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파파 Apr 10. 2023

[한달살기] 페낭 대표 휴양지. 바투페링기&롱비치호커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13

핵심 포인트!!

1. 페낭에서 유일하게 해변인 곳. 바투페링기

2. 페낭에서 제일 맛있는 호커센터. 롱비치호커

3. 아빠의 생일 파티. 병맥주 플렉스



오늘은 내 생일 전 날이다. 아침부터 가족들이 잘해준다. 아침에 아이들은 어제 남은 밥으로 만든 죽을 먹었다. 한국식 쌀로 맛있는 밥을 한번 했더니 이틀을 먹는다. 아침에 아이들과 나가는 길에 미니는 세탁물을 가지고 나가서 코인 세탁소에 맡겼다. 이제 제법 어학원 걸어가는 길이 익숙하다. 처음에는 이 길들을 걸어갈 수 있는 길들인지 걱정이 많이 됐지만, 이제 어디든 걸어다닌다.


우리는 오늘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거니플라자에 가기로 했다. 간단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기에는 거니파라곤, 거니플라자 만한 곳이 없다. 두 쇼핑몰이 붙어 있다. 그랩을 타고 5분 정도면 도착한다. 거니파라곤으로 먼저 갔다. 요즘 미니는 말레이시아 브랜드 화장품을 선호한다. 왓슨스에 가서 화장품을 사고, 나는 아르기닌을 보충하기 위해 단백질을 더 샀다. 오늘은 운동을 못할 것 같지만, 일단 작은거 하나 사놓으면 돌아갈 때까지 딱 맞게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저기 선물할 것들을 왓슨스에서 많이 샀다.


내 양말도 드디어 샀다. H&M에서 잘 늘어날거 같은 큰 양말을 구했다. 나는 발사이즈가 300이다. 양말 사기가 힘들다. 드디어 맨발에서 벗어났다. 거니파라곤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먹을게 없다. 거니플라자로 넘어가서 밥을 먹기로 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한참을 걸어도 거니플라자가 안나온다. 이상하다. 바로 옆에 있고, 큰 건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통가옥들이 많고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반대편이다!! 어쩐지, 이상했다. 그런데 나가서 바로 왼쪽이었는데, 이상하다. 공간 감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 다시 돌아서 거니파라곤을 거쳐 거니플라자에 도착했다. 정말 바로 옆이다. 중간에 레지던스도 있다. 여기가 그나마 제일 번화한 곳 같다. 거니플라자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거니파라곤이 갤러리아라면 거니플라자는 롯데백화점 느낌이다. 더 친숙하고, 사람도 많고, 더 북적거린다. 




우리는 지하 상가를 돌아다니다가 베트남 쌀국수 집을 갔다. 리틀노니아다. 랜당소스로 버무린 소고기 볶음은 정말 예술이었다. 총 금액의 16%가 더 붙는건 다소 충격적이지만, 그래도 랜당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여기는 어딜가나 차를 시킨다. 물을 시켜도 되지만, 그냥 기본 그린티가 2링깃 정도 하기 때문에 차를 시키는게 낫다. 어딜가도 물을 주지 않는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그냥 큰 정수기 하나 두면 될 것을. 그것도 참 신기하다. 거니플라자와서 다른 일도 볼 생각이었지만, 밥을 먹고나니 벌써 아이들이 끝날 시간이다. 아이들은 벌써 친구가 생겨서, 우리가 오던지 말던지 이미 신나게 놀고 있다. 가자고 했더니 온 몸이 땀이다.


환상의 바투페링기 해변


조금 쉬다가 수영장을 갈까했지만, 미니가 용기를 냈다. 오늘은 바투페링기를 가자고 했다. 좀 먼거 같아서 살짝 귀찮기도 했지만, 용기를 냈다. 그랩을 불러 바투페링기를 가는데 12링깃 밖에 안한다. 근데 잘 안잡힌다. 시간을 보니 5시. 트래픽 잼이 5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5시가 퇴근시간인 것 같다. 워낙 일찍 7시부터 움직이니, 5시에는 회사를 나온다, 5시에 바깥은 너무도 밝고, 우리도 이제야 바투페링기를 가니까, 이들의 삶은 자연스럽게 퇴근 후 삶이 있는 일상이 된다. 우리는 끝나고 나오면 밤이라서, 할거라고는 저녁 먹으면서 술 먹는거 뿐인 우리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날씨가 주는 특혜라는게 이런거 같다. 4계절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 항상 밝은 분위기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 


저 멀리 말이 걸어온다. 그냥 수시로 다닌다.


그랩을 타고 바투페링기를 가는 길은 재밌다. 꼭 가평가는 것 같다. 꼬불꼬불 산 하나를 지나면 바로 바다가 펼쳐지는 해안 도시에 진입한다. 좋은 호텔과 레지던스로 있고, 은근 부자도 많이 사는 분위기다. 바투페링기 스타벅스를 통해서 내려가는비치가 가장 길이 낫다고 하여 스벅을 찍고 갔다. 스벅을 지나 비치를 가니 또 환상적이다. 약간 흐린 날씨에 구름이 깔려 있고, 모래는 역시나 아름답다.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하고 나와 태양은 사진을 찍는다. 말을 타고 다니면서 한 번 타보라고 유혹하기도 한다. 한번 타는데 50링깃.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위험하게 굳이 태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준이는 한준이답게 말을 꼭 타고 싶다고 하고, 케이시는 케이시답게 타기 싫다고 한다. 다음에 타보겠다고 하고 바깥으로 나와서 호커센터를 가기로 했다.


조개를 까먹었다. 여기와서 이런 해산물 처음 먹어본다.


롱비치 카페가 여기 호커이름이다. 가는 길이 약간 좋지 않았지만, 못 걸을 거리는 아니다. 중간 중간에 야시장이 문을 열려고 시동을 건다. 이따 야시장에 한번 들러보기로 하고, 우리는 바로 롱비치로 갔다. 여기 호커는 그 동안 우리가 갔었던 호커와는 다르다. 일단 뚜껑이 있고, 넓고, 뺑 둘러 식당이 있어 음식을 보기도 편하다. 시원하고, 테이블 번호가 있어 번호를 불러주면 음식을 가져다준다. 다 먹으면 바로 치워주고, 주류도 부르면 바로 가져다 준다. 영어도 꽤 잘통한다. 호커라서 음식은 여전히 저렴하고, 다른 호커에 비해 청결하기까지 하다. 이런 호커라면 우리 왕자님도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호커에서 왕자님은 기록을 세웠다. 치킨, 피자, 완탄미, 감자튀김까지 접수하셨다. 왕자님은 사떼를 잘 안먹는다. 역시 한서가 사떼 14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우리는 오늘 생일 잔치를 미리 하기로 했다. 술도 실컷 먹었고, 음식은 완탄미 4개, 차쿼띠아오 3개, 조개, 치킨 4조각, 생선머리육수 국수, 피자, 사떼 등등 정말 많이 시켜먹었다. 무슨 시퀀스 고급 중식당 가격이 나올 정도로 그냥 실컷 먹었다. 여긴 타이거 하나가 10링깃이다. 다른 곳은 보통 17링깃이고, 마트도 7링깃이니까, 여기가 1천원 정도 더 비싸다.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만하지. 덕분에 술도 꽤 먹었다. 


우리의 사랑 사떼.


피자는 우리 준이거.


생선머리 육수로 만든 국수. 락사다. 하.... 맛있긴한데 한번만 먹어보면 될 것 같다.
나의 맥주 안주 소시지. 하지만 감자만 먹을 수 밖에. 애들아 맛있어니??ㅠㅠ


가족들과 이렇게 해외에서 생일을 맞이한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아이들과 건배도 하고, 아이들이 시켜서 건배사도 한 번 하고, 어릴 때 아빠가 하는 건배사는 듣기 싫었는데, 지금 내가 애들 앞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니. 시간은 참 조용히 지나가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었구나. 이미 음식을 실컷 먹었음에도 역시 술을 먹은 다음에는 라면을 먹어줘야한다. 여기는 걱정할거 없다. 완탄미와 차꿔띠아오가 있으니까. 진짜 이 완탄미와 차꿔띠아오는 하루 종일 먹을 수 있겠다. 정말 너무 맛있다. 완탄미 한국에서 5천원에 한그릇씩 팔면 무조건 돈 벌텐데. 아쉽다. 왜 그런 생각들을 안하는지. 언젠가 도전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얼큰하게 취하여 호커센터를 나선다. 이렇게 깨끗한 곳이라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온다. 아이들도 최고로 잘 먹었다고 얘기한다. 다른 호커센터도 궁금해졌다. 거니드라이브 호커센터는 비추한다. 여기가 훨씬 좋다. 최소한 한국 사람에게는. 나오니까 여기저기 야시장이 문을 열었다. 여기 야시장은 큰 시장 안에 상점들이 있는게 아니다. 길거리 노점상이다. 가짜 상품도 많이 팔고, 장난감, 페낭 기념품, 간식거리 등등 많은 상품을 판다. 지나가다 흥정도 해보고, 준이 장난감도 하나 사봤다. 중고 같이 이상한 총이지만 18링깃 부르는걸 결국 15링깃에 샀다. 준이가 만족하면 된거지 뭐. 


15링깃에 페낭 가방 몇 개 사고, 바나나 들어간 와플 같은 간식도 하나 먹었다. 그냥 호기심에 노스페이스 백팩 한번 물어봤다가 아저씨의 열정에 혀를 둘렀다. 120링깃이라고 하더니 안산다고 하니까, 바로 100링깃이 된다. 80링깃이면 팔 것 같다. 지금 백팩이 필요없지만, 필요했다면 바로 샀을 것 같다. 너무 재밌다. 다시 야시장으로 들어가는 미니를 따라 갔더니 드레스 하나에 바지 하나를 사고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드레스지만 77링깃 부르고, 바지도 35링깃 부르고. 웃으면서 디스카운트 디스카운트를 외쳤더니, 자기 밥 좀 먹자고 그만 깎으라고 한다. 나도 웃고 사장님도 웃고. 결국 73링깃에 두 개 사왔다. 




미니는 창피한지, 자랑스러운지 사장님과 함께 웃으면서 나에게 도둑이라고 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어렸을 때 동대문 좀 다녔던 실력이 나왔다. 케이시는 모래놀이를 하나 샀고, 준이는 이미 돈을 써버려서 없음에도 레고를 욕심냈다. 10링깃. 준이는 3일 동안 9링깃을 모아올테니 꼭 다시오자고 한다. 약속을 하고 거리를 나선다. 그랩을 불러 차를 타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었으면 비를 쫄딱 맞을뻔했다. 아. 아까 낮에 그랩 기사님께 택심이 뭔지 물었다. 택시 인 말레이시아의 줄임말이고, 큰 차를 말한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 먼 길 다니는 동안 운 좋게 큰 차를 배정 받았다. 집에 오늘 길에 비가 많이 내리니 참 경치가 좋았다. 어딜가나 밤 풍경은 참 예쁘다. 산 길을 지나 도시의 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이제 익숙해진 동네에 어디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도 재밌다. 숙소로 돌아와 비 안맞게 안까지 주차해주시는 그랩 기사님 덕분에 비 안맞고 들어왔고, 팁으로 1링깃 더하여 15링깃을 드렸다. 약간의 서비스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집에 오니 도저히 소화가 안된다. 12시가 지나 내 생일이다. 그 기념으로 오늘 재밌게 놀고 온거지만, 너무 많이 먹었다. 소화가 안된다. 하체 운동을 조금 하고, 잠을 청해본다. 12시가 지나 미니가 생일을 축하해준다. 생일이라는거. 그거 뭐있나. 나이 들어보니 참 생일이 덧 없다. 예전에 우리 건물 지을 때 중간에 아버지 생신인 적이 있었다. 아버지도 갑자기 벌려놓은 일에 감당이 안되었을 것 같다. 집 짓는 중간이었으니. 그래서 엄마가 외삼촌을 불러 건물을 짓고 있던 3-4층 어딘가에서 술 마셨던 기억이 있다. 생일이라고 다른건 해줄 수 없어도, 아버지 좋아하시던 술을 마실 수 있게끔 자기 오빠를 불러 한잔했었던, 그 마음이 느껴졌다. 


오늘 미니도 나에게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고, 나도 이 어수선한 상황에 생일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나의 마음이고, 또 미니의 마음이다. 

감사한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여기와서 제일 행복했다.

작가의 이전글 [한달살기] 말레이시아 페낭의 모닝마켓. 진짜 과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