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고픈 로마

2019년 1월 22-23일(16-17일째)-로마 시가지

by 오스칼

로마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에 오전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짐을 쌌다. 한국에서 가져온 짐 중에서 사용한 것들과 낡은 바지 2개는 버리고 여행 중에 산 기념품들을 상하지 않게 빨랫감 사이사이에 잘 끼워서 귀국 캐리어를 완성했다. 아침 식사로 준비한 마지막 빵과 따뜻한 커피, 우유, 오렌지 주스로 마무리하고 우리 집 같았던 로마 숙소에서 나왔다. 일단 테르미니 역에 짐을 맡기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자동 매표기로 갔다. 표를 끊으려고 기계 앞에 섰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다가와서는 친근하게 말씀하시며 뭘 눌러야 하는지 알려주시고 설명도 해주셨다. 표가 나오고 잔돈으로 22유로가 나왔는데 그 할아버지가 갑자기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어리둥절하면서 놀랐다. 아내 혼자였으면 분명 그냥 줬겠지만 나는 왜 줘야 하냐며 못 주겠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친절을 돈으로 사려는 것 같았는데 그런 호의는 필요하지 않았다.


캄피톨리오 광장에서 나와 아이

시간이 조금 남아 못 가본 캄피톨리오 언덕을 가보기로 했다. 거리가 멀어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로마의 버스에는 표를 확인하는 사람도, 표를 내고 확인받는 승객도 없었다. 울퉁불퉁한 도로 돌바닥이 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리듬을 느끼며 캄피톨리오 언덕 앞에 도착해서 내렸다. 캄피톨리오 언덕은 로마의 7개 언덕 중 하나로 가장 높은 언덕이다. 영어의 캐피털(Capital), 즉 수도의 뜻이 이 캄피돌리오의 라틴어 이름인 카피톨리누스에서 유래했다. 미켈란젤로가 1537년 설계한 광장은 바닥이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는 검은 대리석으로 조화미를 보이고 있는 광장으로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광장을 지나 다시 한번 트레비 분수에 가보기로 했다. 트레비 분수는 전날 밤에 봤을 때와는 다르게 아쿠아 블루로 가득 찬 물줄기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를 로마를 기약하면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풍스러운 오스테리아가 보여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오스테리아(Osteria)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종으로 술과 음식을 파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무작정 들어와 본 가게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머라이어 캐리도 다녀갔던 맛집 레스토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까르보나라와 봉골레 파스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까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와서 한 번도 먹지 못해 본고장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크림이 아닌 달걀노른자로 맛을 낸 파스타의 맛이 궁금했다. 센스 있는 종업원 아저씨의 접대에 즐거움을 느끼며 아이도 무척 좋아했고 다들 즐겁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점프

식사를 마친 후에도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로마의 휴일에 나온 스페인 광장을 가보기로 했다. 17세기에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이 있으면서 이 광장을 스페인 광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고 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계단 광장이었다.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는 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장에 있는 바르카차의 분수는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제작했다고 하는데 조각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이 분수는 물이 트레비 분수와 마찬가지로 아쿠아 블루 빛을 내며 정말 맑아 보였다.


스페인 광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역 근처로 갔다. 그곳에서 아내 친구가 알려준 젤라토 맛집이 있다고 해서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넓은 홀에 수많은 젤라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이 될 정도로 종류가 많았는데 싸고 양이 많으며 거기다가 맛까지 좋은 젤라토가 단돈 1유로 정도라니 유명한 쌀 젤라토까지 먹고 테르미니 역에서 짐을 찾아 공항 가는 기차를 탔다.


진정한 젤라토를 한 입에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혹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이라고 불리는 이곳으로 금방 도착해 짐을 붙이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떠나기 전 가족들 선물을 사며 건넸을 때 좋아할 가족들을 생각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이렇게 나와 아내, 아이 셋이서 보낸 여행이 끝나가고 유럽과의 이별이 다가오니 많이 아쉬웠다. 저녁 6시 40분에 출발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우리는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자리에 앉자 아이는 만화와 게임할 생각에 기대가 가득했는데 런던을 갈 때 탔던 비행기와 달라서 그런가 담겨 있는 내용이 달라 생각했던 게임을 못하고 다른 게임을 하다가 바깥이 어둑해지니 잠이 들었다. 아내 무릎을 베고 나한테 다리를 올리고 잠을 자다가 다리가 저려 나는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이윽고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시차 때문에 다음날 오후 2시 35분 인천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는 아이에게 있어서 코리안 소울푸드인 소시지를 외쳐 편의점에서 하나 사주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다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는 기절하듯이 잠을 잤다. 이렇게 진짜 우리 집에 왔음을 실감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계획하고 진행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해낸 것에 대해 대단히 자랑스러웠다. 만 4살의 어린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걷고 또 걷고,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도시와 도시를 갈 때 아무 사고 없이 다니고 다치지 않은 데에 감사했다. 비록 몇 가지 어설픈 준비로 인한 실수가 있었지만 그에 대해 대비를 하고 다음 여행부터는 더 꼼꼼히 준비를 하자고 했다. 어른 욕심 때문에 따라왔을 수 있는 아이도 새로운 광경과 사람, 음식을 만나며 기억은 희미하겠지만 우리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 본다. 여행 덕분에 우리 가족은 더 끈끈해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캄피톨리오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바르카차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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