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브랜드로 디자인 어워드 도전하기
저희의 브랜드, 원오프의 Fog White 모니터 선반은 기능부터 시작된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죠.
“이게 책상 위에 놓였을 때 내게 어떠한 영감과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제품을 상상할 때, 저희는 먼저 그런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인더스트리얼 하면서도 현대적인 무드. 여백과 정제된 감각. 복잡한 기능이 가득한 펑셔널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헤리티지를 갖춘 제품처럼 보였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디자인과 시제품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고민할 것이 많았습니다. 정제된 오브젝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생각해야 할 디테일은 수십 가지가 넘었죠.
알루미늄 다리의 형상을 사출 할지, 압출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디자인과 생산성을 다 갖출 수 있을까?
아크릴 선반의 두께는 어느 정도까지 두껍게 해야 일반적인 모니터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아크릴 판의 재질감은?
생산 단가를 현실성 있게 맞추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조립성과 내구성, 배송 중 파손까지 모두 염두에 둔 구조 설계와 패키지 디자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희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이 디자인을 어떻게 현실로 완성도 있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Fog White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습니다.
경기도권의 판금, 절곡 공장을 알아보며 시제품을 생산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디테일을 교정해 나갔습니다. 디자인 설계, 제작업체 컨택, 금형 및 샘플 조정, 사용자 테스트 등 모든 단계를 저와 와이프 둘이 직접 진행했죠.
그리고, 제품을 무턱대고 생산해 내기에는 제작 단가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사전 수요 확인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와디즈 펀딩이었습니다. 펀딩을 통하면, 이 제품에 대한 실제 수요가 있는지 확인 할 수 있고, 제작을 위한 자금도 미리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제품 개발보다 펀딩 준비가 더 힘들었습니다. 기획 영상부터 촬영, 상세페이지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배송 일정까지 디자인 이외의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학습하며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펀딩 당시 약 400명 가까운 서포터 분들이 원오프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본펀딩에서는 목표의 7390%를 초과달성하여 3700만 원가량의 펀딩액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당시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며 와이프와 와인을 한잔 하고 있었는데, 그 한잔이 성공의 축배가 되었습니다. 그때 저희는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이건 우리만의 만족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제품일 수 있겠다고.
Fog White를 통해 우리의 디자인 중심의 타겟팅과 많은 분들의 니즈에 접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객관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굿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에 도전해 보자고요.
이는 단지 수상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디자인의 출발부터 완성까지 우리의 철학이 외부 기준에서도 유효한가를 실험해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 도전이 어떤 현실과 맞부딪혔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