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기록 따위, 나랑 안 맞아
메타인지 노트정리법 - 기록하는 소년
에피소드 1: 기록 따위, 나랑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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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끝난 어느 흐릿한 오후, 정지후는 교실 뒷자리에서 몸을 비틀었다. 시멘트 벽을 타고 흐르던 선풍기의 바람도 그에겐 무의미했고, 앞 칠판 위에서 담임선생이 뱉는 말들은 지후의 머리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중간고사가 두 달도 안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세우자.”
지후는 창문 밖을 보았다. 아스팔트가 땀을 흘리듯 반짝였고, 하늘은 회색이었다. ‘계획’이란 단어에 그의 입꼬리가 무심히 올라갔다. 계획을 세우는 건,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그는 노트북 대신 낡은 노트를 펴본 적이 없었다. 노트 속 빈칸은 그의 성적표처럼 허옇고 비어 있었다.
“지후야, 오늘 쉬는 시간에 교무실 좀 와.”
태림쌤이 말을 던졌다.
지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기를 부르면, 꼭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지후는 혼자 느릿느릿 교무실 문 앞에 섰다. 문틈 사이로 비춰지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낯설 만큼 반듯했다.
“들어와.”
지후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선생님은 무언가를 뒤적이다가 얇은 노트 한 권을 꺼내 지후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
“뭐예요?”
“노트야.”
“... 저 노트 안 써요.”
“그러니까 써보라는 거야.”
선생님의 말투는 담담했다.
“넌 지금 네가 뭘 알고 있고, 뭘 모르는지 모르잖아.”
지후는 잠시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뭔가 들킨 기분이었다. 그는 책상에 노트를 던지듯 올려두었다.
“여기에 오늘 배운 것 중 헷갈린 것, 이해 안 간 것, 궁금한 것만 써봐. 하루에 딱 세 줄이면 된다.”
지후는 코웃음을 쳤다.
“이거 쓴다고 성적이 오르겠어요?”
“공부는 너 자신을 이해하는 거야. 네 머릿속이 어떤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니?”
말은 그럴싸했다. 하지만 지후는 믿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빈 걸 아는 데 노트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날 밤, 그는 책상에 앉아 태림쌤이 준 노트를 펼쳤다. 의외로 종이는 부드러웠고, 표지는 단단했다. 첫 페이지는 하얗고 무언가를 적기에 부담스러웠다. 그는 연필을 꺼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괜히 선생님에게 지적당하기도 싫었다. 그는 연필을 다시 집어 들었다.
“1. 수학 시간에 왜 X를 이항하면 부호가 바뀌는지 모르겠음.”
“2. 사회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자본주의의 폐해’가 뭐였는지 기억 안 남.”
“3. 영어 시간에 나왔던 동명사랑 to부정사 차이 헷갈림.”
그는 노트를 덮었다. 딱 세 줄. 그뿐이었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다.
며칠 뒤, 수업 도중 태림쌤이 칠판에 무언가를 쓰며 말했다.
“이 문제, 지난번 우리가 정리한 부분이야. 동명사와 to부정사 차이. 지후, 네가 그때 쓴 노트에 적어놨던 거 기억나?”
지후는 당황했다.
“어... 기억 안 나요.”
“그 노트 좀 꺼내 봐.”
그는 가방을 뒤적였다. 노트는 구겨져 있었지만 다행히 있었다. 펴보니 적혀 있었다. 헷갈린다고 썼던 바로 그 문장.
태림쌤은 웃으며 말했다.
“거기 적어둔 걸 토대로 오늘 다시 설명해줄게. 너만 헷갈리는 게 아니라 많은 애들이 비슷한 포인트에서 막히거든.”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 줄 적은 게 수업의 방향을 바꿨다고?’
그날 저녁, 지후는 다시 노트를 펼쳤다. 이번에는 네 줄을 썼다. 그리고 스스로도 의아했다. ‘내가 왜 이걸 또 쓰고 있지?’
하지만 뭔가 마음속 어딘가가 간질거렸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 그가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며칠 뒤, 친구 윤아가 그의 노트를 슬쩍 보며 말했다.
“지후야, 너 노트 바꿨어? 요즘 뭐 열심히 쓰네.”
지후는 얼버무렸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나길래 조금씩 끄적여 보는 거야.”
그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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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 예고 : 2화 내 머릿속을 보여준다고?
지후는 태림쌤의 말대로 노트를 조금씩 써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노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자각하게 되는데... 메타인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메타인지 노트정리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내 성적을 바꿔줄 단 하나의 노트 - 지금 바로 시작하는 노트 정리법’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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