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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디자인을 현실로 꺼내는 가장 좋은 방법, 펀딩

나만의 브랜드로 디자인 어워드 도전하기

by Kalsen Lim

저희의 브랜드, 원오프의 Fog White 모니터 선반은 기능부터 시작된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죠.


“이게 책상 위에 놓였을 때 내게 어떠한 영감과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제품을 상상할 때, 저희는 먼저 그런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인더스트리얼 하면서도 현대적인 무드. 여백과 정제된 감각. 복잡한 기능이 가득한 펑셔널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헤리티지를 갖춘 제품처럼 보였으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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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현실로 꺼내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그렇게 시작된 디자인과 시제품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고민할 것이 많았습니다. 정제된 오브젝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생각해야 할 디테일은 수십 가지가 넘었죠.


알루미늄 다리의 형상을 사출 할지, 압출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디자인과 생산성을 다 갖출 수 있을까?

아크릴 선반의 두께는 어느 정도까지 두껍게 해야 일반적인 모니터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아크릴 판의 재질감은?

생산 단가를 현실성 있게 맞추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조립성과 내구성, 배송 중 파손까지 모두 염두에 둔 구조 설계와 패키지 디자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희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이 디자인을 어떻게 현실로 완성도 있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을 바탕으로 렌더링 한 영상


개발과 펀딩, 그 긴 여정

처음 Fog White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습니다.

경기도권의 판금, 절곡 공장을 알아보며 시제품을 생산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디테일을 교정해 나갔습니다. 디자인 설계, 제작업체 컨택, 금형 및 샘플 조정, 사용자 테스트 등 모든 단계를 저와 와이프 둘이 직접 진행했죠.


그리고, 제품을 무턱대고 생산해 내기에는 제작 단가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사전 수요 확인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와디즈 펀딩이었습니다. 펀딩을 통하면, 이 제품에 대한 실제 수요가 있는지 확인 할 수 있고, 제작을 위한 자금도 미리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제품 개발보다 펀딩 준비가 더 힘들었습니다. 기획 영상부터 촬영, 상세페이지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배송 일정까지 디자인 이외의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학습하며 진행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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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펀딩 당시 약 400명 가까운 서포터 분들이 원오프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본펀딩에서는 목표의 7390%를 초과달성하여 3700만 원가량의 펀딩액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당시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며 와이프와 와인을 한잔 하고 있었는데, 그 한잔이 성공의 축배가 되었습니다. 그때 저희는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이건 우리만의 만족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제품일 수 있겠다고.


그래서, 우리가 만든 디자인은 정말 좋은 걸까?

Fog White를 통해 우리의 디자인 중심의 타겟팅과 많은 분들의 니즈에 접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객관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굿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에 도전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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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지 수상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디자인의 출발부터 완성까지 우리의 철학이 외부 기준에서도 유효한가를 실험해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 도전이 어떤 현실과 맞부딪혔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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