가 만든 의도대로 잘 쓰고 있는지 체크해야 하죠. 서비스 전 주기에 걸쳐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니 '이럴 땐 이런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계속 환기하는 것도 UX 리서처의 역할입니다.
개별 서비스와 관련된 리서치뿐 아니라 고객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어요. 카카오뱅크를 예로 들면, 특정 연령대에서의 금융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하고 숨겨진 니즈를 포착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도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고객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통해 여러 방면에서 '잠재 니즈'(Unmet Needs)를 파악하는 것도 저희의 주요 업무랍니다.
K: 고객의 경험 속에 숨은 니즈, 소위 말해 '잠재 니즈'를 발견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이용자 자신도 모르는 니즈를 어떻게 발견하시는 건가요?
Kayla. 기본적으로 인터뷰 속에서 어떠한 느낌이나 사용 방식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계속 질문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일상 대화에서는 "이게 제 취향이에요"라고 말하면 보통 "그러시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고객 경험을 파악하는데 그냥 '취향이어서 좋아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는 없거든요. 분명 그 서비스의 어떤 포인트가 좋아서 좋은 거고, 관심이 안 간다면 또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결국 더 많은 걸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 같아요.
Brandi. 질문을 할 때 어느 정도의 가설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진짜 몰라서 질문하는 것들도 있지만, 내부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데스크 리서치를 해보면 어느 정도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도 있거든요. 계속되는 질문을 통해 예상했던 가설이 정말 맞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이유는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는 것도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에요.
Yoolie. 확실히 인터뷰하다 보면 발견되는 것들이 많아요. 서비스의 사용 프로세스를 평소에 의식하지 않으셨더라도, 보조 자료를 드리면서 여쭤보면 "그때 이렇게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죠.
사실 서비스를 쓰면서 불편한 점이 있어도 사용자는 그게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매달 자동으로 이체할 수 있는 것을 일일이 수동으로 입금하는 행동이 발견되어서 여쭤보면, 사용자분들은 "불편하지 않다"라고 답하시고는 해요. 그런데 그건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이니까, 저희는 여기에 잠재 니즈와 페인포인트가 있다고 보는 거죠.
K: 좋은 유저 리서치를 위해서는 확실히 다양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네요. UX 리서치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실무에서는 주로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나요?
Kayla. 실무에서는 UT(User Test), 인터뷰, 설문조사를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호도나 이용 현황 같은 정량 데이터를 파악하고 싶을 때 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요. 행태나 이유를 파악하고 싶을 때 정성 조사인 인터뷰를 주로 활용합니다.
정성 조사인 UT나 인터뷰는 주로 오피스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데요. 필요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저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기도 해요. 대표적인 대상자가 바로 개인사업자예요. 사장님들은 워낙 바쁘셔서 섭외가 어렵다 보니 저희가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도 사업장을 눈으로 보며 대화를 나누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더라고요.
Brandi. 주로 쓰는 건 아니지만, HCI 수업에서 배울 법한 Think Aloud* 방식이나 다이어리 스터디*와 같은 방법론도 사용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10대들이 2주 동안 언제, 어디에 지출했는지 매번 기록하게 하는 식으로 다이어리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요. 최대한 효율적이면서도 주제에 맞는 방법론을 선택해 조사를 진행합니다.
*Think Aloud: 사용자가 주어진 행동을 수행할 때 보이는 것과 드는 생각, 하는 행위를 소리 내어 말하도록 하며 이를 관찰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용자 조사 방법론.
*다이어리 스터디: 일정 기간 사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특정 행동을 수행할 때마다 행위와 감정을 스스로 기록하게 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용자 조사 방법론.
K: UX 리서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점점 감이 잡히네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UX 리서치를 할 수 있나요?
Brandi. 철저한 준비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사전 준비 과정이 인터뷰나 설문조사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 있거든요. 충분한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우리가 지금 뭘 알고 싶은지 명확히 하고, 가설도 거듭 세워보는 등 조사 설계 단계에서 깊이 고민할수록 더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Kayla.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이럴 거야'라는, 나의 관점에 따른 색안경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리서처의 관점이 강하게 들어가는 것도 조사를 준비하거나 진행할 때 위험할 수 있거든요. 특정 답변을 유도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은 이럴 거야'와 같은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K: 카카오뱅크의 UX 리서처가 일하는 방식도 궁금합니다. 리서치 주제와 방법론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Kayla. 리서치 주제는 전사 차원에서 중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려해 선정됩니다. 각 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에서 요청하시는 조사 주제도 있고,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가 있거나 전사적으로 필요한 고객 조사가 있을 때 저희가 선제적으로 이를 파악해 주제를 잡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필요한 조사를 리스트업 한 후에 가장 적절한 시점에 리서치를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전 미팅과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조사의 배경과 목적을 면밀히 파악하고, 설계 과정에서 가장 알맞은 조사 방법을 선택해 활용하죠. 조사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해 실무자에게 공유하고, 조사 결과에 맞춰 어떻게 서비스를 개선할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해요.
Yoolie. 방법론의 경우 전체 고객의 인식이나 일반적인 행동 패턴과 같은 부분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때 설문을 주로 사용하고, 세세한 행태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도 진행합니다. 인터뷰의 경우 FGI*도 진행하지만, 주로 1:1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금융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다수 앞에서 오픈하기 힘든 개인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도 많고, 금융생활의 패턴이 사람마다 매우 다르기 때문이에요.
*FGI(Focus Group Interview): 특정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을 함께 모아 단체 인터뷰를 진행하는 조사 방법.
Brandi.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조사 외에 카카오뱅크 고객 전반에 대한 조사에도 신경을 많이 쏟고 있어요. 카뱅인이라면 모두 유념해야 할 만한 주제를 잡고 고객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정기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리서치 내용을 공유하며 서비스를 만드시는 분들이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답니다.
K: 세 분 모두 카카오뱅크에 오시기 전부터 UX 리서치를 하셨잖아요. 카카오뱅크에 와보니 뭔가 다른 점이 있으셨을지 궁금해요!
Brandi. 저는 아무래도 첫 리서치를 에이전시에서 경험했다 보니, 인하우스에서 리서치하는 것 자체가 새롭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처음 리서처로 일을 시작한 곳은 마케팅 리서치 전문 조사 기관이라 짧은 기간 내에 다양한 기업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한적인 범위와 정보를 바탕으로 리서치를 수행한 후 조사 결과를 제공하고 끝나다 보니,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늘 궁금했어요. 조사 이후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었죠.
카카오뱅크의 인하우스 리서처가 된 후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리서치를 함께 준비하며 이용자로부터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조사 결과가 어떻게 쓰이고 있고, 어떤 조사가 더 필요한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Yoolie. 모든 리서치는 서비스에 대한 사전 지식과 학습이 필요하지만, 카카오뱅크에서의 리서치는 금융 분야기에 더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이전에 리서치를 진행했을 때는 나도 매일 쓰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비교적 파악이 쉬웠는데요. 카카오뱅크에서 리서치를 진행할 때는 주택구입자금, 생활자금, 대환 같은 용어부터 정책적인 조건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죠.
그렇지만 카카오뱅크에서는 비즈니스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 디자이너 등 여러 실무진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리서치를 진행하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서비스를 많이 이해했어요. UX 리서처가 한 팀처럼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일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가 카카오뱅크의 UX 리서처로서 누릴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 확실히 은행에서의 UX 리서치가 갖는 특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금융 도메인의 특성에 따른 특징이나, 타 도메인과의 차이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Kayla. UX 리서치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지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금융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분야예요. 실제로 투자, 대출, 보험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해보면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하시는 고객분들이 많아요. 말하실 때 집중도도 높은 편이고, 고객분들의 경험이 삶과 되게 밀접하게 관련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리서처로서 매력을 느끼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Yoolie. 금융은 내 생활에 정말 밀접하고,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보니 고객분들이 금리나 한도와 같은 부분들을 굉장히 꼼꼼히 파악하시는 경향도 있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불편하면 안 쓰면 그만인 경우도 많지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무조건 수행해야만 하는 과정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가 안 되면 한숨을 쉬신다거나, 이런 생생한 반응도 나오곤 해요.
Kayla. 저희도 생생한 반응들을 최대한 담아 전달하고 있어요. 어떨 때는 정말 10장의 장표보다도 30초의 영상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거든요. '불편함을 느낀다'라는 정제된 표현보다도, 진짜 하나의 버튼을 찾으려고 엄청 노력하시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는 잠깐의 모습이 더 와닿을 수 있죠. 그런 장면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K: 실제 리서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도 궁금한데요.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Brandi. 앞으로 출시될 것들도 있다 보니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대표적으로 만 14세 미만 자녀의 금융생활에 대한 조사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022년에 초등학교 1~2학년의 어린 연령대 친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어요. 인터뷰를 해보니, 어린 친구들의 금융 생활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시작되는 게 조금씩 드러났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도 카드 사용을 굉장히 멋지게 생각하고, 현금 들고 다니는 걸 귀찮아하더라고요. 부모님들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하셨고요. 만 14세보다 훨씬 이전부터 금융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이런 고객 리서치 결과가 카카오뱅크 mini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동력이 되었답니다.
Yoolie. 지금도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을 조사하며 카카오뱅크 고객층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어요. 물론 서비스에 대한 조사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고요. '인사이트 세션'을 통해 분기별로 카뱅인들에게 고객 리서치와 서비스 리서치 결과도 공유하고 있답니다!
K’s Memo: UX 리서치 다시 보기 인사이트 세션 후기
지난 9월,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Yoolie, Brandi, Kayla 세 분께서 함께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고객 리서치 내용과, 올해 진행된 핵심 서비스에 관한 리서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세션에 참여한 카카오뱅크 디자이너 B는 "평소에도 UX 리서처와 자주 협업하는 만큼, 그간의 케이스를 정리해 제품 만드는 데도 참고하고자 세션에 참여했다"라며 "세션을 통해 사내 여러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라는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고객 이해에 대한 카뱅인들의 열의와, 상품/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UX 리서치가 갖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K: 지금까지 UX 리서처 직무와 카카오뱅크에서 UX 리서처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배워봤는데요. 이제부터는 UX 리서치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궁금한 점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여쭤볼게요.
Q. UX 리서처가 되는 데에 사회과학 관련 학위, 혹은 UX 석사 경험이 꼭 필요한가요?
Brandi. 음… 저는 심리학이나 사회과학, 소비자학 같은 전공에서는 리서치를 배웠다기보다는 그쪽 분야에 대한 관심과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정도인 것 같아요. 논문을 쓸 때 조사 기법이나 통계 기법을 써서 완성하는 건 맞지만 그 경험 자체가 실무에서의 리서치와 대응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Yoolie. 저도 석사를 했다 보니까 주변에서 석사를 꼭 해야 하는지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꼭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는 하거든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경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석사 학위가 리서치 분야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을 것 같아요.
Q. 학부나 대학원에서의 리서치와 회사에서의 리서치는 무엇이 다른가요?
Yoolie. 설문이나 UT,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리서치의 목표나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석사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학교에서는 한 연구 주제를 끝까지 파보는 것 자체가 목표였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기업에서는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의 기한이 있다 보니, 제한적인 시간과 예산 범위 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리서치를 하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또 학교에서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했다면, 기업에서는 발견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서비스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까지도 중요했죠. 그런 부분은 또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Q. UX 리서처에게 요구되는 자격증이나 스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Yoolie. 기본적으로 사회조사 방법론에 대한 이해나 통계 지식은 필요해요. 내가 쓰는 방법론이 적절한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지식을 꼭 자격증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요즘 UX 리서치와 관련해 나오는 설문 툴이나 로그데이터 툴 등을 공부하시거나 가능하다면 이용해 보시는 것도 많이 도움이 될 거예요.
Kayla.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UX 리서치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닌데요. 사회조사분석사와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는 경험과 능력을 키우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정량조사를 수행하는 데 있어 도움이 많이 돼요!
Q.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Yoolie. '이런 조사와 이런 방법론을 썼다'라는 것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해서는 사실 눈길이 잘 가지 않아요.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고, 왜 그런 방법론을 사용했는지, 결론에서 원래 가설과는 뭐가 같고 달랐는지, 결과는 어떻게 적용했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관심이 가요. 물론 적절한 방법론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학부나 대학원에서 했던 리서치 경험이라도 고민과 목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눈에 띌 수 있을 것 같아요.
Kayla. 가끔 포트폴리오에 조사 보고서를 쭉쭉 넣으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사실 저희가 도메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어떤 상황에서 하는 조사인지도 모르다 보니, 조사의 결론 자체가 궁금한 건 아니거든요. 저희는 이 사람이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그 HOW가 궁금한 거예요. 이 방법을 왜 선택했고, 조사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인터뷰 과정은 어땠고 그 안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 등 내가 정확히 뭘 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Brandi. 저도 덧붙이자면,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작성할 때 본인의 역할을 정확히 기재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인데 마치 다 한 것처럼 포장이 된다거나, 구체적으로 무슨 고민을 했는지가 나오지 않으면 조금 의심스러울 때도 있어요. 자기 역할을 과장해 쓴 내용보다는, 실제로 대학원에서 과제를 하며 직접 경험했던 작지만 디테일한 에피소드가 오히려 더 생생할 수 있거든요. 보는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게 작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실제로 카카오뱅크에서도 UX 리서치 어시스턴트(체험형 인턴)를 채용하고 있죠. 채용 과정에 있어서 어떤 점들을 주로 보고 계신가요?
Brandi. 저는 리서치에 대한 관심도가 확실히 중요한 것 같아요. 리서치에 패널로 참여를 해봤거나 인터뷰이로서 참여를 해봤다거나, 이런 경험도 모두 리서치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죠. 여기에 더해 은연중에 꼼꼼함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도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Kayla. UX 리서치 어시스턴트는 기획자나 디자이너, 심지어 개발자를 꿈꿔도 다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희 회사에 오셔서 하실 업무가 리서치에 연관된 일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리서치에 얼마나 관심이 있으신지를 중점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관련된 데이터 분석 능력과 같은 부분도 갖고 계시면 좋고요.
Yoolie. 덧붙이자면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분인지도 함께 파악하려고 해요. 저희가 고객님들께 전화하거나 응대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스케줄 정리도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혹은 경험이 없더라도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지도 확인하려 합니다.
Kayla. UX 리서치 어시스턴트 분들이 데스크 리서치에서부터 실제 인터뷰 수행까지 굉장히 활약을 해주시거든요. 저희 중에서 거의 가장 바쁘신데… (웃음) 그만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랍니다! ^_^
(많.관.부.)
Q. 어떤 성향의 사람이 UX 리서처 일과 잘 맞을까요?
Yoolie. 집요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기가 있어야 한달까요. 계속 이유를 궁금해하고 정말 밝혀내야 하고 이런 탐구적인 성향이 있으면 잘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Brandi. 저는 일반 고객을 두루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잘 맞는 일인 것 같아요. 창의적이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는, 다양한 사람을 폭넓게 이해하는 게 UX 리서치 일에서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여기에 꼼꼼함 하나 추가할게요. UX 리서처는 꼼꼼해야지 편하더라고요. (웃음)
Kayla. 저는 일단 굿 리스너이면 좋을 것 같아요.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에 더해, 저희가 협업하는 사람도 너무 많거든요. 조사를 요청한 팀이 있다면 그 상황도 잘 이해해야 하고, 조사 내용을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해야 하고, 이해관계자가 진짜 많아요. 협업을 잘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아채는 능력이 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K: 지금까지 UX 리서처 직무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야기 나눠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UX 리서처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한마디를 남겨 주세요!
Yoolie. 이용자의 경험에 기반한 서비스가 성공하면서 UX 리서치의 가치는 점점 커졌어요.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UX 리서치의 필요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데이터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이 나오거든요. 데이터상으로 파악되는 수치 뒤에 숨은 이유가 사실 중요하잖아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용자를 직접 만나는 유저 리서치가 아니면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앞으로도 UX 리서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randi. UX 리서처를 꿈꾼다면, 평소 트렌드나 사회 현상, 업계 동향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을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은 리서처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서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 즐겨 쓰는 앱이나 서비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최근 잘 나가는 서비스는 어떤 특징이 있고, 왜 화제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고요. 또 시니어층이나 Z세대, 자녀를 둔 엄마와 같이 동시대에 살고는 있지만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이들의 행동과 태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Kayla. UX 리서치는 고객과의 접점이 높은 직무예요.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소비되지만, 리서치를 통해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을 보면 뿌듯할 때도 정말 많아요. 기획자나 개발자처럼 익숙한 직무는 아니더라도 정말 매력 있는 직무인 만큼 많은 분이 도전해 보시면 좋겠어요!
TMI. 취준생 K는 누구인가?
카카오뱅크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K는 Kakaobank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